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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진짜 90년대생을 아느냐?

90년대생들이 직장에서, 혹은 고시원에서 속속 자리를 잡아가는 동안 서점가에서는 ‘90년대생’을 키워드로 한 책들이 베스트셀러 매대를 꿰차기 시작했다. 그런데, ‘9급 공무원 세대’라고 불리는 ‘요즘 애들’은 정말로 ‘요즘 책’에 쓰여 있는 것처럼 암울하기만 한 미래를 그릴까? ‘디지털 세대’라고 불리는 90년대생들은 정말로 더 이상 책 한 줄 읽지 않을까? 90년대생들을 만나 직접 물었다.

BYCOSMOPOLITAN2020.01.06

디지털 네이티브: 진지함은 종말하지 않았습니다만

90년대생을 분석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디지털’이라는 키워드다. 〈90년생과 일하는 법〉에서는 “선배들이 직감을 중시하는 소통에 익숙하다면, 후배들은 의미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는 문자 소통에 익숙하다”고 분석한다. 〈90년생이 온다〉의 저자는 90년대생을 대표하는 3가지 키워드 중 하나로 ‘간단함’을 꼽는다. ‘앱 네이티브’인 90년대생들에게는 종이보다 모바일 화면이 익숙하고, 문서에 대한 집중력이 약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에서 기사를 읽을 때도 헤드라인을 읽은 뒤 주요 문장 중심으로 내려가는 F자 형태 읽기를 한다고 분석한다. 또한 긴 글을 마주했을 때는 댓글의 ‘세줄요약’을 적극 활용한다면서, 빠르고 간단하고 직관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90년대생의 이런 특성이 단순히 ‘게을러서’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하루 중 적게는 평일에 3시간, 약속 없는 주말에는 9시간까지도 스마트폰을 보는 이민영 씨는 매번 확인하는 플랫폼도 다양하다. 새로운 소식의 경우 분야별로 지금 뜨는 이슈가 잘 정리된 네이트, 모르는 정보를 검색할 땐 네이버나 다음, 구글 등의 포털, 맛집을 검색할 땐 인스타그램, 그리고 동영상 콘텐츠를 볼 땐 유튜브를 이용하는 식이다. 도드라지는 점은 인스타그램도 최근 들어서는 ‘스토리’와 ‘라이브’ 등 상호 소통이 빠른 동영상 기능 중심으로 소비한다는 사실이다. “피드에는 정말 예쁜 것만 올리고 싶으니까 아껴두게 되고, 일상은 대부분 스토리로 올려요. 스토리를 보며 친구들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한 뒤 DM으로 즉각 반응하고 소통할 수 있으니까요. 요새는 친구들끼리 카카오톡을 잘 안 해요. 그보다 여행을 가 있을 때나 좋아하는 연예인을 봤을 때 자랑하기 위해 카카오톡 라이브를 이용하는 식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책 읽기가 정말 힘들어요. ‘세줄요약’은 바로 저와 같은 사람을 위한 것이죠”라며 공감을 표했다.
인터넷상에서 ‘병맛’ 문화가 인기를 얻으며 드립과 밈, 짤방 등이 유행하게 됐고 그 중심에는 90년대생이 있다고도 한다. 최근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와썹맨〉 〈워크맨〉은 웹 콘텐츠 중에서는 ‘병맛’의 최고봉인데, 보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대학 시절 예능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는 이주혜 씨는 “요즘 〈괴릴라 데이트〉를 보는데, 진짜 웃기거든요. 얼마 전에 ‘루머의 루머의 루머’라는 코너에 다이나믹 듀오가 게스트로 나왔는데 ‘두 분이 너무 친해서 개코 씨 아들 탯줄을 최자 씨가 잘랐다는데 사실인가요?’ 같은 황당한 질문을 던져요”라며 ‘최애’ 콘텐츠를 밝혔다.
