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연말 스타일을 책임질 주얼리 디자이너 4

주얼리는 작지만 강한 힘을 가졌다. 표정 없는 얼굴에 감정을 더해주고, 움직이는 손끝만 봐도 그 사람의 취향을 엿볼 수 있으니까. 연말을 앞두고 당신의 취향을 업그레이드해줄 주얼리 디자이너 4명을 만났다.

BYCOSMOPOLITAN2019.12.16
 
“시간이 지나도 멋스러운 클래식한 주얼리가 좋아요.”
박지현 (더파크지 디자이너) 


한적한 경리단길을 따라 찾은 더파크지의 쇼룸은 파리 골목을 헤매다 발견한 곳 같았다. 좁은 골목을 비추는 가로등부터 간판 대신 어닝에 이름을 새긴 것, 금장 장식의 문까지 주얼리 디자이너 박지현의 취향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녀가 수집한 작품이 쇼룸 한쪽에 놓여 있다.다양한 의미를 가진 원석을 활용해 주얼리를 만든다. 가는 주얼리와 뱅글을 겹쳐 연출한 룩.
“더파크지를 시작하기 전에는 한섬에서 브랜드 콘셉트 설정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일을 했어요. 각 브랜드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디자인하기 전 단계의 일을 하는 거죠. 의상부터 백, 슈즈 등 다양한 아이템을 다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얼리 관련 시안을 잡는 작업을 할 때 가장 즐거웠어요.” 어릴 때부터 할머니의 유색 주얼리를 눈여겨보던 소녀가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하게 된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멋스러운 것들에 매력을 느꼈어요. 재클린 오나시스의 룩처럼요. 지금도 그녀의 클래식한 룩은 제게 많은 영감을 줘요. ‘재클린’이라는 이름을 딴 주얼리 라인도 있을 정도죠. 요즘은 뱅상 카셀의 연인으로 글래머러스한 매력을 보여주는 모델 티나 쿠나키에게 눈이 가더라고요.”
 
(왼쪽부터)뱅글 24만5천원. 반지 28만원.뱅글 10만5천원.반지 33만5천원.목걸이 12만원.목걸이 9만5천원.
시즌마다 영감을 받아 디자인하는 주얼리와 함께 그녀가 계속 이끌어가고 싶은 것은 웨딩 라인이다. 브랜드와 가격에 의미가 가려진 웨딩 주얼리의 순수한 목적을 되찾고자 한 것이 그녀가 이 라인을 시작한 이유. “웨딩 링은 다이아몬드의 커팅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죠. 고가의 웨딩 주얼리를 구입해 평소에 착용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클래식하지만 심플해 다른 주얼리와도 매치하기 쉽게 디자인하고 있어요. 밴드 소재도 피부 톤에 맞게 선택할 수 있죠.”     
패션 이벤트나 미팅이 잦아 드레스업할 일이 많은 그녀에게 파티 룩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요즘 미니드레스에 롱부츠를 매치하거나 미디 길이의 드레스에 부티 힐을 더하는 룩에 꽂혔어요. 파티 룩은 심플한 드레스에 가는 주얼리로 강약을 주는 것을 추천해요. 가는 목걸이를 겹쳐 연출할 땐 볼드한 반지를 하나 더한다든가, 가는 반지를 손가락 마디마다 낀다면 볼드한 팔찌로 힘을 주는 거죠. 손에 포인트를 주면 특별한 날, 잘 차려진 디너 자리에서 기억에 남을 사진을 얻기에도 좋거든요.”    
 

 
파티 분위기로 꾸민 쇼룸에서 포즈를 취했다.

파티 분위기로 꾸민 쇼룸에서 포즈를 취했다.

