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여자가 궁금해?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게임은 하나의 문화이자 스포츠가 됐다. 그중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한국 리그인 LCK는 게임계의 EPL로 불린다. 전 세계 ‘겜덕’들이 잠을 포기해가며 한국 현지 시간에 맞춰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어쩌면 당신의 남친도 빠져 있는 바로 그 게임, 아니 그 e스포츠를 만든 그녀들. | 직업,커리어,회사,직장생활,사회생활

「 진달래 (공간 디자이너) 」 라이엇게임즈 한국 오피스 공간 디자인을 맡았다. 롤 파크 공용 공간의 휴지통부터 LCK 경기 무대와 스튜디오까지 그녀의 손을 거쳤다. 사옥과 롤 파크&nbsp;공간 변경 이슈에 대응해 제안 및 공사를 진행하고, 그 밖에 팝업 스토어나 이벤트를 기획할 때 공간 활용을 검토하고 컨설팅한다. 지금까지의 커리어는? 올해로 14년 차 공간 디자이너로 라이엇게임즈가 다섯 번째 직장이에요. 인테리어 회사에서 오피스 공간 설계로 시작해, 네이버 SPX팀에서 ‘그린팩토리’ 사옥 프로젝트, LG서브원 FM 사업부에서 오피스 공간 컨설팅, NHN엔터테인먼트에서 데이터센터+주차타워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2017년 라이엇게임즈에 합류해 사옥 이전 프로젝트와 롤 파크 구축 프로젝트의 공간 디자인 디렉팅을 담당했죠. 플레이어로서는 올해 목표인 골드 승급을 위해 매일 밤 랭크를 돌리고 있어요. 라이엇게임즈만의 독특한 문화가 있어요? 라이엇게임즈는 동료끼리 ‘default to trust‘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본인이 맡은 일은 책임감을 가지고 해 낸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업무 시간에도 게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죠. 무제한 유급 휴가 제도도 마찬가지예요. 일할 때 확실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한다면, 회사는 믿고 지원해요. 이런 신뢰는 직원들이 맡은 업무에 대해 주인 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죠. 가끔 주위에서 게임 회사에 다니면 게임 많이 하냐는 질문을 자주 하는데, 직원 모두 게임을 많이 해요. 라이엇게임즈는 &lt;리그 오브 레전드&gt;(이하 )와 게임을 사랑하는 ‘게이머’들이 모여 있는 곳이거든요. 전 그런 동료들을 위해 사내에 롤방과 PC방을 만들었어요. 일할 때는 업무에 집중하고 게임할 때는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요. LA 본사에도 ‘라이엇’ PC방이 있다고요? 한국 PC방 특유의 먹거리 문화가 외국인들 눈에는 신기하고 재밌나 봐요. 실제로 라이엇게임즈의 CEO 마크 메릴이 &nbsp;LA 한인타운에서 PC방 문화를 접하고 감동받았대요. ‘리스펙트’ 차원에서 LA 본사에 PC방을 만든 거죠. 라이엇 PC방은 LA 본사에 있는 1호점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 서울 롤 파크 2호점이 유일해요. 2호점은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고요. 특히 PC방 스낵 메뉴는 종각 맛집으로도 소문이 날 정도로 ‘퀄리티’가 높아요.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PC방다운 시설도 갖췄어요. 겜덕들이 게임하기에 최적화된 환경으로 조성했죠. 모니터와의 거리 조절이 유연하도록 모니터암을 설치한 것은 물론이고 뒷자리와의 여유 공간, 편한 의자,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주변 환경(조도), 고사양 컴퓨터 및 주변 기기 등을 세심하게 고민했어요. 게임을 화면으로 보는 것과 직관하는 건 감흥이 다를 것 같아요. 아레나를 설계할 때 관객의 니즈를 고려한 부분은 뭐예요? 롤 파크는 LCK 시즌 경기를 위한 복합 문화 시설이에요. 400석 규모의 전용 경기장을 비롯해 카페, 전시 공간, 팬미팅 공간, 굿즈를 판매하는 라이엇 스토어가 마련돼 있죠. 직원들을 위한 업무 공간과 스튜디오, 선수 대기실 등도 있고요. 롤 파크 LCK 아레나는 360도 원형 구조와 개방된 선수석으로 설계했어요. 방송 위주로 만들었던 계단식 극장형 구조에서 탈피한 거죠. 선수석과 관람석의 거리를 좁혔기 때문에 관객이 선수들의 섬세한 손 움직임과 미세한 표정 변화, 긴박한 순간의 팀워크 등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 특징이에요.&nbsp;또 원형 구조는 관객들이 서로의 존재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응원 문화와 연대감을 심어줘요. 개인과 가상공간에 한정되기 쉬운 e스포츠 특유의 팬 문화를 현실 공간으로 확장시킨 거죠. 롤 파크의 임대 계약이 12년인데, 해마다 차곡차곡 스토리가 쌓이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제 역할이자 숙제예요.&nbsp; &nbsp; 롤 파크는 종각역 그랑서울 내에 들어섰어요. 임대료 포함 1천억이 넘는 예산을 들였는데, 굳이 이렇게 비싼 지역에 롤 파크를 개장한 이유는 뭐예요? 편리한 교통과 접근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했어요. 직관하러 오는 플레이어의 대부분은 중·고등학생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든요. 아무리 경기장이 크고 볼거리, 누릴 거리가 많더라도 교통이 불편하면 찾기 어렵잖아요. 경기가 늦어지면 밤 12시 넘어 끝날 때도 있는데, 교통편이 없으면 안 되니까요. 롤 파크를 종각에 마련한 가장 큰 이유는 팬들이에요. 롤 파크는 게임에서 파생된 공간이라는 특수성이 있어요. 게임의 여러 가지 아이덴티티를 반영했을 텐데, 공간을 디자인하며 가장 재밌었던 부분은 뭐예요? 을 아는 사람만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숨어 있어요. 그중 하나가 게임 속 도시국가 ‘빌지워터’를 반영한 빌지워터 카페예요. 항구도시인 빌지워터를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그 공간을 상상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를 현실 공간으로 재해석해 연출했죠. 선박에서 뜯어낸 고재,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산화돼 변하는 동판, 오래된 항구 선술집의 깨진 컬러 유리 등이 그 면면이에요. 플레이어라면 이곳을 보고 “빌지워터 같네”라며 알아챌 수 있어요. 외벽 블랙 콘크리트 패널에 세계관의 지역 문양을 새겨 넣은 것도 일종의 암호 같은 거죠. 좋은 공간은 그 속에서 문화를 만들고 스토리를 더해 사용자들의 경험을 풍성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시안 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게임은 하나의 문화이자 스포츠가 됐다. 그중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한국 리그인 LCK는 게임계의 EPL로 불린다. 전 세계 ‘겜덕’들이 잠을 포기해가며 한국 현지 시간에 맞춰 경기를 실시간으로 시청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를 열광케 한, 어쩌면 당신의 남친도 빠져 있는 바로 그 게임, 아니 그 e스포츠를 만든 그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