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웨스트 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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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한 지 14년이 된 미국 정치 드라마로 총 7개의 시즌이 나왔다. 한동안 언론인을 지망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필히 봐야 할 드라마로 꼽힐 만큼 잘 만든 작품. 최근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는 현실 정치에 대한 불만 때문에 다시 보기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웨스트 윙’은 백악관 중앙 관저 서쪽에 위치한 건물로, 대통령 집무실을 비롯해 대통령 보좌관들의 사무실이 있는 집무 공간이다. 7개 시즌이 7년에 걸쳐 방영된 만큼 2명의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며, 한 국가의 지도자 혹은 정치인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비전과 꿈을 제시하는지 보여준다. 지적이면서도 재치 있는 공직자들이 각자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가며 경쟁하고, 필요에 따라선 나라를 위해 타협하며 단합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정치의 ‘ㅈ’ 자만 나와도 치를 떠는, 정치 혐오자들에게 추천한다. 답답한 현실 정치에서 도피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상적인 정치의 희망을 안겨줄 테니.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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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파문을 일으킨 케빈 스페이시 때문에 드라마의 인기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잘 만든 정치 드라마로 손색없는 작품이다. 다른 정치 드라마와 달리 정치의 추악한 면모를 극명하게 잘 드러낸다. 시즌 6까지 방영됐는데, 그중 시즌 1과 2에서는 주인공 ‘프랭크 언더우드’(케빈 스페이시)가 야망을 위해 각종 악행을 저지르는 에피소드에 집중했다. 실제로 정치인들이 진짜 정치판과 유사하다고 말할 정도로 드라마의 내용이 현실적이라는 평이다. 정치인이 얼마나 다채로운 방식으로 대중의 눈을 속이며 기만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 드라마는 대중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책 〈대한민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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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는 특이한 지점이 많다고 한다. 세계의 눈으로 보면 한국의 진보는 진짜 진보가 아니며, 보수는 진짜 보수가 아니라고. 그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일제강점기를 거쳐 6·25전쟁, 남북 분단, 독재의 고통까지, 지금 우리가 아는 정당의 이면과 정치의 배경 등을 살펴보려면 한국 근현대사를 잘 알아야 한다. 왜 여당과 야당이 이토록 다른 관점을 고수하는지, 빨갱이에 왜 이렇게 민감한 것인지 등의 의문을 심심치 않게 가졌다면 더욱 그렇다. 총 4권이 시대별로 나눠져 필요에 따라 꺼내 보기에도 좋다. 저자는 한국 현대사를 꿰뚫어보는 역사학자 한홍구로, 역사를 너무 딱딱하지 않게 써내려갔다. 올바른 역사관이 곧 올바른 세계관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될 것.
책 〈내가? 정치를?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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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것들을 위한 최소한의 정치 상식’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정알못’을 위한 입문서다. 정확히 몰랐던 정치 용어와 개념 등을 한국 정치의 특이점만을 짚어 설명하고 있다. 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지역 갈등은 물론이고 진보와 보수 각각이 추구하는 가치, 국회의원의 조건 등을 다룬다. 뉴스를 보거나 들을 때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가도 그 기초적인 개념만 알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그 기본서가 된다. 물론 그런 거 몰라도 사는 데 지장은 없겠지만 분명 불편한 지점은 있을 것. 그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최소한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책이다.
영화 〈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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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배우 심은경이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으면서 화제가 된 일본 영화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개봉하며 관객 수 1만 명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재개봉 확정 소식을 알렸다. 다른 때보다 이 영화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각종 SNS와 유튜브 등을 통해 유포되는 가짜 뉴스를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반정권·반아베 정서를 담고 있다. 신문사에 익명의 제보가 들어오면서 주인공 ‘요시오카’(심은경)가 진실을 캐내기 위해 취재를 시작한다. 그러다 각종 가짜 뉴스를 만드는 업무를 맡게 된 정권의 관료와 손잡고 온갖 외부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으며 끝까지 진실을 알아내 보도하는 과정을 그린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할 때 무소불위의 정권도 제대로 고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마디로 언론의 존재 이유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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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문제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유튜브에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이 다큐멘터리는 본격적으로 한국 현대사의 중심인물인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재조명한다. 주로 이들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담았는데, 이 두 인물은 개인의 권력욕 때문에 독립운동을 하고, 친일파로 활약한 전력이 있다는 것. 그러나 많은 역사적 왜곡과 미화를 통해 이들이 초대 대통령, 경제 대통령으로서 그 업적이 치장되는 바람에 진실이 묻혔다고 말한다. 수년간 연구소에서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2013년에 제작됐지만, 두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방송사 관계자들에게 징계 처분을 내렸고, 소송이 시작됐다. 6년 만에 대법원은 방통위의 제재가 위법하다고 판단,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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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뉴스에 등장하는 취재 기자들이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뒷얘기를 들려주는 유튜브라 신선하다. 제목처럼 기자들이 취재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고, 그에 대한 변명과 반성을 들려준다. 짧은 뉴스 리포트 시간으로는 다 들려줄 수 없는, 그 이상의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에 딱딱하게만 보였던 기자들에 대한 선입견도 거두게 된다. 또한 다른 뉴스에 묻힌 뉴스를 마저 다루기도 한다. 너무 격식을 차리는 뉴스에 비해 편안하게 진행하는 것이 특장점이다. JTBC 손석희 사장이 즐겨 보는 방송으로도 알려졌다. 참고로 진행하는 기자들은 ‘4차 언론 혁명’을 지향한다.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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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쉽게 접하는 대다수의 뉴스는 각자의 이해관계나 특정 정파에 따른 뉴스를 제공한다. 그래서 객관적인 시각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양쪽 의견을 고루 알고 싶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이 라디오 프로그램은 정치색이 상당히 옅은 진행자가 기계적으로나마 각기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판단은 오롯이 청취자의 몫으로 돌리는 셈. 그날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심층적으로 다루는데, 주로 이슈 당사자가 실제로 출연해 인터뷰하기 때문에 보다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생방송이 끝나면 유튜브를 통해 취재 뒷얘기를 비롯해 본방보다 비교적 말랑말랑하게 뉴스를 다뤄 어려운 주제의 뉴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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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넷플릭스의 〈베트남 전쟁〉은 베트남전의 배경, 과정, 이후의 상황을 밀도 있게 알려주는 다큐멘터리다. 켄 버스와 린 노빅 감독은 10시간에 달하는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10년이란 기간에 걸쳐 제작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병사들과 이 전쟁을 반대했던 사람들, 이 두 진영에 몸담았던 베트남 병사와 민간인 등의 증언이 토대가 된다. 출연진을 통해 알 수 있듯 이 작품은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베트남 전쟁을 바라본다. 역사책에 단 몇 줄로 설명된 이 전쟁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국제 정세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는 작품으로, 세상을 보는 시야가 좀 더 선명하고 확장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