그러나 90년대생이 즐기는 콘텐츠를 ‘간단함’이나 ‘병맛’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1988년생으로서 미국의 1980~99년생을 분석해 〈밀레니얼 선언(Kids These Days)〉으로 펴낸 맬컴 해리스는 “10대들에게 왜 페이스북을 쓰냐고 물어보는 것은 서로 대화를 왜 하는지 물어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적는다.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젊은 미국인들의 삶에 대해 많은 영감을 얻을 수는 있지만, 젊은 미국인들이 왜 이렇게 사는지 페이스북을 통해 분석하려 들면 오히려 피상적인 결과만 얻게 될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서 1995년생부터 2005년생, 즉 밀레니얼과 Z세대를 함께 분석해 발간한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에서는 밀레니얼이 가장 많이 즐기는 콘텐츠와 그 이유를 비교적 정확하게 분석한다.  예를 들어 브이로그를 보는 심리는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흥미로운 일상을 누리는 사람을 보며 공감하거나,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함이다. 한효진 씨는 “유튜브로 브이로그만 봐요. 한 명은 직장인이면서 유튜버로서 투잡을 열심히 하는 게 대견하고 신기해서, 한 명은 최근 결혼해서 신혼 생활을 보는 재미에, 나머지 한 명은 외국 생활하는 유튜버라 대리 만족하기 위해서예요. 어느새 저도 모르는 심리적 유대감이 생겼는지, ‘아, 이 언니 잘 지내나?’ 싶은 마음으로 보게 돼요”라고 설명했다. 양지희 씨는 “먹방이랑 게임 플레이 영상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 자기 전이나 밥을 먹을 때 자주 보는데, 둘 다 대리 만족하기 위해서예요. 저는 밥을 잘 챙겨 먹지 못하는 편이고, 게임은 좋아하는데 부모님이 제가 게임하는 걸 싫어하시거든요”라고 답했다. 방송국에서 조연출로 일하다가 그만둔 뒤 재취업을 준비하는 93년생 김지은 씨의 경우 그만큼 챙겨 보는 유튜브 채널도 다양하다. “한국의 현실을 잠시 잊게 해줄 국제 커플 브이로그, 힐링을 위한 반려견과 반려묘 채널, 시골 배경이나 귀농 채널을 많이 봐요. 취미가 요리라 요리 콘텐츠도 보고, 먹방 중에서는 많이 먹는 것보다 정말 맛있는 조합을 기가 막히게 찾아 먹는 유튜버 위주로 보죠”라고 설명한다. 스타트업의 콘텐츠 개발팀에서 일하는 92년생 임서희 씨는 “짤방이나 밈, 줄임말 등이 의사소통을 단순히 ‘간단하게’ 하는 방식이라는 데는 공감할 수 없어요. 짤방 하나를 보낼 때도 여러 번 고민하게 되거든요. 이게 맥락에 맞는지, 충분히 재미있는지, 누굴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을지 말이에요. 만약 90년대생이 쓰는 짤방이나 밈이 정말 직설적이고 간단한 의사 표현 방법이라면 80년대생은 물론이고 그 윗세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잖아요? 우리 사이에 통하는 문화적 코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한다. 기성세대가 책이나 다른 아날로그 플랫폼에서 충족시키던 ‘공감’과 ‘관음’에 관한 욕망을 90년대생은 디지털상에서 누리고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한편 90년대생은 디지털 세대라고 불리는 동시에 아날로그를 동경한다는 모순도 있다. 한효진 씨의 경우 쉬는 시간에 가장 많이 즐기는 것은 스마트폰이 아닌 ‘도서관에서 책 읽기’다. “일부러 저의 관심사가 아닌 분야의 책을 찾아 읽어요. 원래는 시집이나 소설책 읽는 걸 좋아하지만 일부러 과학이나 종교 서적을 보는 거죠. 사실 저는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에 친밀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출퇴근할 때도 라디오로 팟캐스트를 듣고, 사진은 필름 카메라로 찍는 걸 좋아하죠.” 김지은 씨의 경우 “우리는 20살이 돼서야 스마트폰을 손에 쥔 세대예요.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하기엔 Z세대에 비해 설득력이 약하죠. 그들은 정말 학교 과제를 영상으로 해 가는 세대거든요. 저희는 뭐랄까, 과도기 정도죠”라며 공감하지 못했다.
 

