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미스치프 만드는 여성들

우리의 2020년이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가 그린 디스토피아가 되지 않은 건, 인류의 반인 여성들의 배려와 존중 때문이 아닐까?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고, 서로가 빛을 비춰주자고,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고 말하는 ‘연대하는 여성들’을 만났다.

BYCOSMOPOLITAN2020.03.25
 
우리의 가장 큰 팬은 우리예요
 
미스치프 공동 디렉터 서지은&정지윤
 
뉴욕 출장을 다녀왔다고 들었어요. 어떤 프로젝트였나요?
서지은 뉴욕에서 열린 나이키 포럼에 참가하고 왔어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주제로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패션과 스포츠를 이어나갈 수 있는 방향을 같이 생각해보는 자리였죠. 올해는 지속 가능성뿐만 아니라 ‘여성’에 더 포커스를 맞출 거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참가자들의 성비도 여성이 좀 더 많은 것 같았어요.


나이키에서 미스치프를 초대한 이유를 알 것 같아요. 2018년에 했던 ‘배틀포스 서울(Battle Force Seoul)’ 영상을 보는데 정말 멋지더라고요. 여성 댄서들의 런웨이라니, 정말 파워풀하던데요?
서지은 저희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작업이에요. 런웨이를 좀 더 다른 형식으로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댄서분들이 너무 잘해줘서 감동이었죠.
정지윤 무슨 일을 하든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중시해요. 모델들보다는 주변에서 저희 브랜드와 잘 어울리는 친구들을 섭외하죠. 나이키도 그런 면에서 저희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브랜드에 대한 반응이 국내와 다른 점도 있나요?
서지은 국내에서는 옷 자체에 관심이 더 많다면, 외국에서는 디자인 외에 브랜드의 방향이나 옷의 주제에 관심을 더 보이는 것 같았어요. 어쨌든 저희의 무드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여자 친구들의 강한 모습, 흔히 말하는 ‘센 언니’ 캐릭터요.


센 언니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브랜드를 론칭한 10년 전은 지금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잖아요?
서지은 가방으로 브랜드를 시작했고 의류 라인은 2012년부터 선보였는데요, 저희는 우리가 만든 옷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별로 안 했어요.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이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데 반해 스트리트 브랜드는 문화나 메시지를 더 강조하고 옷은 그에 비해 단순한 경향이 있잖아요? 저희 옷도 평소 좋아하는 티셔츠랑 캐주얼한 아이템 위주였거든요. 대표적인 실루엣으로 인기가 많았던 크롭 디자인 역시 어렸을 때부터 즐겨 입던 아이템이었고요. 생각해보면 그때는 여성분들이 지금처럼 캐주얼한 옷을 많이 입지 않았어요.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더 격식을 갖춰 입었죠.


요즘엔 어떤 아이템에 주력하고 있나요?
서지은 요즘엔 사람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옷을 덜 만드는 것 같아요. 보통은 소비자의 구매 성향과 니즈를 파악해 생산에 적용하지만, 저희는 아직까지 저희가 입고 싶은 걸 만들고 있어요.
 
남자들만 우글대는 스트리트 패션에 뛰어드는 게 겁나지는 않았어요?
서지은 시작할 때는 오히려 별 고민이 없었어요. 하고 싶으니까 한 거죠. 어린 시절 친구들이 스트리트 브랜드에 많이 있어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예전엔 주변에 남자 친구들이 훨씬 많았어요.
 
‘여성 힙합 캐주얼 1세대’라는 말, 어때요?
정지윤 유니섹스로 할지 여성복을 할지 고민하다 저희가 여자니까 여성복으로 시작한 거였는데요, 그러길 잘했단 생각이 들어요. 여성 스트리트 브랜드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이 있거든요.
서지은 사실 어렸을 땐 성별을 구별해야 할 필요성을 별로 못 느꼈어요. ‘멋있는 사람이면 되지, 왜 여자 남자를 따지지?’ 생각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따져야 할 때가 있더라고요. ‘남들이 다 우리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구나, 우리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게 감사한 거구나’ 느끼게 됐어요. 지금까지 살면서 나는 차별을 못 겪어봤다고 생각했는데, 겪으면서도 몰랐던 게 많더라고요. 적절한 예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우리가 ‘꽃 같은’ 위치에 있다는 게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 경험이 나빴단 건 아니지만, 지금의 생각을 갖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불편할 것 같아요.
 
