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목소리는 누가 내냐고요? 저희가요!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정치판은 진흙탕이라는 편견도, 정치에 뛰어들면 미친 사람이라는 취급도 그만둘 때가 됐다. 여기, 국회와 일터 안팎에서 발로 뛰는 2030 여성들이 있으니까. 누군가는 시나브로 일상을 돌보고 누군가는 판을 확 뒤집어엎으려 한다. 어느 쪽이든, 불편함은 조금만 감수해주시길. 세상을 바꾼다는 건 그런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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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꼭 국회 안에서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청년참여연대는 사소하다고 치부됐던 일상의 문제들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한 번에 큰 돌을 옮기기보다 바로 옆의 조약돌부터 줍는다.


청년참여연대는 어떤 단체인가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소속 팀이라고 보면 돼요. 2015년에 한창 여러 청년 문제가 얽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출범했죠. 시민단체도 종류가 나뉘는데, 시민들을 대표해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찾고 법으로 만들어달라 요구하는 형태를 애드버커시(권리 옹호) 단체라 하고, 진짜 당사자들이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치 활동을 하는 걸 당사자 단체라 해요. 청년참여연대는 그 사이에 있어요. 청년 문제를 대변하는 한편 저희 역시 청년이니까요. 일상에서 청년들이 겪는 문제를 함께 찾아내고 어떻게 해결할지 공부하는 공동체의 역할도 함께 하죠.


‘활동가’가 하는 일이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한다면요?
세미나 활동부터 길거리 캠페인까지 다 하죠. 2017년 공기업에 취업 청탁을 한 국회의원들을 고발한 일이 있어요. 박탈감을 느낄 청년들을 대신해 우리가 고발한다는 의미였죠. 고발장 쓰는 일을 직접 전문가에게 부탁해 진행하고, 공론화하기 위해 기자회견도 직접 준비했어요. ‘청년공익활동가학교’라는 시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는데, 청년참여연대가 어떻게 일하는지 실제로 경험해볼 수 있어요.


청년참여연대에서 최근 가장 관심 있게 다루는 문제는 뭔가요?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대학생 시간표 앱인 ‘에브리타임’의 익명 게시판 내 혐오 발언 문제예요. 민간 기업이 운영하다 보니 실질적 제재가 힘들어요. 혐오 게시글을 쓰는 행동 자체에 낙인찍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고요. 두 번째는 월세 관리비 문제예요. 월세가 낮은 곳은 관리비가 10만원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뜯어보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는 돈이죠.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은 쓰레기 문제예요. 분리수거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가 효율적으로 재활용되는 건 아니거든요.


상당히 구체적인 의제들이네요.
개인이 무언가 바뀔 거란 희망을 가지고 활동하려면 손에 잡히는 목표여야 하고, 그걸 찾는 게 저희의 일이죠. 이러저러한 법안을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 옆에서 벌어지는 일들, 일상이 정치적이라는 걸 깨닫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정치가 일상이 아니라 국회 안에서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거든요. 그나마도 아예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고요.
그 사람들을 비난할 순 없어요. 제도권 정치가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니까요. 실제로 내 삶이 바뀌는 게 보여야 정치에도 더 시간과 관심을 쏟겠죠. 사람들이 인식을 바꿔야 한다기보다 제도 정치권에 있는 ‘윗분’들이 좀 더 잘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하하.


이번 총선에서 눈여겨보는 공약이나 이슈는 뭐예요?
기초 자산에 대한 이야기가 눈에 띄어요. 요즘 정당들 사이에서 가장 새로운 정책 공약이죠. 이제 기성세대들이 불평등이라는 문제를 좀 직시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청년에게 중요한 건 소득보다도 자산 불평등 문제거든요. 시작점이 아예 다르다는 거예요.


세대론에 대한 입장은 어때요? 이를테면 지난 1~2년 새 〈90년생이 온다〉 등 ‘90년대생’을 분석한 책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죠.
책 제목부터가 웃겨요. 90년대생이 ‘온다’잖아요. 90년대생은 늘 있었는데.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만나거나 소비 주체가 되기까지는 청년들을 없는 사람 취급했던 건가요? 청년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예요. 청년이 힘들다는 건 현상이죠. 청년들의 어떤 특성 때문이라기보다 구조적으로 모든 것이 잘못됐기 때문에 청년들‘도’ 힘들다는 걸 알았으면 해요. 세대보다는 시대에 주목했으면 좋겠어요.


‘청년’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일도 관건일 것 같아요.
주거나 취업 문제처럼 가장 많이 얘기되는 청년 문제 안에서 사각지대를 찾아야 해요. 1인 가구라든지, 취업하지 않고 프리랜서로 살아가는 사람들처럼요. 예를 들어 게임 원화를 그리는 작가들이 외주 작업을 주로 하다 보니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몇 해 전에는 어느 여성 원화 작가가 개인 SNS 계정에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문구가 담긴 티셔츠를 인증했다가 남성 유저들의 비난을 받아 업계에서 매장당한 적도 있었어요.


각 정당에서 내놓은 공약이나 공론화된 이슈 중 개인적으로 피부에 유난히 와닿는 게 있나요?
오히려 저는 지금 청년 문제에 가장 둔감한 사람일 수도 있어요. 직업 활동가인 데다 누리고 사는 게 많은 편이거든요. 이게 늘 활동하면서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해요. 자기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싸우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여유로운 사람들이에요. 정말 한 치 앞을 못 볼 정도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은 앞가림하기 급급해 체계적으로 조직되지 못하죠. 예를 들어 배달 노동 환경이 아무리 열악해도, 대부분의 노동자는 자신이 하는 일을 잠깐 하고 말 ‘아르바이트’ 정도로 여기기 때문에 해결할 문제라 생각하지 않거든요. 본인들이 바꿀 의지가 없는데 저희가 나서서 캠페인을 벌이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거예요. 마치 구원받을 필요 없는데 하나님 믿으라고 포교하려는 종교인들처럼 말이죠.


사실 앞서 말한 맥락이라면, 배달 노동 환경 개선도 청년 문제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배달을 가장 많이 시키는 사람들일 테니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죠. 만약 라이더들에 대한 캠페인을 벌인다면 #빨리안오셔도돼요 해시태그로 발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예전 인터뷰에서 “세상이 크게 바뀔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말한 적 있어요.
제가 직업 활동가의 길을 택한 게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사명감 때문은 아니었다는 말이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활동가가 된 건, 제 주변을 저와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로 채우고 싶다는 바람 때문이었어요. 물론 저 같은 사람이 더 많아지고 뭉칠수록 세상은 서서히 바뀌겠죠. god의 ‘촛불하나’라는 노래처럼요. 어떤 문제를 겪을 때, 혼자 끙끙 앓지 말고 한 번쯤 ‘이런 사람 또 없나?’ 생각해봤으면 해요. 같이 해결할 수 있도록.
정치판은 진흙탕이라는 편견도, 정치에 뛰어들면 미친 사람이라는 취급도 그만둘 때가 됐다. 여기, 국회와 일터 안팎에서 발로 뛰는 2030 여성들이 있으니까. 누군가는 시나브로 일상을 돌보고 누군가는 판을 확 뒤집어엎으려 한다. 어느 쪽이든, 불편함은 조금만 감수해주시길. 세상을 바꾼다는 건 그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