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혼? 혐애? 연애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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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혼? 혐애? 연애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

비혼을 너머 혐혼, 혐애라는 말까지 나오는 지금, 결혼하고 싶고 연애하고 싶은 욕망이 그렇게 지탄받아야 할 일일까? 설마… 그럴 리가 없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20.01.17
다양한 삶의 방식을 지지, 아니 인정한다. 누군가가 비혼 선언을 하든, 동거를 하든 개인이 결정할 영역이라 생각한다. 그들의 삶을 지지한다는 말마저도 어쭙잖은 오지랖일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이 때가 되면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는 천편일률적인 삶의 방식도 그 자체로 인정받아 마땅하다. 물론 다수가 가는 그런 길을 택하지 않는 개인에게는 더욱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안다.
30대 중반, 결혼해 아이가 있는 친구가 싱글인 친구보다 더 많은 나이가 된 지금, 나는 요즘 세태가 조금 당황스럽다. 한동안 즐겨 찾던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더 이상 연애 고민 상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연인과 있었던 에피소드, 자잘한 고민 사연에 사람들이 저마다 답을 달아주곤 했던 커뮤니티였다. 그런데 지금은 누군가 연애 관련한 글을 올리면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이곳에서 더 이상 ‘혐애’, ‘혐혼’을 불러일으키는 사연을 전시하지 말라는 윽박과 함께. 혐애와 혐혼은 여성 중심 사이트에서 만들어진 말로, 연애와 결혼을 혐오한다는 것을 뜻한다. 결혼과 연애가 ‘혐’이라는 접두사를 붙여야 하는 단어로 받아들이는 이들의 말에 따르면 ‘한남’이라는 걸 알면서도 연애를 시작하고, 그들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힘들다 징징대지 말라는 의미기도 하다. 즉 가부장제라는 제도에 스스로 선택해 들어가는 건 여성해방을 지연시키는 행동이라는 논리다.
미투 운동으로 시작된 페미니즘의 대중화가 반가운 건 사실이다. 그리고 나의 의식을 확장하는 데도 매우 도움이 됐다. 매달 여성 연예인의 화보를 찍으며 인터뷰를 진행하는 나 역시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어떻게 멋있게 담아야 할지, 행여 페미니즘이라는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건 아닐지 경계하며 자기 검열을 하려 노력하니 말이다. 그런데 이 모든 흐름을 떠나, 나는 연애를 하고 싶다. 갑자기 웬 연애 얘기냐고? 페미니즘과 연애를 결부시키는 것이 영 불편하기 때문이다. 결혼도 글쎄… 그만큼 좋아하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기꺼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근데 그게 뭐가 그리 잘못된 생각이라는 걸까? 왜 이런 생각을 하면 싱글 여성들에게 배신자로 비치는 것일까? 이런 말을 하면 왜 화려한 싱글 여성임을 포기한 안티페미니스트로 치부되는 걸까?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는 게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왜 ‘없어’ 보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욕망이 되는 것일까?
 
이런 흐름은 비단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닌 듯하다. 〈코스모폴리탄〉 미국판 2019년 11월호에는 ‘싱글인 걸 인정해도 될까요?(Can I admit that I hate being single now?)’라는 제목으로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도 안다. 사회적으로 여자가 짝을 찾아야 할 의무가 없는 시대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지 말이다. 지금은 여자들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 운동까지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잘 살기 위해 누군가의 여자 친구, 아내가 될 필요가 없으며, 이는 응원받을 가치가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런 흐름을 떠나 몇몇 사람들이 왜 결혼하거나 연애하는 여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명제를 내거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연 연애와 페미니즘, 결혼과 페미니즘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일까? 결혼이라는 제도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면, 그걸 빼고 연애만 생각해보자.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으며 가능하다면 그와의 괜찮은 미래를 꿈꾸고 싶다. 몇 번의 이별로 나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게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혼자 보는 영화도, 혼자 떠나는 여행도 그리 즐겁지 않다. 친구도 좋지만 이왕이면 몸과 마음을 나눈 연인과 함께하고 싶다. 결국 내가 완벽하게 자립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는 게 조금 굴욕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어쩌겠는가? 그게 나인걸.
개인이 독립했다는 것, 자유롭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문구에서 빌리고자 한다. “다수의 절대적 확신은 여론의 확신과 같다. 이 여론을 빌려 자유를 구속하는 것은 여론에 반해 자유를 구속하는 것만큼이나 옳지 못한 일”이라는 것이다. 전적으로 자유롭다는 건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는 것이다.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싱글로 살아야만 온전한 것은 아니다.
결론은 이렇다. 연애든 결혼이든 그게 개인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면 그 선택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함께할 연인을 원하고, 결혼할 누군가를 찾는다고 해서 절대 죄책감을 느끼지 말자. 결혼과 연애는 절대 시대착오적인 산물이 아니다. 그러니 마음껏 말하자. 연애(결혼)하고 싶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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