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란으로 개인위생과 집에서 버티기 기술이 중요해진 이때, 딱 맞는 취미가 있으니 바로 천연 비누 만들기. 비누는 바이러스를 씻어버릴 뿐 아니라 직접 죽일 수도 있다는 연구도 있는 고마운 존재. 또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초보자도 쉽게 만들 수 있고 나아가면 직업도 될 수 있는 예술적 분야다.
식물성 기름, 수산화나트륨(가성소다), 스테인리스 볼, 비커, 온도계, 핫 플레이트, 블렌더, 고글, 마스크, 고무장갑, 몰드, 칼, 색소, 에센셜 오일, 정제수, 전자저울 등.
CP(Cold Process) 비누는 기본적으로 기름과 수산화나트륨 수용액이 반응하는 비누화 반응을 거치는 거라 원하는 식물성 기름과 강염기 화공 약품인 수산화나트륨은 반드시 필요하다. 또, 부식되지 않는 금속인 스테인리스 용기와 낮은 온도로 재료를 가열할 수 있는 핫 플레이트, 인덕션, 중탕기 같은 전열 기구가 하나 있어야 한다. 강염기를 다루는 작업이라 고글, 마스크, 고무장갑 등 안전 장비도 꼭 착용할 것. 비누 액을 붓는 몰드(틀)는 우유갑이나 작은 종이 상자를 써도 되지만 시중에서 예쁜 실리콘 소재나 튼튼한 나무 소재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순수한 물인 정제수 역시 살 수 있지만 좋은 정수기 물도 괜찮다.
각 기름은 비누가 된 후의 성질도, 비누가 되는 데 필요한 수산화나트륨 양도 다 다르다(한 가지 기름으로만 만든 비누를 카스틸 비누라고 한다). 두 가지 이상 기름을 섞으면 다소 복잡한 계산을 해야 돼서 이미 나와 있는 레시피들을 활용하거나 원하는 기름양을 넣으면 자동으로 계산해 주는 온라인 계산기 https://www.brambleberry.com/calculator?calcType=lye도 있다. 여기서 lye는 수산화나트륨, liquid는 물이다. 팜 오일, 코코넛오일은 단단하고 세정력 강한 비누를 만들어줘 기본으로 넣는 경우가 많고 미강유, 피마자유 등은 빨리 비누화가 되지만 카놀라유, 올리브 오일 등은 느려서 적당히 조합하는 게 좋다. 슈퍼팻(superfat)은 기름을 약간 더 넣어 비누 속에 남기는 것. 이런 비누를 쓰면 기름이 피부를 감싸 보습 효과가 좋지만 잘못 보존하면 썩기도 쉬워지니 2~3% 선을 지킬 것.
오일들을 스테인리스 볼에 넣고 40~45도 정도로 가열해 완전히 섞이게 한다. 통풍이 잘되는 곳에 신문지를 깔고 전자저울로 필요한 수산화나트륨 무게를 정확히 잰다. 비커로 잰 정제수에 수산화나트륨을 녹인다. 이때 강한 열과 유해한 기체가 발생하니 꼭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조금씩 넣을 것.
수산화나트륨 녹인 물을 오일에 천천히 붓는다. 잘 섞은 후 색소도 넣는다. 온도를 유지하면서 실리콘 주걱이나 스테인리스 거품기로 한 방향으로 젓는다. 반응이 느리면 중간중간 핸드 블렌더를 쓴다. 어느 순간 혼합물이 탁하게 변하면서 방울을 표면에 떨어뜨려도 가라앉지 않고 자국이 생기는 걸 트레이스(trace) 상태라고 한다. 비누가 되기 시작한 것. 향기를 낼 에센셜 오일을 섞고 준비해 둔 몰드에 부은 후 담요나 스티로폼으로 감싸 24시간 보온한다. 적당히 굳었으면 꺼내 칼로 자른다. 4~6주 정도 통풍 잘 되는 곳에서 말린 후 사용한다.
기본 비누 만들기에 자신이 생겼으면 디자인 단계로 업그레이드. 각 비누 액을 다른 색으로 여럿 만들어서 차례로 몰드에 부으면 무지개떡처럼 층이 생기고, 표면에 마른 꽃이나 잎, 색소 가루를 붙여 장식할 수도 있다. 여러 색 비누 액을 몰드 하나에 부은 후 휘저어 대리석 무늬를 만들기도 하고 쿠키, 사탕, 셔벗 틀 등에 부어서 재미난 모양으로 만들 수도 있다. 다음은 그 모든 상상이 펼쳐지는 비누 월드 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