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장에서 우리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은 익숙치 않은 건물 구조나 어마무시한 업무량이 아니라 “결혼은 언제 하니?”와 같은 상사의 ‘갑분싸’ 질문이다. 친해지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늘 이어지는 질문은 사는 곳, 학력, 심지어 주거 유형에 이르기까지 인구주택총조사에서나 들어볼 법한 판에 박힌 내용이다. “몸무게가 몇 kg이냐?”, “남자 친구 직업은 뭐냐?”와 같은 무례한 질문은 옆에서 듣는 제3자마저 민망하게 한다. 때로 “전 직장은 왜 그만두게 됐느냐?”, “이 회사에 들어오게 된 이유가 뭐냐?”와 같은 질문이 나오기라도 하면 마치 다시 면접 자리로 돌아간 것처럼 괴롭다. 흔히 말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지만 직장이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 이유다. 코스모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구조사가 싫은 이유로 “상대방이 굳이 알아야 할 정보가 아니라 생각해서”가 1위를 차지했으며, “물어보는 것도 괜찮고 답해줄 의사가 있는 질문은?”에 대해서는 16%가 “없음”을 택하기도 했다. 한 응답자는 “다른 것 말고 ‘내가 뭘 좋아하는지’에 집중해줬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오늘 점심으로 뭘 먹고 싶은지에 대해서라면 얼마든지 대답할 준비가 돼 있거든요”라고 ‘팁’을 전했다. 한편으로 응답자들도 호구조사가 ‘친해지고 싶은 상사들의 욕망’임을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예를 들어 “물어보는 건 괜찮지만 답하기는 가장 싫은 질문”에서 “연애해요?”가 1위를 차지한 것이 이를 대변한다. ‘연애’의 경우 가장 쉽게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질문이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질문이든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중요하다. 한 응답자는 “‘해외여행 어디 어디 다녀왔어요?’라는 질문도 싫어졌어요. 어디는 꼭 가야 하고, 어디는 안 가면 인생에서 큰 걸 놓치는 거라느니 식의 충고 아닌 충고를 하던 사람 때문이죠. 이런 사람과는 제 여행의 추억을 나누고 싶지도 않아요”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