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첫 직장은 런던에 있는 패션 브랜드였다. 난 마케팅 인턴으로 제작부터 행정 업무까지 모두 담당해야 했다. 22살의 내겐 두렵고 걱정되는 일이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주어진 일을 해내려 애썼다. 촬영 어시스턴트를 하며 새벽 2시에 에스프레소 심부름을 한 적도 있다. 그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연 레스토랑을 찾아 헤매고, 식당에서 컵을 주지 않아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가 일회용 컵을 구해 오는 등 ‘개고생’을 하기 일쑤였다. 그 시절의 나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한번은 런던 패션 위크에서 좌석 배치 업무를 담당했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지만 애써 괜찮은 척 혼자서 맡은 임무를 해나갔다. 하지만 쇼가 시작하기 몇 분 전, 좌석 배치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사전에 지정된 번호와 좌석이 모두 엉망진창이 된 것이다. 심지어 초청 리스트에 없었던 네타포르테의 창립자 나탈리 마스넷은 갓난아기와 함께 쇼장을 찾았다. 아기를 위한 자리를 그녀 옆에 따로 마련해야 하는지, 쇼가 진행되는 동안 아기를 안고 있으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나는 패닉에 빠졌고, ‘내 커리어는 이제 끝났구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10분 동안 구석에 숨어 있었다. 결국 동료들이 나서서 게스트들이 새 자리를 찾아갈 수 있게 도와줬고, 쇼는 아무 탈 없이 진행됐다. 이 사건을 겪으며 배운 게 뭐냐고? 모를 땐 망설임 없이 도움을 청하라는 거다. 주위 친구들에게는 물론이고 스스로에게도 자주 하는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곤경에 빠진 내게 손을 내밀어줄 동료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동료를 경쟁 상대로 여기고 서로에게 입을 꾹 닫기도 한다. 하지만 동료는 얼마든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다. 혼자 잘난 체하며 고집 피워봤자 돌아오는 건 실수뿐이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한층 더 성장한 나는 결국 승진했다. 상하이와 홍콩을 오가며 생산과 대외 구매 담당 직책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좋은 동료들을 만났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일하고 또 배우기도 하면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는 비즈니스 지식을 얻었고, 2017년에 키트리를 창업할 수 있었다. 나는 직원을 고용할 때 야망뿐 아니라 윤리 의식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평가한다. 그건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그 사람 자체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김 해니(32세)
[뱀파이어 : 가장무도회-블러드 라인 2]의 게임 디자이너 & 작가
걸음마를 뗄 때부터 게임을 했다. 8살 때까지만 해도 이 재미있는 게임들을 누군가 직접 만든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 이후 에든버러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졸업한 뒤 락스타 게임즈(Rockstar Games)에서 게임 테스터로 일하게 됐다. 큰 꿈을 가지고 입사했지만, 내가 하는 일은 8시간 동안 벽에 부딪히면서 게임 캐릭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테스트하는 것뿐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며 배운 것은 내가 무엇에 관심 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제대로 말하는 법이다. 무언가를 말할 때 어떤 이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지만, 내 의견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분명 있기 마련이다. 회사 생활에서 동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당시 동료들은 거의 다 남자였기 때문에 내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거나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기 일쑤였다. 지금 어떤 일에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앞일이 막막하다면 나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여성 동료를 물색하길 권한다.당신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줄 것이다. 그 후 나는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하며 꾸준히 게임에 관한 글을 썼다. 그 경험을 통해 게임을 소재로 성 소수자와 인권 운동에 대한 주장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꾸준히 글을 써온 덕에 내 기사는 〈뉴욕 타임스〉에도 실렸고, 여러 게임 회사로부터 게임 관련 기사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20대였던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커리어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있었다. 남자들만 가득한 이 업계에서 여자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기 때문이다. 게임에 관해 글을 쓰는 걸 업으로 삼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으며, 동경하던 남자들과 데이트하는 데 더 급급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들보다 내가 더 재능이 뛰어났고, 그때 스스로를 좀 더 믿었으면 좋았으리란 아쉬움이 남는다. 남자들이 가득한 업계에서 기가 죽는다고? 전혀 그럴 필요 없다. 눈치 보는 것은 오히려 시간 낭비다. 당신은 그들만큼, 아니 그들보다 더 뛰어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당신만이 가진 개성을 믿고 하고 싶은 일을 추진하라. 어느 날 당신의 그 개성이 누군가가 당신을 고용하는 결정적 이유가 될 테니. -카라 엘리슨(33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