“더운 도시로 떠나는 여행은 저에게 늘 새로운 영감을 줘요. ”
심수지 (프루타 디자이너) 


“처음엔 제가 하고 싶은 주얼리를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어요. 컬러풀하고 큰 주얼리요!” 부스스한 헤어스타일에 미키마우스가 그려진 스웨트셔츠와 해진 청바지를 입은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스페인어로 과일이라는 뜻인 프루타의 주얼리는 싱그러운 과일 색을 그녀의 취향대로 조합한 것이 특징이다.
 
움직일 때마다 찰랑이는 파티 귀고리들.2가지 컬러를 조합한 프루타의 주얼리들.
주얼리에서 보여지듯 하와이, LA, 방콕 등 따뜻한 도시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그녀가 디자인을 하는 중요한 양분이 된다. “이번 컬렉션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어요. 편집숍 페얼스를 운영하는 남편과 여행을 다니며 비비드한 컬러가 많은 주얼리를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지 생각하다가 과일에 반짝이를 발라 새로운 오브제를 만들어봤어요. 그리고 그 형태를 보고 주얼리를 제작했죠.” 스팽글 천이 깔린 쇼룸에는 2가지 컬러를 조합한 퍼즐닷 귀고리부터 프루타를 알린 플라워 모티브의 주얼리가 전시돼 있었고, 반짝이 가루에 굴린 과일 사이사이에 이번 시즌에 공개된 파티 주얼리가 놓여 있었다. “프루타 주얼리를 처음 착용하는 분들은 특별한 날을 위해 구입한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컬러와 소재 제한을 두지 않고 시도한다면 캐주얼한 룩에 포인트로 더하기 좋죠. 특별한 날엔 ‘난 이런 스타일도 가능해!’ 하고 남들과는 다른 자신감 있는 룩을 연출할 수도 있고요.”
 
반지 3만9천원.머리끈 3만9천원.귀고리 3만9천원.귀고리 8만9천원.백 5만9천원.
주얼리 외에도 헤어핀, 머리끈, 작은 가방 등 그녀의 밝은 에너지는 더욱 다양한 아이템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주얼리로 제한하기보다는 룩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액세서리에 초점을 둬요. 다음엔 프루타 주얼리에 주로 쓰는 레진 소재를 활용해 선글라스도 만들어보고 싶어요.”
 

 
쇼룸엔 늘 그녀의 강아지 감자와 함께 한다.

쇼룸엔 늘 그녀의 강아지 감자와 함께 한다.

“새로운 소재로 작업하는 일은 늘 흥미로워요.”
노소담 (1064 스튜디오 디자이너) 
 
자연적인 소품과 함께 전시된 주얼리.
글로벌 온라인 편집숍 네타포르테가 6개의 한국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택해 캡슐 컬렉션을 제안한 코리안 컬렉티브 라인에서 시선을 끄는 주얼리 브랜드가 있었다. 바로 1064 스튜디오. 금속 디자인을 전공한 노소담은 1년 동안 주얼리 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공방을 시작했다. “금이 녹는 온도인 1064℃에 착안해 브랜드 이름을 지었어요. 저에게 주얼리는 몸에 하는 장신구보다는 금속과 오브제로서의 접근이 더 익숙했거든요.”
건축물과 조형물 등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색다른 소재를 사용해 작업하는 디자이너들과 협업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주로 쓰는 레진 소재에 한계를 느낀 후 유리를 소재로 한 전수빈 작가의 작업을 눈여겨보다가 먼저 협업을 제안하게 됐어요. 오래된 사이다병처럼 기포가 보이는 1980년대 빈티지 유리를 재현하고 싶었죠.”  
 
