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패션계는 ‘지속 가능한’ 것들에 대한 치열한 고민에 빠져 있다. 친환경 DNA를 지닌 브랜드뿐만 아니라 패션홀릭들을 위한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까지, 어떻게 하면 인류와 환경을 위한 길을 걸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끊임없이 진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피를 비롯한 비윤리적인 활동을 일삼고, 수많은 폐기물을 쏟아내는 환경 파괴의 주체로 패션계를 지목해왔다. 그런데 최근 패션계가 달라지고 있다. 퍼 프리(Fur-free)와 업사이클링에 관한 패션 뉴스로 가득 채워진 에디터의 메일함만 봐도 알 수 있다.
1994년부터 이미 퍼 사용을 중지한 캘빈클라인과 2000년대의 랄프 로렌, 타미 힐피거 그리고 최근의 구찌, 샤넬, 버버리, 베르사체, 코치 그리고 프라다까지. 탐스러운 퍼 아이템을 런웨이에 올리던 수많은 패션 하우스가 퍼 프리를 선언했다. 패션협회 차원의 범국가적인 퍼 프리도 이어졌다. 작년 9월, 영국 패션협회는 앞으로 런던 패션 위크에서 퍼 소재를 볼 수 없을 거란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여기에 네타포르테와 파페치와 같은 거대 리테일 업체도 퍼 아이템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이 열기에 가세했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동물에 대한 윤리적인 행동을 위한 퍼 프리가 오히려 심각한 환경오염을 야기할 수 있다 지적한다. 에코 퍼가 화학 성분으로 만들어졌고, 저렴한 가격 때문에 과도한 소비가 발생될 거란 우려 때문이다.
퍼 프리와 더불어 패션계가 집중하는 것은 바로 ‘업사이클링’이다. 버려진 소재를 재활용하고, 환경을 해치지 않는 자연 소재를 사용한 옷과 액세서리들. 여기에 생산 과정, 나아가 폐기 이후의 활용까지도 고려하는 친환경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패스트 패션의 상징,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마저 2025년부터 100% 지속 가능한 소재만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정도. 또한 지속 가능한 패션에 기업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보는 패션 그룹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스텔라 맥카트니를 영입한 LVMH와 네타포르테. 스텔라 맥카트니 레이블을 그룹 안으로 인수하는 동시에, 스텔라를 그룹의 ‘지속 가능성 비전’에 대한 특별 고문으로 임명했다. 네타포르테는 ‘넷 서스테인(Net Sustain)’ 플랫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패션계의 자정적 노력과 더불어 우리의 관심과 적극적인 자세도 필요하다.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하고 종이 빨대를 요구하듯, 친환경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패션 아이템을 찾고 또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지구를 바꾼다.” 상투적인 말일 수 있겠지만 이는 명백한 팩트다. 환경오염을 유발한다는 에코 퍼에 대한 우려 역시 마찬가지.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든 퍼 제품이 선보이는 등 나름대로의 대안이 속속 마련되고 있다. 환경을 위해선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보다 나은 방향으로의 작은 걸음이 큰 뜻을 이룰 수 있는 숭고한 ‘첫 발자국’이 될 거란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한다. 스텔라 맥카트니의 2019 F/W 캠페인 영상에서 영국의 환경 주의자, 제인 구달이 낭송한 조너선 새프론 포어의 시에서도 우리는 답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지구에서 태어나는 것을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지구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고, 더 좋게 변화시킬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 이곳만이 우리의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