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이와 타투이스트 지란
」


혁이는 올해 12살 된,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수컷 고양이랍니다.
첫 만남은 어땠나요?
혁이가 한 살쯤이었을 때 지인이 못 키울 사정이 생겨서 데려온 게 벌써 11년이 됐네요. 2017년부터는 제가 여행을 다니느라 엄마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엄마 사랑을 듬뿍 받다 보니 돼지가 됐어요.



예전엔 눈곱만큼도 없던 책임감이란 게 생겼어요.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도 했고요. 전에 혁이가 심하게 아팠던 적이 있어 그 병에 대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혁이가 누구보다 자신의 마음을 잘 안다고 느낄 때가 있나요?
평소엔 제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다가도, 제가 울면 옆에 꼭 붙어 있어요. 그럴 때 보면 제 마음을 다 아는 것 같은데, 아마 귀찮을 땐 모른 척하는 것 같아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가장 절망했던 순간을 꼽는다면요?
제가 힘들 때 혁이가 위로해주면 더없이 행복하죠. 절망했던 순간은 혁이가 아팠을 때. 천만다행으로 병원의 오진이었지만, 큰 병에 걸린 줄만 알았던 그 시절은 정말 끔찍했어요.



혁이 동생 원이가 2015년 겨울에 떠났어요. 원이는 어렸고 갑자기 떠나게 된 거라 준비를 할 새가 없었죠. 그 후로 혁이가 나이 드는 걸 느끼면 두렵기도 해요. 원이처럼 미안하지 않도록 평소에 더 잘해줘야겠다 생각해요. 얼마 전엔 혁이가 송곳니 하나를 뽑았는데, 노화 때문인 줄 알면서 놀린 게 미안하네요.
영화 〈어바웃 타임〉처럼 이별을 맞았을 때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
혁이랑 원이가 처음 만난 날로 할래요. 이별의 기억을 몽땅 없앨 수 있는 기술이 나온다 해도 저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아요. 혁이 때문에 행복했던 일이 너무 많으니까요.
마지막 순간, 어떻게 보내주고 싶나요?
혁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 모인 가운데 사랑받으면서, 아프지 않게 떠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