목걸이 13만원.초커 10만5천원.목걸이 1백만원.귀고리 18만9천원.
쇼룸을 둘러보니 아크릴 소재로 다양한 컬러를 선보인 ‘썸나이츠’ 시리즈를 비롯해 비대칭 주얼리들이 눈에 띄었다. “디자인할 때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주얼리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링을 더해 끼우는 곳에 따라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거나, 다른 주얼리와 매치해도 또 다른 스타일링으로 연출할 수 있도록 말이죠. 어떤 분들은 귀고리 한쪽은 목걸이 펜던트로 주문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장르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받는 그녀가 요즘 꽂힌 것은 MKDT라는 코펜하겐 브랜드다. 구조적인 실루엣과 구김 있는 소재, 의도적인 주름과 꼬임 등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옷의 형태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그런가 하면 실무적으로는 고객과의 소통이 브랜드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4년째 브랜드를 운영하는데 아직도 배울 게 많아요. 초기엔 디자인에 치중해 무게나 착용감을 별로 고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요즘은 고객과 소통하면서 제품의 단점을 보완해나가고 있어요. SNS를 통해 색다른 스타일링에 대한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직접 본뜬 손 모양의 조각들 앞에 선 그녀.

직접 본뜬 손 모양의 조각들 앞에 선 그녀.

“초현실주의, 회화 작품, 인체의 곡선 등이 드와떼를 완성하죠.”
 진 드보라 (드와떼 디자이너) 



금속 상가가 몰려 있는 을지로의 골목에 위치한 드와떼의 쇼룸 한쪽엔 장인의 작업실처럼 주얼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장비가 놓인 책상이 있었다. 브랜드 로고인 손 모양의 펜던트를 이리저리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쇼룸은 프랑스어로 ‘손 기술’이라는 뜻을 가진 드와떼의 의미를 제대로 보여주는 곳이었다.  프랑스에서 파인 아트를 전공하고 랑방 파리, 로저 비비에 등에서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일한 드보라는 화려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를 떠올리며 브랜드를 론칭했다.
 
금속을 비틀며 다양한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드와떼의 주얼리를 만드는 장비들.원석에 우아한 곡선이 더해진 그녀의 주얼리들.
“회사에서 일할 때 동료들의 룩이 많은 영감을 줬어요. 빠지지 않는 팔찌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한 사람은 물론, 볼드한 귀고리나 컬러감이 있는 목걸이를 단순한 니트에 더한 룩 등 심플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주얼리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죠.” 그녀의 주얼리는 새로운 브랜드에 목마른 해외 인플루언서들이 먼저 알아봤다. 지난 파리 패션 위크 때 아미송의 인스타그램과 스트리트 룩에서 종종 드와떼의 주얼리가 등장했던 것. 라이브를 통해 브랜드를 묻는 팬들에게 아미송은 한국 브랜드라며 직접 드와떼를 소개하기도 했다.
단순하게 디자인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는 그녀.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에 영감을 준 자연과 인체는 매일같이 그림을 그려온 그녀에겐 익숙한 것이었다. 디자이너 민주킴과 협업한 라인 역시 프리다 칼로의 그림에서 시작했다. “민주킴 쪽에서 먼저 제안을 했어요. 프리다 칼로라는 주제를 듣고 그녀의 그림에 나오는 장신구와 신체 라인을 디자인에 녹이게 된 거예요. 민주킴의 옷이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저도 더 대담해질 수 있었죠. 신체 일부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 자칫 무서워 보일 수 있는데 민주킴의 소녀적인 옷과 함께하니 오히려 서로의 디자인이 돋보였던 것 같아요.”
 
이어 커프 16만7천원.헤어핀 5만5천원.(왼쪽부터)목걸이 17만8천원, 26만원.귀고리 15만3천원.뱅글 38만5천원.귀고리 16만9천.귀고리 14만8천원.
 회화에서 주제를 찾는 그녀가 요즘 꽂힌 작품은 뭘까? “앵그르의 ‘샘’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샘의 정령인 여인이 항아리를 양손에 든 채 물을 흘리고 있는 그림이에요. 처음엔 그저 관능적인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한참을 보니 항아리에 담긴 물이 사람의 감정 같더라고요. 잡히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오. 항아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의 강렬한 흐름을 이번 컬렉션에서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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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김지회
  • 사진 박현구(인물)
  • 사진 최성욱(제품)
  • 헤어메이크업 정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