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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여자를 위하여, 그레타 거윅

영화 <작은 아씨들>로 우리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어준 그레타 거윅. 배우이자 감독으로서 그레타 거윅이 표현하는 여성 캐릭터에 특히 더 환호하고 공감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아마 빈틈 가득한 인간임에도 열심히 꿈을 좇는, 꼭 우리 같은 인물을 조명하기 때문일 거다. 마치 감독 자신 그리고 평범한 우리 여자들처럼. 코스모가 그의 대표 필모그래피를 모아봤다. 방구석 정주행 준비 완료? 어, 완료.

BYCOSMOPOLITAN2020.03.25
그레타 거윅이라는 세계

그레타 거윅이라는 세계

내 옆집에 살고 있을 것 같아 〈프란시스 하〉 2012  
그레타거윅을 세상에 알린 작품. 무용수로 성공하겠다는 거창한 꿈을 가진 27세 연습생 프란시스 역을 연기했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프란시스가 마주하는 우정, 사랑 그리고 직업에 대한 어려움을 과장 없이 보여준다.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프란시스가 겪는 모든 일이 우리 모두 겪었거나 겪고 있을, 흔하지만 쉽지 않은 고민이기 때문일 것. 그레타거윅의 연기력이 가장 빛나는 부분은 브루클린 거리를 활기차게 내달리는 장면이다. 청춘의 열정과 방황이 동시에 보여 나도 모르게 가슴에 진한 여운이 남게 된다니까.
비하인드 그레타거윅은 노아 바움백과 각본 작업을 하며 모든 에피소드와 대사에 자신의 과거 경험을 유감없이 투영시켰다. 덕분에 괴짜 같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캐릭터 프란시스와 그대로 물아일체 하는 데 성공!
프란시스 하

프란시스 하

 
불완전한 건 당연한 거야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2015
꿈을 좇는 20대를 지나 그녀가 맡은 역할은 30대 뉴요커 ‘브룩’. 이복 자매가 될 뻔한 ‘트레이시’는 유능한 ‘브룩’을 동경하게 되지만 점차 시간을 함께 보낼수록 그녀가 그저 빛 좋은 개살구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브룩’은 타인의 시선을 중요시하고, 허영과 허세가 가득한 캐릭터지만 그레타거윅이 연기해서일까. 밉상 덩어리인데도 영 미워할 수만은 없게 느껴진다. 웃기고, 짠하고, 왠지 모르게 나를 보는 것 같고 그래서 더 응원해!  20대든, 30대든 나이와 상관없이 살아가며 갖게 되는 고민의 크기와 내용은 엇비슷하다는 걸 알려주는 작품.
비하인드 ‘브룩’의 원래 캐릭터는 절대 이렇지 않았다. 감독 노아 바움백은그레타거윅이 장난삼아 캐릭터를 흉내 내는 모습을 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삼아 각본을 써내려갔다고.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프란시스’ + ‘브룩’ = ‘매기’ 〈매기스 플랜〉 2015
‘프란시스’와 ‘브룩’을 합치면 아마 이 캐릭터가 탄생하지 않을까. ‘매기’ 역을 맡은 그레타거윅의 물오른 연기력이 돋보인다. 유부남 ‘존’과 사랑에 빠지는 어찌 보면 막장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리얼한 그녀의 연기 덕분에 되려 유쾌하게 감상할 수 있다. 아이를 원하면 결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무너뜨리는 것 한 가지만으로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 어째서 비현실적인 계획과 꿈들은 그레타거윅의 연기만 거치면 ‘그래, 그럴 수 있지’가 돼버리는 거죠? 이 정도면 영화계의 거대 필터.
비하인드 감독 레베카 밀러는 배역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배우들을 상상하며 각본을 썼다. 그레타거윅을 비롯한 에단 호크, 그리고 줄리안 무어가 바로 감독의 상상 속 인물들. 그 배우들의 이름은 그대로 크레딧에 올라갔다. 심지어 그레타거윅은 적극적으로 각본 과정에도 참여했다. 열정 만수르 언니 같으니라고.
매기스 플랜

매기스 플랜

 
그레타 거윅의 진짜 모습 〈우리의 20세기〉 2016
아네트 베닝, 엘르 패닝 등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 24살 포토그래퍼 ‘애비’역을 맡으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붉은 숏컷 머리와 자기 주관 뚜렷한 패션 스타일까지. 미국 70년대의 레트로한 스타일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셰어하우스 주인의 아들이자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제이미’가 함께 사는 여성들에게 각기 다른 인생 교육을 받으며 성장해가는 이야기. (나도 저기서 이 언니들하고 살고 싶다) 영화를 보다 보면 솟아오르는 연대감에 주먹이 불끈 쥐어진다. 이 영화의 제목은 〈우리의 20세기〉가 아니라 영문 제목 그대로 〈20세기 여성들〉이 돼야 했어.
비하인드 그레타거윅은 감독과의 첫 미팅 자리에서 눈물을 펑펑 쏟을 정도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캐릭터였음을 고백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애비’의 모습에서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그레타거윅의 진짜 모습이 보이는 것만 같다.
우리의 20세기

우리의 20세기

 
모두가 겪는 감정과 과정 〈레이디 버드〉 2018
수많은 역할과 여러 번의 각본 작업을 거친 그녀가 드디어 메가폰을 잡았다.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상이란 상은 모두 휩쓸어간 당신의 능력은 대체 어디까지? 영화는 한 소녀의 성장통과 모녀 관계를 섬세하게 바라보며, 서사를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풀어낸다. 이제는 그레타거윅의 페르소나가 된 시얼샤로넌의 탁월한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평범한 소재를 위트있게 그려낸 연출력은 물론 촬영 시 배우의 연기 컨디션을 최우선으로 하고, 동료 간의 존중을 위해 스태프 전원에게 이름표를 붙여 일했다는 그녀의 리더쉽에도 또 한 번 박수를 보낸다.
비하인드 영화 〈레이디 버드〉는 그레타거윅의 자전적 이야기로 알려졌지만, 극 중 사건 중 그녀의 실제 경험담은 단 하나도 없다. 그저 유년 시절을 보낸 고향과 그 고향을 떠났던 ‘정서’를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레이디 버드

레이디 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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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프리랜스 에디터 이소미
  • 사진 각 영화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