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 오래 오래 함께 사는 법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반려동물 천만 시대, 함께 살던 동물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지는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 역시 많은 시대다. 동물과 함께 나이 들며 사랑과 지혜를 쌓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사랑하고 덜 슬퍼할 수 있는 반려 생활의 조언을 구했다.


은실, 춘춘, 구름과 사진가 김태은

당신의 반려동물을 소개해주세요.
베들링턴테리어 은실이는 14살, 웰시코기 춘춘이는 13살, 그레이트피레네 구름이는 10살이에요. 사실 은실이는 이번 겨울을 넘길 수 있으려나 걱정이 많은데, 이렇게 새해를 맞았네요.


반려동물을 잃고 펫로스 증후군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7년 전쯤, 첫째 반이를 보내고 한동안 정말 힘들었어요. 제 딴엔 반이가 10살 무렵부터 펫로스에 관한 공부를 엄청 많이 했거든요. ‘언젠가 보낼 날이 오면 차분하게 보내줘야지’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11살에 큰 병에 걸렸고 수술을 시켰다가 허망하게 보냈어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죠. 집에 돌아와서 남은 아이들을 보는데, 순간 싫더라고요. 그렇게 사랑을 쏟아부은 결과가 고작 이건가 싶어서요. 다행히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2주 지나니 회복되더라고요.


옆을 지켜준 다른 개들 덕분이겠죠?
맞아요. 남아 있던 7마리 덕에 제가 정신을 차렸죠. 춘춘이가 엄청 까불이인데, 그 2주 동안 엄청 제 눈치를 살피면서 위로해주더라고요. 반이에 대한 사랑이 정말 남달랐기 때문에 남은 개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신기하게 또 사랑하게 되더군요. 저마다 다르고, 달라서 더 예쁜 애들이니까요.


늙고 아픈 개를 돌보는 건 보통 힘든 일이 아닐 텐데요.
희한하게도 저는 지치지 않더라고요. 숨이 떨어진 반이를 받아 들었을 때, 이 아이와 함께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걸 경험했어요. 은실이가 심장협착증이라 발작을 하는데, 벌써 1년이 됐어요. 처음 발작했던 날, 30분 정도 치매가 와서 저도 몰라보고 으르렁대는데 어찌나 놀랐던지 많이 울었죠. 초반엔 한 달에 한 번꼴이었는데 최근엔 한 달에 두 번씩 그래요. 아프고 나서는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잘 안 들리고 냄새도 잘 못 맡는데, 어떻게든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은실이의 모습을 보면 계속 사랑을 주고 싶어져요. 저만 해도 아프면 예민해지고 뭔가를 무리하게 하려는 게 생기던데, 개들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정말 지혜롭죠. 아, 동물의 세계에선 약한 동물을 우습게 보는 건 본능과도 같잖아요? 은실이가 늙고 아프니까 어린 개들이 음식도 뺏어 먹고 괴롭힐 때도 있는데, 그걸 춘춘이가 막아줘요. 둘이 처음엔 정말 앙숙이었는데 신기해요. 어찌 보면 저는 앞으로 이 아이들과 이별할 일들만 남은 거잖아요? 하지만 그 전까지 너무 행복했고 위로받았으니까, 더 아껴주려고요.


춘춘이와 구름이는 건강한가요?
다행이오. 반이 보내고 나서 아이들 건강검진을 다 해봤는데, 춘춘이와 구름이 둘 다 다리가 안 좋단 이야길 들었어요. 구름이는 뒷다리를 잘라야 한다는 소견도 있었는데, 전 이 커다란 개가 두 다리를 잃고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양평으로 이사해 아이들이 실컷 뛰어놀 수 있게 하면서 자연 치유를 했어요. 반이가 떠나면서 동생들을 지켜주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별을 예감하거나 준비할 때가 있나요?
구름이가 워낙 거구라 나중에 보내야 할 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지인들 반려동물 장례식을 갈 때마다 “혹시 여기 50kg 넘는 개도 화장할 수 있나요?”라고 묻곤 해요.


마지막 순간, 어떻게 보내주고 싶나요?
아마도 은실이가 가장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겠죠. 이번엔 꼭 제 품에서 보내줄 거예요.


반려동물과의 작별이 두려워 (더 이상) 반려 생활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한테 조언을 한다면요?
반대로 생각하면 내가 이 아이를 보내줄 수 있는 게 다행이지 않을까요?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남은 애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전 주변에서 반려견이 10살 넘었다는 이야길 들으면 어린 개를 입양하라고 말해요. 어린 개는 늙은 개한테 배우는 게 있고, 늙은 개는 몸을 움직여 어린 개와 놀면서 활력이 생기니까요. 올해 새해 첫날 한 일이 10살 넘은 개 두 마리를 키우는 집에 유기견을 입양시킨 거예요. 뿌듯하죠!


앞으로 개를 위해 더 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나중에 누렁이 한 마리를 키우고 싶어요. 너무너무 싫은 말인데, ‘식용견’이라 불리는 개 있잖아요? 그 애를 데려다가 정말 보란 듯이 멋지게 키우는 거죠.


반려 생활의 모토가 있다면요?
전엔 주변에 “입양해라”, “한 마리 키워라”라는 말을 많이 했는데 이젠 안 해요. 대신 반려견을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는 집들을 방문해 도움을 주고 있어요. 산책이나 배변 훈련을 돕죠. 개가 보내는 사인을 읽는 게 중요해요. 동물을 키우는 건 자신의 삶을 떼서 나누는 거예요. 내 삶에 끼워 맞출 수 없죠.
반려동물 천만 시대, 함께 살던 동물을 잃고 깊은 슬픔에 빠지는 펫로스 증후군을 호소하는 사람들 역시 많은 시대다. 동물과 함께 나이 들며 사랑과 지혜를 쌓아가는  사람들에게 더 사랑하고 덜 슬퍼할 수 있는 반려 생활의 조언을 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