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여기서는 일할 때도 게임 그 자체죠.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게임은 하나의 문화이자 스포츠가 됐다. 그중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한국 리그인 LCK는 게임계의 EPL로 불린다. 전 세계 ‘겜덕’들이 잠을 포기해가며 한국 현지 시간에 맞춰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어쩌면 당신의 남친도 빠져 있는 바로 그 게임, 아니 그 e스포츠를 만든 그녀들.

BYCOSMOPOLITAN2019.11.12

정지혜 (e스포츠 방송행정)

LCK의 제작 및 중계를 담당한다. 방송 제작 과정에 필요한 모든 협업에 대한 계약 진행 및 계약 내용에 대한 협의, 그리고 이후 발생하는 모든 재무적인 사항 등 방송 제작 관련 행정&재무 영역을 총괄한다.
지금까지의 커리어는?
첫 직장은 증권사였는데 보수적인 분위기가 저와는 맞지 않았죠. 막연히 게임 회사라면 좀 더 자유롭고 즐겁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넷마블에 지원했고, 3년간 고스톱 포커 사업부에서 어뷰징 플레이어 조치에 대한 감사 업무를 맡았어요.  은 북미 서버에서 서비스되고 있을 때 접했죠.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하면 할수록 빠져들었어요. 30레벨 만렙을 달성할 때쯤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라이엇게임즈에 합류했어요.


게임에 관한 특별한 복지가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좋아하는 사내 문화는 ‘사토’라고 불리는 사내 토너먼트 이벤트예요. 사내 최강 팀을 가리는 대회인데, 팀 자체가 랜덤으로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에요. 평소에 접점이 없던 타 부서 직원들과 교류할 수 있어 좋아요. 사토는 진짜 경기처럼 결승전을 롤 파크 LCK 아레나에서 진행하고, 중계 방송도 녹화해 끝나면 전사 공유를 해요. 직원 중에 중계진 역할을 담당하는 분도 있고, 분석 데스크도 진행하며 정말 제대로 승부를 겨뤄요. 주위에서 “RP(게임 내 현금) 선물 좀 줄 수 있어?” 같은 질문을 자주 받는데, 실제로 회사가 매달 일정 금액의 RP를 줘요. 친구에게 선물할 수 있는 RP도 별도로 받고요. 여러 장르의 게임을 경험해보라는 취지에서 연간 2회 게임 구매 비용도 지원하고 있어요.


라이엇게임즈는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는 회사예요. 직접 다녀보니 어때요?

라이엇게임즈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에요. ‘Player Experience First’가 중심 가치 중 하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그 어떤 게임 회사보다 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곳 같아요. 직원들 스스로가 플레이어라 중요한 의사 결정 과정에서 플레이어의 관점으로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 


오랫동안 게임을 해온 게이머예요. 점점 e스포츠의 인식과 위상이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하나요?

지난 2018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e스포츠 및 게임 산업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어요. 우리가 어렸을 적엔 게임 하면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하는’ 혹은 ‘엄마 몰래 하는’ 것이란 이미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프로 게이머가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아요. ‘페이커’ 같은 정상급 선수는 연봉·명예·화제성 면에서 여타 내로라하는 스포츠 스타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죠. 2013년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관객 규모는 1만1천 명, 총 상금은 2백5만 달러였어요. 5년이 지난 2018년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유료 관객 수는 2만6천여 명, 총 상금은 6백45만 달러로 이제는 더이상 e스포츠가 그들만의 리그라 불리는 게임 대회라고 보기 어려운 규모로 성장했다고 생각해요. 2018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 무대에서 공개된 가상 걸 그룹 K/DA의 신곡 ‘POP/STARS’는 빌보드 월드 송 세일즈 차트 1위를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흥행하기도 했으니까요.더욱더 많은 사람이 게임을 하나의 문화이자 놀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마치 영화를 보고 스포츠를 즐기는 것처럼 말이에요.  


이 여성 관객에게도 인기와 지지를 얻고 있는 비결은 뭐라고 생각해요?

LCK 선수들의 인기는 아이돌 못지않아요.  화려한 플레이로 인기가 많은 선수도 있고, 개인 방송에서 재치 있는 입담이나 밝은 성격을 어필해 굉장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선수도 많거든요. LCK를 보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팬도 많은데, 일례로 페이커 선수의 중국 팬클럽은 선수의 생일 축하 광고를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걸기도 했죠. 축구나 야구처럼 내가 직접 플레이하지 않아도 팬들이 경기를 보면서 응원하는 문화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아요.


인터넷 유행어 중 게임 용어에서 파생된 표현이 많죠?

흔히 넘볼 수 없는 최고를 뜻할 때 ‘갓’을 붙이는데, 에서는 흔하게 쓰여요. 나쁜 뜻으로도 쓰여서 상대적으로 낮은 티어 구간에서 활약하는 챔피언들에게 “역시 이 티어에서는 갓파인트, 갓리츠크랭크지” 라고 말하기도 하고요. ‘심해’와 ‘천상계’라는 표현도 재밌어요. 심해는 실력이 낮은 플레이어를 놀리는 표현인데, 심해로 한번 떨어지면 탈출이 매우 어려워요. 천상계는 실력이 뛰어난 플레이어들이 모이는 영역이죠. 천상계급 플레이어는 한정적이라 심해와 천상계의 게이머들은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어요. 마치 마름모꼴처럼 비슷한 실력끼리 모이는 거랄까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가 국외로 반출된 문화재를 찾아오고 있어요. 약 8년간 기부한 누적 금액만 50억원 이상이라고요?

2012년부터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고 국외 문화재 환수와 국내 문화재 보존에 힘써오고 있어요. 처음엔 문화재청 측에서 외국계, 그것도 게임 회사가 한국 문화재와 관련된 공헌 활동을 한다는 것에 의아해했는데, 지금까지 줄곧 좋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고요. 그동안 석가삼존도,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등 문화재 5점을 되찾는 성과도 있었죠. 많은 플레이어가 “내가 지른 RP가 우리 문화를 보존하고 있다”며 좋아해주셨어요. 덕분에 당당하게 ‘현질(현금으로 게임 아이템 등을 사는 행위)’할 수 있다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