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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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중의 자극적인 호기심에 먹이를 주는 건 언론이다. SNS상에서 관심이 집중될 만한 콘텐츠를 뽑아 기사화하는 연예·스포츠 매체의 보도 행태는 조리돌림을 악화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언론은 ‘논란’이라는 이름을 붙여 온갖 비정상적인 사이버 불링의 핵심을 뭉개고 오히려 ‘악플의 이정표’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지난 10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악플 탓하는 언론, 보도 윤리부터 지켜라’라는 제목의 신문·방송 모니터 기사를 통해 유명인의 죽음에 대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가수 겸 배우 설리의 죽음 이후 극단적 선택의 이유에 관한 추측성 보도를 통해 “고인의 인격과 비밀은 살아 있는 사람처럼 보호해야 한다”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따르지 않은 자극적인 내용과 사진을 무분별하게 내보냈다는 것이다. 고인의 사망 이후 나흘간 무려 73건의 기사를 올린 인터넷 매체도 있으며, 그 외 주요 매체도 앞다퉈 구체적인 내용 없이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단 기사를 띄웠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고인에 관련한 언론의 보도 행태를 분석해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는데, 고인의 생전 6개월간 47개 매체가 약 3천6백여 건에 걸쳐 고인을 다뤘고, 단 3곳에서 작성된 13건의 기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인을 이슈로 소비하는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