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고나리질'의 내막은 무엇일까? /코스모 리포트2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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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고나리질'의 내막은 무엇일까? /코스모 리포트2

운전하는 모습을 보면 그 사람의 진짜 성격이 보인다고 했던가? 이제 인성의 리트머스지는 운전대가 아니라 키보드 자판일지도 모른다. 혐오와 차별의 언어, 온라인 신상 털기와 조리돌림까지 인터넷상에서의 인권침해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진다.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 실명제가 해답일까? 코스모가 문제의 핵심을 짚어봤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19.11.26

온라인 ‘고나리질’의 내막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최항섭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누군가 사회 전체의 공익에 해가 되는 행동을 했다고 판단할 때, 그리고 그가 누구인지를 알아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 신상 털기와 조리돌림이 이뤄진다. 물론 ‘사회 전체의 공익에 해가 되는 행동’에 대한 판단은 지극히 편파적일 수 있다. 그러나 신상 털기가 엄연히 범법 행위임에도 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정의를 실현하는 올바른 행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항섭 교수는 “대상이 명확하게 있어야 분노의 결집과 표출이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일단 대중의 집단적 광기(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에 휘말리면 계층적·경제적 지위는 모두 사라진다. 말 그대로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이때 사람은 지극히 정의로워지거나 반대로 지극히 사악해질 수 있다. 두 가지가 결합하면 잔인한 신상 털기를 자행하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가 설명된다. 스스로는 사회 공익을 실현하는 정의의 사도라 생각하지만 신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피해자 입장에서 볼 때 이들은 가장 사악한 누리꾼이다. 신상 털기 및 조리돌림을 통해 타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사람은 쾌감을 느끼지만 그것을 당하는 사람은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볼 수도, 알 수도 없지만 가해자는 언제 어디서든 피해자에게 접근할 수 있기에, 피해자는 그 어떤 순간도 자유롭다고 느끼지 못한다. 익명의 사람들에게 집단 사이버 불링을 당하는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만 그럴수록 공격은 더 거세질 뿐이다.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 되는 것이다. 최항섭 교수는 또 다른 연구에서 “사이버 불링 피해자들은 이러한 집단적 공격을 당해낼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심한 스트레스와 우울감에 사로잡힌다. 또한 반복적인 악성 댓글을 읽으면서 자신이 실제로 열등한 존재는 아닐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라고 언급했다.
조리돌림은 당사자가 아닌 이들에게 부수적인 피해를 남기기도 한다. 물론 부수적이라고 해서 피해가 작은 건 결코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고유정 전남편 살인 사건의 범행 장소였던 펜션 운영자다. 어떤 사람들은 ‘살인 사건’에 공분하는 데서 지나치게 나아가, 사건에 관한 모든 디테일을 공개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결국 불필요한 호기심을 포장하기 위함이었다. 이 과정에서 고유정이 살인을 저지르고 머물렀던 제주도 펜션의 이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펜션은 오명을 얻어 폐업하게 됐고, 노부부인 운영자는 기자들의 무분별한 취재 요청에 시달리며 피로감과 우울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고유정 사건은 이례적으로 여성이 남성을 잔인하게 살해해 화젯거리가 된 사건으로, 원색적인 비난을 위한 조리돌림이 정의롭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좋은 기회였던 셈이며, 언론이 이른바 ‘클릭 장사’를 하기에 가장 편리한 미끼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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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김예린
    Photo Stocksy
    reference book
    <신상 털기로 본 한국의 인터넷 문화>(KISO저널 제11호)
    <온라인 공간의 가상 정체성과 현실 공간의 실제 정체성>
    (KISO저널 제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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