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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된 것은 누구인가? /코스모 리포트3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진짜 성격이 보인다고 했던가? 이제 인성의 리트머스지는 운전대가 아니라 키보드 자판일지도 모른다. 혐오와 차별의 언어, 온라인 신상 털기와 조리돌림까지 인터넷상에서의 인권침해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진다.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 실명제가 해답일까? 코스모가 문제의 핵심을 짚어봤다.

BYCOSMOPOLITAN2019.11.27

‘논란’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는 것들 

끔찍한 건 현실에서 범죄의 피해자인 사람들에 대해서도 신상 털기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성범죄 사건이 대표적이다. 여성에 관한 ‘성범죄’ 사실은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성 인식을 보이는 남성들로 하여금 관음증적인 호기심을 갖게 하고, 남성들은 피해자의 피해 사실보다는 성적인 부분에만 집착해 신상 털기를 시작한다. 성폭행 신고에 대한 법적 제도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온라인 공론장을 찾을 수밖에 없었던 익명의 피해자가 늘 떠안고 가야 하는 위험, 즉 2차 가해다. 심지어 많은 사람은 피해 여성이 ‘가해자에게 빌미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자신의 의심에 대한 증거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2017년 한샘 사내 성폭력 사건이 보도되기 시작했을 때도 사람들은 ‘그 대기업’이 어디인지, 그리고 해당 피해자의 신원과 생김새에 대해 궁금해했다. 전 안희정 도지사의 위력형 성폭행 사건 때는 피해자의 신상에 관한 추측성 보도, 허위 보도는 물론 “성폭행이 아니라 불륜이다”라는 식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전남 섬마을 집단 성폭행 사건 때도, 정준영과 승리의 불법 촬영 동영상이 유포됐을 때도 범죄자의 처벌 여부보다는 범죄의 방법과 피해자의 신원을 더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대중의 자극적인 호기심에 먹이를 주는 건 언론이다. SNS상에서 관심이 집중될 만한 콘텐츠를 뽑아 기사화하는 연예·스포츠 매체의 보도 행태는 조리돌림을 악화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언론은 ‘논란’이라는 이름을 붙여 온갖 비정상적인 사이버 불링의 핵심을 뭉개고 오히려 ‘악플의 이정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악플 탓하는 언론, 보도 윤리부터 지켜라’라는 제목의 신문·방송 모니터 기사를 통해 유명인의 죽음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죽음 이후 극단적 선택의 이유에 관한 추측성 보도를 통해 “고인의 인격과 비밀은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호해야 한다”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따르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과 사진을 무분별하게 내보냈다는 것이다. 고인의 사망 이후 나흘간 무려 73건의 기사를 올린 인터넷 매체도 있으며, 그 외 주요 매체도 앞다퉈 구체적인 내용 없이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단 기사를 띄웠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고인에 관련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분석해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는데, 고인의 생전 6개월간 47개 매체가 약 3천6백여 건에 걸쳐 고인을 다뤘고, 단 3곳에서 작성된 13건의 기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인을 이슈로 소비하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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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Editor 김예린
  • reference book
  • <신상 털기로 본 한국의 인터넷 문화>(KISO저널 제11호)
  • <온라인 공간의 가상 정체성과 현실 공간의 실제 정체성>
  • (KISO저널 제3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