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게이머가 왜? 뭐 어때서?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게임은 하나의 문화이자 스포츠가 됐다. 그중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한국 리그인 LCK는 게임계의 EPL로 불린다. 전 세계 ‘겜덕’들이 잠을 포기해가며 한국 현지 시간에 맞춰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어쩌면 당신의 남친도 빠져 있는 바로 그 게임, 아니 그 e스포츠를 만든 그녀들. | 게이머,여자,e스포츠 게임,한국 스포츠계,한국 e스포츠

「 진예원 (e스포츠 방송팀 글로벌 프로듀서) 」 LCK의 영어 중계와 콘텐츠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글로벌 규모의 경기 진행 시 현장과 커뮤니케이션하며 제작 과정을 조율하는 업무도 수행한다.&nbsp; 게임 회사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뭐예요? 원래는 영화와 TV 연출을 전공했어요. 대학원에서 ‘게임 연구’ 분야를 접했는데, 마침 제가 &lt;아이온&gt;이라는 게임을 하며 큰 레기온(길드)의 백부장(부길드장)을 맡고 있던 시기였거든요. 게임 회사에 가면 게임을 플레이할 뿐만 아니라 연구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매력을 느꼈어요. 엔씨소프트를 거쳐 라이엇게임즈에 합류했죠. 여전히 ‘여자도 게임을 하나?’ 같은 호기심 어린 시선이 존재할 것 같은데요? 라이엇게임즈 코리아의 전체 직원 중 30% 정도가 여성이에요.&nbsp;제가 게임을 할 때는 키와 학력만큼 여성이라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아요. 게임 룰에 따라 그 순간 최선을 다해 전략적인 플레이를 할 뿐이죠.&nbsp;게이머에게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유독 특별하게 보는 시선이 많아요. 박사 과정 당시 게이머 경험과 e스포츠 게임 문화를 연구했는데, 종종 “여성 게임 연구자면서 왜 젠더 이슈를 연구하지 않냐?”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어요. 그저 제 관심사를 연구할 따름인데 말예요. 프로 게이머 ‘페이커’의 추정 연봉이 50억이에요. 한국 스포츠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대우를 받죠. 한국 e스포츠의 현재 위상은 어떤가요? 한국의 LCK가 축구로 치면 영국의 EPL과 비슷한 위상이에요. 국내 어느 프로 스포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재밌는 현상인데, 한국보다 해외 시청자 비중이 높죠. 2019 LCK 스프링 서머 결승전은 전 세계 약 2백92만 명(국내 51만3천여 명, 해외 약 2백40만7천여 명)이 시청했어요. 주 시청자는 북미와 유럽 팬이 많은데, LCK 중계 시간이 현지 시각으로 늦은 밤에서 새벽 시간임에도 LCK를 봐요. 한국 e스포츠의 인기는 &lt;스타크래프트&gt; 시절에 이미 프로야구의 열기를 뛰어넘었어요. 2004년, 스타 경기를 보기 위해 10만 관중이 몰린 ‘광안리 대첩’ 같은 역사적인 사건은 아직도 회자되죠. 같은 날 사직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관중인 1만5천 명을 훨씬 넘는 규모였으니까요. 한 해외 학술 논문에는 한국이 “택시 아저씨도 &lt;스타크래프트&gt;를 하는 나라”로 묘사됐을 정도죠. 한국 사람이 게임을 잘한다는 인식 때문에 한국 서버 실버는 북미 서버 골드라는 농담도 있어요. 한국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할 때 하나같이 “나이스~”라고 하는데, 이를 본 외국 프로 선수들이 ‘nice’를 한국 발음으로 “NAISUUU~”라고 외치기도 해요. 이런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국뽕’에 취하곤 하죠.&nbsp;&nbsp; 한국 유저들만의 특징은 뭐예요? 채팅 내용이 달라요. 해외 유저는 주로 이모티콘이나 짧은 은어로 감정을 많이 표현하는 반면, 한국 유저는 언어유희와 ‘드립력’이 탁월하죠. 고시조로 라임을 맞추던 민족의 후예라 그런지, 감탄을 금치 못하는 기발한 표현이 채팅창에 난무해요. 팀 플레이할 때, 잘하는 사람에게 묻어가며 승리하는 사람을 두고 ‘버스 탄다’고 묘사하는 식이죠. 유저들이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LCK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무엇을 신경 쓰나요? 외국 시청자에게 한국 게임 문화가 정말 흥미롭다는 인상을 주려고 해요. 그들이 LCK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온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노력하죠. 디시인사이드, 인벤, 옵지, Pgr21, Reddit 등 게임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을 놓치지 않고 챙겨 봐요. 저 역시 오랜 게이머로서 골수 하드코어 팬분들의 생각이 가장 궁금하기도 하고요. 결국 게임 문화를 이끄는 건 그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유튜브와 트위치 영상은 물론 선수·팀·중계진의 실시간 트윗을 읽으면서 오늘 게임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반응을 살피고 있어요. 중계진 캐스팅도 담당하고 있죠? 축구나 야구 같은 타 스포츠와 비교할 때 e스포츠 캐스터는 어떤 역량이 중요한가요? e스포츠 중계는 스포츠 중계에 예능 프로그램과 토크쇼가 가미된 형태예요. 성승헌 캐스터의 방송은 ‘성캐쇼’라고 불리는데, 실제로 커뮤니티의 짤방이나 재밌는 설 등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중계를 하거든요. 영어 중계도 마찬가지예요. 캐스터를 채용할 땐 게임 이해도가 높으면서 자신만의 특색을 가진 스토리텔러를 찾아요.&nbsp;의 경우 전문 캐스터와 분석가가 따로 있다는 점도 재밌어요. 전문 캐스터(pbp caster)는 문자 그대로 게임 플레이를 전달(play by play)하는 역할을 해요. 전반적인 쇼의 진행을 담당하다 경기 중에는 상황을 말로 설명하는데, 경기 흐름에 따라 텐션을 조절하죠. 분석가는 에서 컬러 코멘터리라고 불리기도 하는 분위기 메이커예요. 말 그대로 전문 캐스터의 중계에 색을 입히는 역할을 하는 거죠. e스포츠 캐스터는 게임 플레이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 선수의 특성, 팀의 역사 등 다양한 맥락을 함께 설명해 경기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더 재미있게 시청할 수 있게 돕는 방송의 감초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