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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미와 소년미 사이, 김권

배우 김권은 촬영장에서 늘 자기 자신과 싸운다.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지만 존재감은 독보적이고 싶다. 무엇보다, 대본을 연습할 때건 몸을 키울 때건, 나답지 않은 것은 하기 싫다.

BYCOSMOPOLITAN2019.11.25

다시 설레는 데뷔 9년 차, 김권 

스타디움 재킷 50만원대 헤리티지 플로스. 팬츠 30만원대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딩. 슈즈 80만원대 캘빈클라인 205w 39nyc. 벨트 18만원 꼼 데 가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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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레버리지: 사기조작단>에서 연기한 ‘로이 류’는 좀 심플한 캐릭터예요.  
저는 여태까지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많이 했거든요.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의 ‘강성모’나 <같이 살래요>의 ‘최문식’은 겉으로 차갑거나 재수 없어 보여도 그만의 아픈 속사정을 갖고 있었죠. 반면 <레버리지 : 사기조작단>은 줄거리가 권선징악이잖아요. 시놉시스만 보고는 캐스팅 제의를 거절하려 했어요. ‘로이 류’는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남성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일단 전 그렇게 몸이 크지도 않고, 전작들과 캐릭터가 너무 달랐어요. 그런데 남기훈 감독님이 제 걱정에 공감해주시더라고요. “뻔하지 않은 거 해보자”라고 하시면서요.
 
의외네요. 섬세한 연기가 더 어렵지 않아요?

요즘은 촬영 없는 날엔 감정보다 몸을 쓰는 연습을 하죠. 무술 연습을 하러 가거나 PT 혹은 태닝을 받는 것처럼요. 그런데 저는 웃고 떠들고 발차기 연습을 하다 말고 “울어!” 한다고 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거예요. 섬세한 연기는 촬영 기간 내내 감정선에 몰입할 수 있어서 제게 더 맞다고 생각했죠.
 
대학교 때 연극영화를 공부했죠. 연기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뭐예요?

연기도 연기지만 영화 자체를 너무 좋아해요. 고등학생 때 <올드보이>를 몰래 보고 최민식 선배님 연기에 ‘뻑’이 갔어요. 최민식 선배님의 필모그래피를 찾아 보다가 영화가 자연스럽게 좋아졌죠. 저는 아직도 영화관 가면 설레요. 특히 영화 시작하기 직전에 효과음 빵빵 터지면서 배급사 이름 뜰 때요. 그리고 <명왕성>으로 처음 VIP 시사회에 갔던 날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편집하면서 다 본 장면들인데도 막상 스크린에서 보려니 너무 떨려서 “쥐구멍 어디 있어!”라고 소리치고 싶어지더라고요. 하하.
 
대중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건 안판석 감독의 드라마 <밀회>와 <풍문으로 들었소>에 연달아 출연하면서였어요.

아휴, 너무 영광이었죠. 감독님께서 <밀회> 작업할 때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넌 정말 좋은 배우야. 잘될 거야”라고요. 그런데 <풍문으로 들었소> 촬영할 때 많이 혼났어요. 변호사가 쓰는 단어들도 낯설고, 대본이 긴박하게 나오다 보니 못 외울까 봐 심하게 긴장했죠. 대본 연습을 하는데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어요. 그런 저를 보고 감독님께서 굉장히 부드러운 어조로 뼈를 때리셨죠. “연기는 순수하게 하는 거야”라고요. 다시 보면 제가 그때 좀 멋을 부리며 연기했더라고요.
 
영화 출연에 대한 갈증은 없어요?

당연히 있죠. 아무래도 드라마는 심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에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영화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받다 보면 연습한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버전이 생기죠. 그럴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니트 톱 40만원대 엑하우스 라타. 팬츠 40만원대 베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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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는 누구예요?
<타인은 지옥이다>에 경찰 ‘소정화’ 역으로 나왔던 안은진 배우요. 자연스러운데 전달력이 있어요. 가장 어려운 연기가 가장 단순한 연기예요. 오열하고 화내고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은 포인트만 잘 잡으면 오히려 쉬워요. 그런데 “네 알겠습니다” 같은 대사는 일상에서 너무나 많이 하는 말이라 더 어렵거든요.
 
최근에 본 영화나 드라마 중 가장 좋았던 작품은요?

<눈이 부시게>요. 오열하며 울다가도 우울해지지 않고 미소 짓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맞아, 삶이 이런 거야’ 하면서요. 저희 할머니도 치매를 앓으셔서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요.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제일 좋아해요. 사실 우리 삶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는 건 별거 아닌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일상적인 것들이니까요. 해보고 싶은 작품도 그런 거예요.
 
지난해에는 <같이 살래요>의 ‘최문식’ 역으로, 데뷔 8년 만에 늦깎이 신인상을 받았죠.
예전에는 연기 대상 방송을 차마 못 보겠더라고요. ‘나는 조그만 역할 하나에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어떤 친구들은 굉장히 빨리 뜨고 좋은 반응을 얻는구나’ 하면서 질투도 났죠. 그러다가 작년에 제가 수상한 영상을 보니 장미희 선생님이랑 유동근 선생님이 진심으로 박수 쳐주시는 게 너무 느껴지는 거예요. 신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보다도 누군가 나의 고생을 알아줬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웠어요.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게 해주는 상이어서 매우 감사했습니다. 사람마다 보폭이나 걸음걸이는 다 다른 거니까요.
 
욕심이 많으면 질투도 많을 수밖에 없는 거겠죠?

욕심이라기보단,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시기나 질투는 사람을 성장시키지 않는단 걸 점차 깨달았죠. 결국 나 자신과 싸우는 일이니까요.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말을 언급했죠. “나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춤추는 것”이라고요.

남들의 시선에 맞춰 살다 보면 내가 없어지잖아요. 저는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사람이지만 대중이 원하는 모습만 보여줄 게 아니라 대중이 내 모습을 원하게 만드는 것도 제 몫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최종 목표가 뭐예요?

제가 출연한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박수받았으면 좋겠어요. 그 순간에는 분명 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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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Feature Editor Ha Ye Jene/Kim Ye Rin
  • Photographer Park Ja Wook
  • stylist 송주빈
  • hair & makeup 김환
  • assistant 김상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