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핑턴포스트 편집장의 한솔로는 누구?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반려동물 천만 시대, 함께 살던 동물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지는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 역시 많은 시대다. 동물과 함께 나이 들며 사랑과 지혜를 쌓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사랑하고 덜 슬퍼할 수 있는 반려 생활의 조언을 구했다.


한 솔로와 〈허프포스트코리아〉 편집장 김도훈

코숏 한 솔로는 12살

코숏 한 솔로는 12살

당신의 반려동물을 소개해주세요.
이름은 한 솔로. 나이는 12살, 코숏이고요. 거의 완벽하게 턱시도를 입고 있죠. 좋아하는 것은 사람 얼굴에 자기 얼굴을 부비는 것, 싫어하는 것은 배를 지나치게 오래 주물거리는 겁니다.


첫 만남은 어땠나요?
홍대 골목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한 솔로는 6개월 정도 되는 아기였는데, 대담하게도 제 무릎 위로 올라와서 놀기 시작하더라고요. 처음엔 당황했고, 얼른 제 갈 길로 가주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아기 고양이는 독심술이 없었고, 골목에 서서 30분 넘도록 고민했지만 답은 ‘고양이를 키울 수 없다’였어요. 언젠가는 한국을 떠나야 하는데 ‘털뭉치’ 따위가 미래의 걸림돌이 되도록 할 수 없었죠. 도망치듯 집으로 갔지만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다음 날 퇴근하자마자 어제 그 골목으로 달려갔는데, 거짓말이 아니라 아기 고양이가 버선발로 뛰어나오는 거예요. 정말, 하얀 버선발이오. 이거야말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어 입양을 결심했습니다. 알고 보니 주변 가게에서 밥을 얻어 먹으며 사랑받던 친구였지요.


‘한 솔로’라는 이름을 맘에 들어 하나요?
〈스타워즈〉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은하계에서 가장 건강하고 튼튼한 남자가 되라는 의미도 있었죠. 다만 제 주변 친구들도 저도 ‘한’ 자는 빼고 ‘솔로’라고만 부릅니다. 어째 좀 외로운 이름이 돼버린 것도 같지만, 어쩌겠어요. 이미 “솔로야”라고 부르면 자기 이름인 줄 알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것을요. 이 집에는 솔로 둘이 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 살며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뭔가요?
앞서 말했지만 전 한국에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도 언제나 해외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매일매일 궁리했죠. 한 솔로를 입양하고 나서 완전히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살고 있던 곳이 복층 오피스텔이었는데, 고양이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모습을 보며 팔불출 같은 웃음을 짓게 되더라고요. 고양이를 키우기에 딱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2년 뒤 저는 방 3개짜리 아파트로 이사를 갔어요. 이유는 세 가지. 고양이가 들어가지 못할 옷방, 고양이 때문에 심해지는 비염을 위한 통풍, 고양이가 뛰어놀 넓은 공간. 그해 보험 2개, 적금 하나를 들었습니다. 가족이 생기자 언제나 붕 떠 있던 마음이 서울 바닥에 착 달라붙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결과적으로 이 고양이는 제 인생을 바꿨습니다.


한 솔로가 누구보다 자신의 마음을 잘 안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제가 슬플 때면 조용히 와서 기댑니다. 보통은 엉덩이를 때려달라, 간식을 달라, 말이 꽤 많은 편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무언가에 낙담하거나 깊은 외로움을 느끼거나 할 때는 귀신처럼 제 마음을 알아채고 그저 조용히 몸을 기대더군요. 그럴 때마다 ‘기적 같은 순간’이라고 생각하죠.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절망했던 순간을 꼽는다면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려니 지나치게 많은 순간이 마구 밀려듭니다. 사실 한 솔로와 보내는 매 순간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절망했던 순간은 한 솔로가 장난감을 삼켜 긴급하게 개복수술을 해야 했을 때. 한 3년치 눈물을 다 흘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아, 나는 이놈의 고양이 새퀴 없이는 더는 살아갈 수가 없게 됐구나.’

 코숏 한 솔로는 12살

코숏 한 솔로는 12살

반려동물을 잃고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가족이 키우던 요크셔테리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적이 있습니다. 한 달 내내 길을 걷다가도 저절로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다만 신기하게도, 펫로스 증후군을 겪던 그 시기에 홍대에서 한 솔로를 만났습니다. 어쩌면 저의 펫로스 증후군은 또 다른 펫을 얻음으로써 자연스럽게 치유된 셈이겠죠.


나이 든 동물과 함께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친구들 혹은 인스타그램 팔로어들의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이별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이 든 동물과 산다는 건 매일매일 이별을 준비한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어떤 고양이는 20살이 넘도록 살지만 많은 고양이는 15살 정도가 생의 한계입니다. 한 솔로는 12살이고, 노년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저도 40대 중반이 돼가고 있지요.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그러니 같이 늙는다는 건 생의 하루하루를 좀 더 값지게 여기게 되는 것이겠죠.


반려동물과의 작별이 두려워 반려 생활을 시작하지 못하는 사람들한테 조언을 한다면요?
전 사실 모든 사람에게 “동물을 입양하지 마세요”라고 합니다. 동물과 함께 사는 데엔 수많은 조건이 필요한데, 많은 사람이 그걸 생각하지도 않고 동물을 입양하고 곧 후회하곤 합니다. 이별을 경험하는 게 두려워 반려동물과의 삶을 포기한다면 전 그것 또한 좋은 선택일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어바웃 타임〉처럼 이별을 맞이했을 때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처음 홍대 골목에서 만났던 그 순간. 어린 한 솔로를 꼭 껴안은 채 “그동안 고마웠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마지막 순간, 어떻게 보내주고 싶나요?
전 이별을 현실적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내 고양이가 제대로 된 치료가 불가능할 정도로 아프다면 안락사를 선택해야 할까?’ 이런 생각을 종종 해요. 그저 잠이 든 것처럼 어느 날 조용히 제 곁을 떠날 가능성보다는 노환에 따른 병으로 병원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가능성이 클 것 같아서요. 그런 마음의 준비를 매일매일 하고 살아갑니다.


혹시 묘비에 들어갈 문구를 생각해봤나요?
‘우주적 고양이 한 솔로, 여기서 탐험을 끝내다’ 정도가 어떨까 싶네요.


반려 생활의 모토가 있다면요?
인생은 고양이처럼.

반려동물 천만 시대, 함께 살던 동물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지는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 역시 많은 시대다. 동물과 함께 나이 들며 사랑과 지혜를 쌓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사랑하고 덜 슬퍼할 수 있는 반려 생활의 조언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