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s

아이돌은 결혼하면 안 되나요?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지금 이 말은 K팝을 전 세계에 알리고 있는 아이돌들에게 해당되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왕관의 무게, 개인이 짊어지기엔 너무 무겁지 않나?

BYCOSMOPOLITAN2020.02.28
 
7년 전, 서태지의 이혼과 결혼 소식이 동시에 전해진 날 편집부 사무실은 대혼란에 빠졌다. 특히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의 열렬한 팬이었던 선배 J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이럴 수가! 우리 오빠가 부른 ‘너에게’가 팬을 위한 노래가 아니라고? ”라며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엑소 멤버 첸의 결혼과 혼전 임신 소식이 들렸다. 팬도 아닌 사람들마저도 “헉!” 소리를 냈을 정도로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분명했다. 충격에 빠진 엑소 팬들은 첸의 엑소 탈퇴까지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1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엑소 유료 팬클럽인 ‘EXO-L ACE’ 연합이 시위를 주도하며 첸과 관련된 MD를 길바닥에 버리는 퍼포먼스까지 벌였다. 팬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첸을 버린 게 아니라 종대(첸의 본명)가 첸을 버렸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팬들의 배신감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는 팬들의 동요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는 눈치다.
일반 대중과 팬은 당연하고, 팬들 사이에서도 그 반응의 온도 차이는 존재한다. 이는 아이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듯하다. 우선 아이돌을 상품으로 보는 시각이다. 실제로 팬들은 아이돌에게 막대한 돈을 쓴다. 앨범, 굿즈 등을 대량 구매하는 것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공연을 찾는다. 여기에 시간과 마음을 쏟아 부으니, 내가 산 상품이 갑자기 변질되거나 흠집이 났다면 소비자인 팬들은 당연히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환불과 손해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돌 가수라는 직업을 택한 개인을 그저 자본주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봐도
괜찮은 것일까?
 
팬들이 아이돌을 ‘유사 연애’ 상대로 보는 것도 첸 사태의  원인이 된다. 팬들은 아이돌을 유사 연애의 방식으로 소비하기도 하며, 아이돌 역시 이 방식을 이용해 스스로의 상품성을 높인다.
 
이런 팬들의 심리를 가장 잘 이용한 프로그램이 바로 〈프로듀스 101〉이다. 팬들이 아이돌의 프로듀서 역할까지 하니, 팬들은 진짜 ‘내가 키운 아이돌’이라는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다. 소속사는 이런 팬들의 감정을 이용하고, 팬들은 기꺼이 애정과 돈, 시간을 투자한다. 팬들은 자신들의 최애 아이돌이 연애를 하더라도 들키지 않길 바란다. 타 아이돌 팬인 K는 첸에 대해 “백번 양보해 연애나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혼전 임신이라니. A급 아이돌로서 그건 너무나 무책임한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혼전 임신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쉬쉬한 채 결혼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팬에 대한 책임감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결혼했지만, 결혼 소식을 알릴 수 없는 연예인들의 속사정은 이런 데서 비롯되는 건 아닐까?
 
한 연예부 기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우리나라 대표급 아이돌 엑소 첸의 결혼 소식에 팬들이 받았을 충격과 반감, 배신감은 이해한다. 그러나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팬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개인의 행복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팀에서 탈퇴하라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일부 팬들은 첸이 ‘개인의 이기적인 선택으로 9년간 엑소가 쌓아 올린 위상에 손해를 입혔다’라고 하지만 반대로 ‘9년이란 시간 동안 첸은 개인의 행복을 미루고 그룹 활동에 몸바쳤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반문한다. 팬들의 감정은 이해하나, 개인의 삶으로 봤을 때 탈퇴 요구는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첸의 결혼은 아이돌 역사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가진 개인의 생애 주기를 팬들 역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 말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활동하는 동안 연애·결혼 소식이 기사화됐다면 어땠을까? 왜 서태지는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야 결혼, 이혼, 재혼을 3단 콤보로 고백했을까? 이제 아이돌과 팬의 관계는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Keyword

Credit

  • Editor 전소영
  • illustrator 조성흠
  • Digital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