오래전이긴 하지만 미스치프의 옷이 본래의 디자인 무드와 상관없이 ‘야하기만 한’ 화보를 본 적이 있어요. 여성 디자이너로서 본인들이 만들어낸 옷이 소비되는 방식에 불편한 적은 없었나요?
서지은 노출이라는 건 정말 한 끗 차이잖아요? 노출 정도를 떠나서 우리가 추구하는 분위기와 다를 때는 맘에 안 들죠. 전에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여성의 이미지가 확실하게 있으니까 남들이 오해할 여지가 없다고,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만들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엔 고민을 많이 해요.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사이즈가 더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후기를 봤는데, 사이즈의 다양성도 염두에 두나요?
서지은 스몰 사이즈가 다른 브랜드 엑스스몰 사이즈인 건 사실이에요. 보시다시피 저희가 워낙 체구가 작잖아요? 저희가 입으려고 만들다 보니 작아진 것도 있고, 소량 생산하던 초창기에는 사이즈를 나누는 걸 생산 공장에서 싫어하신 것도 이유였어요. 그런데 작게 나온 옷들이 인기가 많아서 그렇지, 반팔 티셔츠는 오히려 다른 브랜드보다 커요. 요즘은 사이즈가 다양해져서 그런 불만은 적어진 것 같아요.
정지윤 일부러 작게 만드는 게 콘셉트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던데, 절대 아닙니다.
 
패션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움직임을 서포트하려고 노력한다는 말을 자주 했어요. 현대무용가 안은미의 30주년 책 출간을 기념한 이벤트를 열기도 했던데, 또 어떤 재미난 문화적 움직임을 벌였나요?
정지윤 저희가 6월에 이사를 오면서 숍이라는 공간이 생겼거든요. 거기서 림킴, 말립과 워크맨쉽, 넘넘 같은 뮤지션들의 쇼케이스를 열었어요. 주변에서는 이렇게 저희가 좋아하는 걸 하고 있으면 ‘헛짓거리’ 한다고 그래요. 하하. 수익이 있는 행사가 아니니까, 그럴 시간에 디자인이나 하라고요.
서지은 다른 패션 브랜드보다 뮤지션한테 더 관심이 많거든요. 음악은 저희한테 큰 영감을 주니까요. 브랜드 초창기엔 저희가 그들한테 영감을 받아 디자인으로 아웃풋이 나왔다면 이제는 저희가 서포트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죠.
 
요즘 자극을 주는 주변 인물은 누군가요?
정지윤 수민이오. 엄청 열정적이고 밝거든요. 음악적인 색깔뿐만 아니라 그 친구의 에너지를 좋아해요. ‘설탕분수’ 뮤직비디오 작업을 돕기도 했죠.
서지은 룩북 같은 작업을 진행하면서 여자들을 모으다 보니까 요즘엔 주변에 여자가 훨씬 많아요. 림킴도 이번에 같이 작업하면서 엄청 친해졌고, 다다이즘(포토그래퍼 한다솜, 비디오그래퍼 정다운이 속해 있는 비주얼 아트 크루) 친구들은 전부터 같이 작업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 뉴욕도 같이 갔다 왔어요.
 
주로 어떤 여자에게 반하나요?
서지은 개성 있는 친구들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남다른 면이 있어야 시선을 끌죠.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친구가 매력적으로 보이고요.
 
미스치프는 전문 모델을 쓰지 않는 개성 넘치는 캠페인과 룩북 작업으로 유명하죠. 사진을 보면 인물 리터칭 작업도 거의 안 하는 것 같아요.
정지윤 네! 저희는 자연스러운 게 좋거든요
 

 
about 미스치프(Mischief)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인 서지은과 정지윤이 2010년 론칭한 여성 스트리트 브랜드. 1990년대 힙합 문화를 좋아하는 두 디렉터는 전에 없던 걸 크러시 분위기의 브랜드를 선보였고, 여성 래퍼들은 물론 스트리트 패션을 좋아하는 20~30대 여성의 강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 ‘반스’, ‘포터’, ‘나이키’ 등의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했으며 올해 6월 론칭 10주년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