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부인과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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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인간인 L부인은 한때 잘나가는 사냥꾼이었지만, 지금은 전업주부다. 왕년에는 먹잇감을 정하면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었지만 지금은 조금 전에 자기가 뭘 찾고 있었는지도 깜박하곤 한다. 인터뷰 형식의 짧은 글은 ‘전업주부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있는 그대로 들려준다. 지금은 “그저 평범한 엄마가 되고 싶어요”라는 L부인은 왜 밤마다 꿈에서 숲속을 헤매는 걸까? 대체 무엇을 좇는 걸까? 동화의 마지막 장면,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L부인의 모습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리가 나고 자랐으며 앉아서 동화책을 읽곤 했던 그 집 안에서 차별은 이미 시작됐다.
여자 남자, 할 일이 따로 정해져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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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니모’로 잘 알려진 물고기 흰동가리는 모두 수컷으로 태어나 그중 몸집이 큰 개체들만 암컷이 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인간 사회에서 우리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남녀의 성 역할은 정말 ‘자연’스러운 걸까? 실제 자연 속에서 남녀의 성 역할은 어떤 모습을 띠고 있는지, 바닷속 생물들에 관한 몇 개의 상반된 예시로 보여주는 그림책. 물음표와 느낌표가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고정관념이 와장창 깨어지는 유쾌함을 경험할 수 있다.
노를 든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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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를 든 신부
인생은 종종 바다를 항해하는 작은 배로 비유되곤 한다. 그렇다면 한 쪽짜리 노를 들고도 인생은 바른 길로 항해할 수 있을까? 여기 노 하나를 들고 바다가 아닌 산으로, 들로 모험을 떠나는 신부가 있다. 노가 꼭 온전한 한 쌍이어야 할 필요도 영혼이 퍼즐처럼 맞는 짝을 찾을 필요도 없다. 바다로 가든 산으로 가든 인생이 우리 앞에 펼쳐놓을 것들을 고스란히 즐기면 된다. ‘바른 길’이란 없다. 〈노를 든 신부〉는 관습과 제도를 뛰어넘어 자신만의 길을 걷는 여성들을 위로하고 응원한다.
메리는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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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2년 뉴욕주 오스위고에서 태어난 메리 에드워즈 워커는 무겁고 답답한 치마를 벗어던지고 바지를 입은 채 학교에 간다. 메리에게 바지는 ‘입고 싶은 옷’이자 ‘내 옷’일 뿐이다. 사람들은 처음에 거부감을 표했지만, 점차 분위기는 메리보다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는 쪽으로 바뀐다. 세월이 흘러 여자가 바지를 입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졌지만, 우리는 정말 내가 ‘입고 싶은 대로’ 마음껏 입고 있을까? 여전히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메리가 등교했던 교실의 변화는 큰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오, 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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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미자!
이 책의 주인공인 다섯 ‘미자’는 모두 여성 노동자다.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하는 일처럼 여겨지는 청소 노동부터 여자가 하기 힘들다는 편견이 있는 택배 기사까지 다양한 일을 한다. 이들의 삶은 오미자 열매처럼 달콤하기도 하고 쓰기도 하다. 일도 고되지만, 여성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도 맞서야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 어쩌면 하루하루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 모두 ‘미자’가 아닐까? 이 세상의 모든 ‘미자’를 위로해주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큰 여자 아이 안젤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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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속에 천편일률적으로 등장하는 연약하고, 마냥 착하고, 보호받아야 할 소녀의 이미지는 잊어버려도 좋다. 이 책은 타고난 장사이자 자신의 큰 몸집을 이용해 사람들을 돕는 여자 영웅 안젤리카에 관한 이야기다. 안젤리카는 회오리 밧줄을 만들어 곰을 하늘에 던져버리기도 하고 폭풍우 속을 달리는 기차처럼 요란하게 코를 골아대는 여자다. ‘여자아이’가 가질 수 있는 이미지에 대한 상상력을 확장하는 책.
할머니를 위한 자장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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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에 한국 여성들이 공장에서 끊임없이 미싱을 돌렸던 것처럼, 이 책의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할머니도 폴란드 방직 도시 ‘우츠’에서 생애를 보냈다. 작가는 할머니인 훌라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고된 노동의 세월을 위로하는 자장가처럼 이 그림책을 썼다. 옛 사진 앨범처럼 커다란 판형에 천의 질감을 섬세하게 표현한 콜라주가 특징. 지난 시간이 손끝에서 만져질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