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혐오'에서 안전할까? 혹은 나는 잘못이 없을까?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진짜 성격이 보인다고 했던가? 이제 인성의 리트머스지는 운전대가 아니라 키보드 자판일지도 모른다. 혐오와 차별의 언어, 온라인 신상 털기와 조리돌림까지 인터넷상에서의 인권침해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진다.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 실명제가 해답일까? 코스모가 문제의 핵심을 짚어봤다.

당신은 안전한가? 혹은 당신은 잘못이 없는가?

카카오는 이 같은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포털 사이트 다음의 연예 뉴스 섹션에서 댓글 기능을 잠정 폐쇄하는 한편, 인물 키워드 연관 검색어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댓글 당사자뿐만 아니라 목격자 그 누구라도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댓글 아이디의 풀네임 및 IP 주소를 공개하자는 내용의 인터넷 준실명제 역시 논의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2007년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됐다가 큰 성과 없이 2012년 헌법 위배를 이유로 5년 만에 폐지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또 서민아 씨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듯 페이스북과 같은 실명 기반 인터넷 커뮤니티라고 해서 조리돌림과 악성 게시글이 없는 건 아니다. 한편으로 ‘차별 및 혐오에 관한 댓글’을 규제한다고 할 때 ‘차별과 혐오’의 기준은 누가 어떻게 만들고 결정할까? 만약 법안이 개정된다면 정치적 선전에 악용될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그만큼 개인 사생활의 안전망이 돼줄까? 지금도 SNS마다 ‘신고’ 기능이 있음에도 욕설과 음담패설, 명백한 혐오 발언은 여전히 버젓이 게시되고 있는데, 왜 위근우 칼럼니스트가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고 남긴 후기 글은 삭제와 복구를 번복해야만 했을까? 혐오 댓글이 절차를 거쳐 삭제된다고 해도, 피해자가 입은 마음의 상처는 그렇게 간단하게 사라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인터넷에서 조리돌림이 이뤄질 때 사람들은 ‘사회 공익’이라는 미명하에 분노로 똘똘 뭉친 내적 집단을 만들고, 너무도 쉽게 사회의 구성원 하나를 사회 밖으로 ‘퇴출’시키고 싶어 한다. 시간이 지나면 이 ‘익명의 대중’은 다른 사냥감을 찾아 무리 지어 가겠지만, 사후 피해자의 회복에 관해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다.
악성 댓글과 조리돌림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문제 제기가 이뤄지고 있지만 악성 댓글에 좌표를 제공한 인터넷 신문기자가 잘못했으니 해당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 나가 죽어라” 식의 댓글이 수없이 달리는 상황을 보면 우리는 문제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은 더 이상 ‘익명’ 혹은 ‘가명’의 세계가 아니다. 우리와 24시간 떼려야 뗄 수 없는 또 하나의 세계다. ‘그딴 댓글’에 누가 신경 쓰냐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조회한 사람’ 목록 기능을 제공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는 당신이 게시글을 하나 올린 뒤에 끊임없이 ‘좋아요’와 댓글 알람을 확인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게시글 하나하나, 피드 하나하나가 모여 당신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만드는지 고심하고 또 검열하게 된다는 것도. 계정 뒤에 사람이 있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조리돌림의 행렬에 결국 우리 가운데 누군가는 치이게 된다. 당신은 앞서서 나선 적 없다고 말하지 말자. 악성 댓글 같은 거 달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순진한 척해서는 같은 문제만 반복될 뿐이다. 한 번이라도 연예 뉴스의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클릭한 적 있다면, 클릭하고 들어가서 ‘속았군’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면 당신도 이 현장의 공범이다. 아직도 문제가 ‘악성 댓글’이라 생각하고, ‘악성 댓글러들은 왜 그런 짓을 저지를까’에 고민이 멈춰 있다면, 당신의 지난날을 다시 한번 곰곰이 되짚어보길 권한다.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진짜 성격이 보인다고 했던가? 이제 인성의 리트머스지는 운전대가 아니라 키보드 자판일지도 모른다. 혐오와 차별의 언어, 온라인 신상 털기와 조리돌림까지 인터넷상에서의 인권침해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진다.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 실명제가 해답일까? 코스모가 문제의 핵심을 짚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