Society

국민 기본 소득 60만원을 보장하겠다는 정당이 나왔다

정치판은 진흙탕이라는 편견도, 정치에 뛰어들면 미친 사람이라는 취급도 그만둘 때가 됐다. 여기, 국회와 일터 안팎에서 발로 뛰는 2030 여성들이 있으니까. 누군가는 시나브로 일상을 돌보고 누군가는 판을 확 뒤집어엎으려 한다. 어느 쪽이든, 불편함은 조금만 감수해주시길. 세상을 바꾼다는 건 그런 일이다.

BYCOSMOPOLITAN20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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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9일, 전 국민 기본 소득 60만원을 보장하겠다는 신생 정당이 출범했다. 유명무실한 일자리 정책만 반복하는 기성 정치에 환멸을 느낀 젊은이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2만 명의 목소리가 됐다. 당원의 평균 연령은 25세, 구성원 80%가 20대인 청년 정당은 한 가지 질문을 안겨줬다. “어쩌면 정치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이 저조했던 건, 그동안 정치가 청년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말이다. 기본소득당 대표 용혜인이 그 물음에 답했다.


결혼미래당, 국가혁명배당금당 등 이름만 들어도 뭘 지향하는지 알 수 있는 이색 정당이 많아졌어요. 당 이름을 직관적으로 정한 이유가 있어요?
소수 정당은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많지 않아요. 거대 정당처럼 국고 보조금도 받지 않으니 홍보도 많이 할 수 없고요. 그러니 들었을 때 뭘 주장하는 정당이라는 게 이름에서 드러나야 했죠. 저는 이색 정당이라는 표현이 좋아요. 기존 국회가 비슷한 색깔의 사람들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었다면, 이제는 다른 색깔이 필요하다는 측면에서요. 다만 이름 때문에 저희의 정치·정당 활동이 진지하게 여겨지지 않을 때도 있어요. 가령 허경영님의 존재로 인해 조금 난감할 때가 있죠. 하하.


당원 평균 연령 25세의 젊은 당이에요. 기성 정당에 비해 독특한 SNS 활용법이나 선거 전략이 있다면요?
저희 당은 창당 과정부터 온라인 광고를 통해 시작됐어요. 기존의 정당에서는 처음 시도해본 방식이죠. 선거운동 역시 기존 정당처럼 공보물을 만드는 대신 온라인을 중심으로 구독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기획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유튜브와 트위치를 활용해 시민들과의 소통을 시작했어요.


기본소득당의 당원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요?
입당자 중 70~80% 정도는 학생, 알바, 택배기사, 20대 젊은 주부, 간호조무사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기본 소득 60만원이 간절히 필요하고, 이 60만원으로 삶이 변화할 것이라고 감각적으로 느낀 사람들이 많이 입당한 것 같아요.


학생 시절, 친구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침묵 시위를 주도했어요.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나를 직접 행동하게 하는 원동력은 뭐예요?
행동하지 않으면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는 걸 20대 초반에 많이 체감했어요. 저는 원래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정당 활동을 하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럼에도 정치를 하는 것은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야 되는지 사람들과 같이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정당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동료들을 만나는 공간이기도 하거든요. 돈은 좀 못 벌더라도 인생에 그런 동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큰 원동력이 돼요.


기본 소득 보장 정책은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왜 돈을 주냐”라는 비판을 받을 때도 있어요.
저희는 좌·우파 양쪽에서 공격받아요. 동시에 좌우를 막론하고 노동이 신성하며, 사람은 일을 해야 한다는 노동 윤리가 강력하게 퍼져 있음을 느껴요. 앞으로는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는 세상, 일을 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사회가 오고 있단 말이죠.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계의 발달로 인해 재주는 인공지능과 기계가 부리고 돈은 사람들이 나눠 갖는 거예요. 저는 사람들이 강제된 노동에서 벗어나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 새로운 사회의 모습 같아요. 일과는 상관없는 새로운 소득의 원천을 만드는 것이 기본소득당이 말하는 ‘새로운 상식’의 핵심이에요.


졸업 유보 기간이 길었어요. 긴 취준생 시기를 겪으면서 20대들에게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정부가 청년에게 직접 지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한테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간접 지원을 하니, 청년 입장에서는 사회가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다고 체감하지도 못했죠. 청년들은 주로 복지 제도에서도 거의 제외되는 대상일 때가 많았어요. 국가 혹은 사회로부터 뭔가를 받아본 경험도 없고, 정치 참여를 통해 뭔가를 바꿀 수 있다는 확신도 없어요. 이런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게 되는 거죠. 간접 정책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현금을 나눠주고 소득을 만들어주는 방식이 가장 간단하고 명확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라 결론 내렸어요.


그래서 일자리 정책보다는 실질적인 기본 소득이 보장돼야 된다는 발상이 나온 건가요?
앞으로 일자리가 늘어날 거라고 아무도 이야기 못 하거든요. 일자리 창출은 시대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산업 구조상으로도 불가능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요. 기본 소득은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회가 되면 우리는 어떻게 먹고사느냐에 대한 대답이에요. 최근에 기본 소득이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좀 많이 논의되는 이유기도 하고요.


굉장히 급진적인 정책인 것 같은데요?
기본소득당은 진보, 보수를 가르지 않고 한국 사회에서 기본 소득의 도입, 실현을 지지하는 세력이라면 누구든 함께할 수 있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거든요. 저희는 기본적으로 사회 안전망 해체를 주장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는 진보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진보와 보수 같은 이분법적 가치 판단으로 정치에 참여하지 않아요. 구체적으로 삶에 도움이 되고 내가 사는 공간을 바꿀 수 있는 정치가 필요하고, 결국에는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인다고 생각해요.


여전히 정치는 남의 일로 여기거나 정치를 무겁게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뭐예요?
그동안은 내게 필요한 이슈를 이야기하는 정치 세력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우리에겐 새로운 정치 세력이 필요하고, 그것은 기성 정당이 청년에게 비례대표 한두 석을 내어주는 식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에요. 앞으로 이 사회를 살아갈 시간이 가장 긴 세대가 새롭게 정치적으로 등장해야 하죠. 저는 기본소득당이 그런 하나의 기획일 거라 생각해요. 지금 사회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우리가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사회를 바꿀 수 없어요. 그 방식은 저처럼 정당으로 정치를 하는 것일 수도 있고, 투표일 수도 있고, 지지하는 당의 홈페이지에 글 한 번 올리는 것 등 다양하겠죠.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게 중요해요.


2030 여성으로서 목소리를 낸다는 건 어떤 의미예요?
20~30대 여성이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에요. 더 구체적인 요구와 더 구체적인 목소리, 더 구체적인 정치 세력들로 그런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실제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솔직히 20~30대 여성들의 목소리가 50~70대 어른신들의 생각을 바꿀 거라고 보지는 않아요. 다만 그렇게 행동하다 보면 서로가 다르다는 걸 인정하게 되고, 거기서부터 어떤 배려나 이해, 존중이 시작될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목소리를 내면서 사회의 동등한 주권자로 등장해야 존중받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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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하예진/김예린
  • photo by 김태은
  • hair&makeup 이소연
  • stylist 김시애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