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과 사내 연애? 어떻게 생각해?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미투 운동 이후 기업들은 사내 연애 문화를 근절하려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관심 있는 직장 동료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둘도 없는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내 연애 금지’라는 사칙은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있다

사내 연애가 문제라고?

2019년 많은 이들에게 직장은 연애하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장소로 여겨졌을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미투 운동이 시작된 이후,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보다 엄격한 사칙을 도입하며 사내 연애를 뿌리 뽑으려 애쓰고 있으니 말이다. 일부 회사들은 연말 파티나 회식에 제한을 두기도 했고, 상담사를 고용하는가 하면 사내 커플들에게 계약서까지 내밀며 두 사람이 합의하에 이뤄진 관계라는 내용에 사인을 요구하기도 했다(당신과 당신의 파트너, 그리고 인사 담당자라니,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스리섬’ 아닐까?). 이직 전문 컨설팅 회사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에 따르면 51%의 기업이 사내 연애 관련 규약을 갖췄으며, 점점 더 많은 고용주가 이를 준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제 여성들은 동료와의 만남에 대해 재고하거나 혹은 아예 염두조차 두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하지 말라고 해서 마음대로 되나요?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직장 동료와 썸을 타고 연애를 즐긴다. 아마 이전보다 더 활발해졌을지도 모른다. 그 증거를 잡기 위해 코스모는 18~35세 800명 이상의 여성에게 사내 연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그 결과, 84%의 여성은 상대방이 같은 팀에 속해 있지 않는 한 사귈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열정 넘치는 밀레니얼 세대니, 배우자를 찾을 거라면 직장에서 살펴보는 게 더 빠른 길일 수도 있다. 금융계에 종사하는 33세의 샨탈은 “미투 운동으로 직장 내 연애 혹은 성관계에 대한 제 생각이 달라진 건 아니에요. 물론 불상사가 생겨선 안 되겠지만 직장 동료에게 끌리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라고 말한다.
실제로 40%의 여성은 미투 운동 후에도 직장 동료와 사귄 적이 있다고 했고, 62%는 사무실 내에서 상대방에게 이성적으로 관심을 드러내는 것이 괜찮다고 말했다. 72% 여성은 주변에 직장 동료와 사귄 경험이 있는 친구들이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업계에 종사하는 로렌(29세)은 “저는 직장 동료와 하는 연애가 정말 좋았어요.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데다 서로의 업무를 이해하니까요. 다양한 주제로 대화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죠”라고 말한다. 그녀는 남자 친구와 스케줄을 공유할 수 있었고, 탕비실에 있는 형편없는 커피에 대해 함께 욕을 할 수도 있었다. 많은 여성이 한 번쯤은 상대와 이렇게 모든 것을 시시콜콜 공유할 수 있는 연애를 꿈꾼다.

미투 운동 이후 정말로 달라진 것
기업들은 모든 직원에게 사무적인 관계를 유지할 것을 강요하지만, 애초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 연애의 특징이다. 다만 사람들은 미투 운동이 일어나기 전보다 연애할 때 좀 더 조심하게 됐다.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혜정(26세) 씨는 예전에 비해 많은 남자가 더욱 경계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요즘은 남자들이 허튼 짓을 해선 안 된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실제로 어떤 남자인지 만천하에 드러날지도 모르니까요”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런가 하면 많은 여성은 이제 데이트 상대에 대한 결정권이 좀 더 늘어났다고 느낀다. 누구와 만날지 혹은 만나지 않을지에 대해 솔직해졌다는 말이다. 코스모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들 중 무려 90%나 되는 대다수의 여성은 상사와는 절대 만나지 않을 거라고 답했다. 상사가 술을 한잔 마시자고 들이대도 이성적으로 관심이 생기지 않는 이상 거리낌 없이 “싫다”라고 말하게 된 것이다.
미투 운동 이후 두드러지게 변한 것이 있다면 사내 연애를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어났다는 사실이다. 정부 기관에 근무하는 클로에(23세)는 “남자 친구와 저는 데이트한다는 사실조차 들키지 않으려고 늘 전전긍긍했어요. 결국엔 우리 관계를 비밀로 하게 됐죠. 한 번은 남자 친구와 함께 길을 걷다 직장 동료를 발견해 나무 뒤에 숨기까지 했다니까요.” 결국 그녀의 남자 친구는 그녀와의 관계 유지를 위해 직장과의 이별을 선택했다.

선택이 아닌 권력에서 시작되는 문제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연애란 결국 두 사람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기업들이 ‘연애 금지’에만 혈안을 올린다는 것이다. 스탠퍼드 대학교 클레이먼 성 연구 협회의 마리앤 쿠퍼 박사는 “사내 연애 금지 정책은 사내 연애가 결국 성적 욕구와 관련 있다는 인식을 심어줍니다. 성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하니 직장에서의 성적 접촉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심산이죠. 하지만 정작 문제가 되는 건 연애 관계가 아니라 권력을 악용한 성희롱이에요. 그건 정식으로 데이트 신청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잖아요? 기업들이 연애라는 개념에만 갇혀 생각한다면 진짜 문제는 해결되지 않아요”라고 설명한다. 더욱이 이러한 인식은 여성들이 ‘합의하에 이뤄지는 연애’와 ‘동료의 원치 않는 성적 접근’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가정하는 거나 다름없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금지는 역효과를 부를 뿐!
미투 운동은 분명 기업 문화에서도 여성들에게 득이 되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하비 와인스타인처럼 행동했던 고위직 남성들은 책상을 빼야만 했고, 페이스북의 경우 여성 동료에게 단 한 번만 데이트 신청할 수 있다는 규칙을 만들었다. 이런 진보를 무시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직장 내 성차별은 해시태그 하나만으로 사라지기엔 그 뿌리가 너무도 깊고, 여성들은 인사팀이 자신의 편에 서주길 원하고 필요로 한다. “사내 연애를 금지한다고 해서 남성 중심의 문화나 성희롱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라고 쿠퍼 박사는 말한다. 하물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우리가 연애를 그만두는 것도 아니다. “미투 운동은 여자들에게 거절할 수 있는 용기뿐만이 아니라, ‘예스’라고 말할 수 있는 힘도 안겨준 거니까요”라고 간호사인 지윤(22세) 씨는 말한다.
게다가 사내 연애 금지 사칙에는 성차별적인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남자들로 하여금 사무실에서 여자와 어떤 식으로든 친밀하게 지내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 위험할 거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말이다. 휴스턴 대학교에서 2019년에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7%의 남성이 여성 동료와 일대일 미팅을 가지길 꺼렸다. 이러한 인식을 바꾸도록 노력하지 않는다면 여성들은 직장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권리를 잃을 수도 있다. 결국 사내 연애 금지라는 단순한 조치는 보호가 아닌 처벌이나 다름없다. 여성을 위한 진보는 더더욱 아니다.
미투 운동 이후 기업들은 사내 연애 문화를 근절하려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관심 있는 직장 동료에게 호감을 표시하고 둘도 없는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도 한다. ‘사내 연애 금지’라는 사칙은 중요한 핵심을 놓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