프로 불편러: 미쳤습니까 휴먼?

90년대생에게 솔직함이란 ‘불편한 것에 대해 서슴없이 발언하는 솔직함’에 가장 가깝다. 〈90년생과 일하는 방법〉에서는 ‘자기 권리’를 중시하며 까칠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90년생 후배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고민을 얘기한다. 단순히 자신의 기분을 필터링 없이 표현한다기보다 부조리나 문제점을 가감 없이 지적하는 ‘건강한 까칠함이 필요하다’는 데 중점을 둔다. 90년대생은 일터에서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그저 ‘존버’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고 있다. 한효진 씨는 “일이 적성에 잘 맞았음에도 1년을 못 채우고 그만두게 된 건 순전히 사수 때문이에요. 업무 진행보다 의전에 더 신경 쓰는 비효율적인 절차는 차치하고라도, 압존법이나 인사 여부 같은 걸로 사사건건 공개적으로 잡도리하는 사수를 이해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엑셀로 보고서를 보낼 때 화면 비율을 100%로 보내 한눈에 보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는 거예요. 그럴 거면 처음부터 80% 비율로 보내달라고 정확히 업무 지시를 했으면 되는 일 아닌가요?”라고 말한다. 이민영 씨는 자신이 다니던 대학교에서 성추행으로 고발당해 해임된 강사가 있다고 얘기했다. “평소 외모 평가나 신체 접촉을 서슴없이 하는 사람이었어요. 사실 저희 학번 때만 해도 뒤에서 수군거릴 뿐 별다른 대처가 없었는데, 올해 들어 문제가 불거져 대나무숲에 누군가 해당 강사의 행동을 고발하는 글을 올렸죠.” 〈90년생이 온다〉에서는 직장 내 부당함과 비효율에 대해 발언하는 경우는 물론, 사회적으로 만연한 성차별이나 갑질 등의 문화에 대해 예민하게 날을 세우는 ‘프로 불편러’와 ‘화이트 불편러’에 대해 짚는다. 90년대생인 이커머스 기획자가 직접 90년대생의 소비 문화를 분석한 책 〈90년대생 소비 트렌드 2020〉에서는 90년생을 “뷰티, 코덕이면서 탈코르셋하는 세대”라고 얘기한다. 외모지상주의가 점점 더 심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자라 뷰티와 코즈메틱, 성형에 관심이 많지만 대부분의 90년대생들이 외모에 집착하는 건 ‘남들을 위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의 만족을 위해’ 하는 행위임을 짚는다. 또한 자신은 외모에 대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고 스스로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외모를 향상시키는 방안을 고민하지만, 사회나 타인이 외모에 대해 평가하거나 참견하는 데는 불편함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지금은 홍보사에서 일하지만 한때 캐스터를 꿈꿨던 이주혜 씨는 “성형외과에는 ‘아나운서 성형’이라는 게 있어요. 저 역시 화면에서 제 얼굴이 너무 달덩이처럼 나오는 것 때문에 ‘윤곽 성형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건 아나운서의 이미지를 위한 것이지 제 만족을 위한 게 아니잖아요?”라고 말한다. 예능 PD를 꿈꾸는 김지은 씨는 자칭 타칭 ‘프로 불편러’다. “이번 공채에도 줄줄이 떨어지고 나서 심적으로 힘들긴 했어요. 예능 PD를 지원해놓고 너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시비하는 ‘피씨충’이어서 그런 걸까 싶기도 했죠. 그렇지만 사실 저는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가 싫어 예능 PD를 지원하는 거거든요. 예를 들면 〈미운 우리 새끼〉에 등장한 여성 게스트에게 ‘출연자 중 한 명과 결혼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하겠냐’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무례하고, ‘혼내주자’는 유행어도 폭력적이라 생각해요. 김건모 성폭행 논란을 다룬 기사를 접하면 사람들은 ‘피해자에게 돈을 줬는지’에만 관심을 갖죠. 예능 방송을 올바른 방향으로 만들면 다른 무엇보다 파급력이 클 거라 생각해요.”
한편으로 김지은 씨는 이런 불편한 점을 지적하는 게 당연한 것이지, 지적하는 90년대생을 특별하게 취급하는 시선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90년대생이 체벌과 두발 및 복장 제한 등 자유롭지 못한 학창 시절을 보낸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임서희 씨는 “당돌하고 까칠한 90년대생의 발언을 자극적으로 다루는 책들이 불편해요. 저희는 ‘안 참는’ 게 아니라 ‘더 이상 못 참겠다’는 거거든요. 언젠가는 이 부조리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반대로 말해 침묵하는 사람들이라고 침묵할 만해서 그러는 걸까요? 말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직 많은데, 그 사람들이 평균값이라고 생각하지 말았으면 하거든요”라고 소신을 밝혔다.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에서는 밀레니얼과 Z세대를 “1그램의 작은 참여라도 실천하는 세대”라고 표현하며 일본과 갑질 기업 불매 운동, 기부 운동, 건전한 음주 문화 만들기, 환경보호 운동에도 적극 동참한다고 분석한다. 〈90년생이 온다〉에서 게시판에 올라오는 고객의 엉뚱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그러나 유머러스하게 답해 신뢰를 얻은 세스코의 사례를 예로 들었듯이, 90년대생은 ‘성의’와 ‘진정성’이 통한다고 믿는 세대기 때문이다.
 

‘90년대생’을 아신다고요?

