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미와 소년미 사이, 김권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배우 김권은 촬영장에서 늘 자기 자신과 싸운다.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고 싶지만 존재감은 독보적이고 싶다. 무엇보다, 대본을 연습할 때건 몸을 키울 때건, 나답지 않은 것은 하기 싫다. | 남성미,소년미,감정 연기,김권 드라마,연기 대상

「 다시 설레는 데뷔 9년 차, 김권  」 스타디움 재킷 50만원대 헤리티지 플로스. 팬츠 30만원대 리바이스 빈티지 클로딩. 슈즈 80만원대 캘빈클라인 205w 39nyc. 벨트 18만원 꼼 데 가르송. 드라마 <레버리지: 사기조작단>에서 연기한 ‘로이 류’는 좀 심플한 캐릭터예요.   저는 여태까지는 섬세한 감정 연기를 많이 했거든요. <사이코메트리 그녀석>의 ‘강성모’나 <같이 살래요>의 ‘최문식’은 겉으로 차갑거나 재수 없어 보여도 그만의 아픈 속사정을 갖고 있었죠. 반면 <레버리지 : 사기조작단>은 줄거리가 권선징악이잖아요. 시놉시스만 보고는 캐스팅 제의를 거절하려 했어요. ‘로이 류’는 제가 만들어낼 수 있는 남성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일단 전 그렇게 몸이 크지도 않고, 전작들과 캐릭터가 너무 달랐어요. 그런데 남기훈 감독님이 제 걱정에 공감해주시더라고요. “뻔하지 않은 거 해보자”라고 하시면서요.   의외네요. 섬세한 연기가 더 어렵지 않아요? 요즘은 촬영 없는 날엔 감정보다 몸을 쓰는 연습을 하죠. 무술 연습을 하러 가거나 PT 혹은 태닝을 받는 것처럼요. 그런데 저는 웃고 떠들고 발차기 연습을 하다 말고 “울어!” 한다고 울 수 있는 사람이 아닌 거예요. 섬세한 연기는 촬영 기간 내내 감정선에 몰입할 수 있어서 제게 더 맞다고 생각했죠.   대학교 때 연극영화를 공부했죠. 연기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뭐예요? 연기도 연기지만 영화 자체를 너무 좋아해요. 고등학생 때 <올드보이>를 몰래 보고 최민식 선배님 연기에 ‘뻑’이 갔어요. 최민식 선배님의 필모그래피를 찾아 보다가 영화가 자연스럽게 좋아졌죠. 저는 아직도 영화관 가면 설레요. 특히 영화 시작하기 직전에 효과음 빵빵 터지면서 배급사 이름 뜰 때요. 그리고 <명왕성>으로 처음 VIP 시사회에 갔던 날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편집하면서 다 본 장면들인데도 막상 스크린에서 보려니 너무 떨려서 “쥐구멍 어디 있어!”라고 소리치고 싶어지더라고요. 하하.   대중에게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건 안판석 감독의 드라마 <밀회>와 <풍문으로 들었소>에 연달아 출연하면서였어요. 아휴, 너무 영광이었죠. 감독님께서 <밀회> 작업할 때 정말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거든요. “넌 정말 좋은 배우야. 잘될 거야”라고요. 그런데 <풍문으로 들었소> 촬영할 때 많이 혼났어요. 변호사가 쓰는 단어들도 낯설고, 대본이 긴박하게 나오다 보니 못 외울까 봐 심하게 긴장했죠. 대본 연습을 하는데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어요. 그런 저를 보고 감독님께서 굉장히 부드러운 어조로 뼈를 때리셨죠. “연기는 순수하게 하는 거야”라고요. 다시 보면 제가 그때 좀 멋을 부리며 연기했더라고요.   영화 출연에 대한 갈증은 없어요? 당연히 있죠. 아무래도 드라마는 심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배우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에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영화에서는 다른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받다 보면 연습한 대로 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버전이 생기죠. 그럴 때 기분이 정말 좋아요.   니트 톱 40만원대 엑하우스 라타. 팬츠 40만원대 베야스. 요즘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배우는 누구예요? <타인은 지옥이다>에 경찰 ‘소정화’ 역으로 나왔던 안은진 배우요. 자연스러운데 전달력이 있어요. 가장 어려운 연기가 가장 단순한 연기예요. 오열하고 화내고 사이코패스 같은 역할은 포인트만 잘 잡으면 오히려 쉬워요. 그런데 “네 알겠습니다” 같은 대사는 일상에서 너무나 많이 하는 말이라 더 어렵거든요.   최근에 본 영화나 드라마 중 가장 좋았던 작품은요? <눈이 부시게>요. 오열하며 울다가도 우울해지지 않고 미소 짓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맞아, 삶이 이런 거야’ 하면서요. 저희 할머니도 치매를 앓으셔서 더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요.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제일 좋아해요. 사실 우리 삶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히는 건 별거 아닌 것으로 착각할 수 있는 일상적인 것들이니까요. 해보고 싶은 작품도 그런 거예요.   지난해에는 <같이 살래요>의 ‘최문식’ 역으로, 데뷔 8년 만에 늦깎이 신인상을 받았죠. 예전에는 연기 대상 방송을 차마 못 보겠더라고요. ‘나는 조그만 역할 하나에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어떤 친구들은 굉장히 빨리 뜨고 좋은 반응을 얻는구나’ 하면서 질투도 났죠. 그러다가 작년에 제가 수상한 영상을 보니 장미희 선생님이랑 유동근 선생님이 진심으로 박수 쳐주시는 게 너무 느껴지는 거예요. 신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보다도 누군가 나의 고생을 알아줬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웠어요.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게 해주는 상이어서 매우 감사했습니다. 사람마다 보폭이나 걸음걸이는 다 다른 거니까요.   욕심이 많으면 질투도 많을 수밖에 없는 거겠죠? 욕심이라기보단, 배우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렇지만 시기나 질투는 사람을 성장시키지 않는단 걸 점차 깨달았죠. 결국 나 자신과 싸우는 일이니까요.   얼마 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의 말을 언급했죠. “나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춤추는 것”이라고요. 남들의 시선에 맞춰 살다 보면 내가 없어지잖아요. 저는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사람이지만 대중이 원하는 모습만 보여줄 게 아니라 대중이 내 모습을 원하게 만드는 것도 제 몫인 것 같아요.   배우로서 최종 목표가 뭐예요? 제가 출연한 영화가 칸영화제에서 박수받았으면 좋겠어요. 그 순간에는 분명 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