〈90년생이 온다〉의 저자는 책의 도입부에 다음과 같이 적는다. “그러다가 ‘1982년생인 내가 X세대에 속할까? 그럼 나랑 동갑인 82년생 김지영은?’이라는 생각까지 다다르자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세대론을 다룬 대부분의 책은 모두 도입부에 세대론 자체의 위험성에 대해 다루며 시작한다. 그렇다면 세대론의 위험성에 대해 마지막으로 얘기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세대론에 대한 경고는 ‘세대론은 위험성이 있으나 이렇게 분석해볼 수 있다’라기보다는, ‘이렇다고 분석하지만 결론적으로 세대론은 조심스레 참고해야 한다’에 더 가까워야 한다. 〈밀레니얼 선언〉의 서문에서 맬컴 해리스는 “세대란 양적인 변화가 질적인 변화로 귀착될 때를 의미한다. 시간이 흐르며 사회가 성숙해지고, 어떤 지점에 도달하면 그 변화가 세대를 가르는 흐릿한 경계선으로 발전한다”라고 적는다. 세대를 갈라놓는 것은 몇 가지 위기와 사건이지만, 그 시기가 충분히 지나고 난 후에야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세대 간의 차이를 벽이라 생각하지 말라고 설파한다. 그런데 만약 90년대생을 다른 세대와 구분 지을 특정한 사건을 결정한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이 ‘9급 공무원 세대’를 이야기하며 언급했던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일까? 식품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92년생 이건호 씨는 “9급 공무원 세대라는 말에 완전히 공감하지 못하는 건, 9급 공무원 채용이 다른 채용에 비해 늘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또한 2008년 금융 위기가 90년대생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도 딱히 공감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한다. 한효진 씨는 “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하니 정말로 어려운 게 맞다는 생각은 들어요. 저도 창업 준비까지 해봤지만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앞으로 사회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저 개인의 삶에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고 싶은 건 문화나 예술 사업인데, 예술에 돈을 쓰는 사람은 앞으로 더 많아질 거라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한다.
김지은 씨는 “세대론을 얘기할 때 ‘일반적인’, ‘보통의 경우’를 얘기하고자 하는 건 알겠지만 여성의 이야기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제가 20대에 겪은 가장 큰 사건은 세월호, 그리고 잇단 여성 연예인들의 사망 사건으로 기억될 것 같은데 말이죠”라고 말한다. 〈90년대생 소비 트렌드 2020〉에서 지적했듯 90년대생은 아이돌 문화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자라난 세대다. 그러나 이들이 따르던 남자 아이돌 중 몇은 범죄자가 됐고, 여자 아이돌 중 몇은 세상을 떠났다. 김지은 씨는 “같이 자라났다고 생각해서인지 동질감도 들거든요. 동년배 여성으로서 그들이 겪었을 아픔에 누구보다 공감했어요”라고 말한다. 임서희 씨 역시 ‘90년대생 여성’의 세대론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페미니즘 이슈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5~6년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이 시발점이 됐던 대규모 시위나 각계각층의 미투 운동에 주축이 됐던 이들 중 90년대생 여성들을 빼놓을 수 없지 않나요? 그게 직장 내 문화에 끼친 영향도 엄청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90년대생들을 분석한 책들에 이런 내용을 훨씬 많이 할애했어야죠.” 하지만 동시에 최근 부각된 페미니즘 움직임에 공감하지 못하는 90년대생도 많다. 양지희 씨는 “여성이 집에 있지 왜 나와서 일을 하냐는 말을 들으면 어이가 없지만, 저는 남녀가 서로 헐뜯을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이슈를 사회적으로 강요하는 느낌이에요. 불편해하지 않는 제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것 같아요”라며 또 다른 불편함을 표했다. 그녀는 ‘9급 공무원 세대’는 맞을지 모르지만 ‘프로 불편러’는 아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일을 그만두게 된 한효진 씨는 ‘프로 불편러’는 맞지만 ‘디지털 세대’는 아니다. 93년생 한예지 씨는 “90년대생에 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90년대생이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 누구도 90년대생의 모든 특징을 한꺼번에 지니고 있지 않고, 누군가 “90년대생”이라고 말하는 순간 어떤 90년대생들은 소외된다. 임서희 씨는 “90년대생이 진짜 ‘주류’가 됐다면 왜 우리가 이렇게 낱낱이 파헤쳐져 분석 대상이 돼야 하죠? 저희가 정말 주류라면 저희가 기성세대를 분석하고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90년대생들은 기성세대가 자신들을 책 한 권으로 엮어 완벽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90년대생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건, 이해의 완성이 아니라 그 모순의 세계 속으로 이제 막 발을 들여놓는, 시작일 뿐이니까.
 
*본문의 이름은 모두 가명을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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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itor 김예린
  • illustrator 최혜령
  • Design 조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