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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아프리카 사파리에 발을 내딛고 처음으로 한 일은 온몸에 살충제를 뒤집어쓴 채 다른 여행자들에게 “안녕하세요!”를 외치는 것이었다. 사파리 여행은 나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였지만 이렇게 혼자 오게 될 줄이야. 다행히도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 또한 혼자였다. 19~29세로 나이대도 비슷해서, 우리는 만난 지 하루 만에 가족 못지않게 친근한 사이가 될 수 있었다. 9시간 동안 트럭 안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함께 이동했으니 안 친해지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게다가 이 여행은 온몸이 더러워지는 데 거부감이 없는 사람만이 견뎌낼 수 있는 환경이라 딱히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도 없었다. AFRICA
」

뭐니 뭐니 해도 사파리 여행의 백미는 드라이브다. 4시간 동안 사파리 차로 공원을 돌아다니며 사자, 표범, 코끼리, 코뿔소, 버펄로 등 <동물의 왕국>에서만 봤던 동물들을 눈앞에서 만날 수 있다. 나는 운이 좋게도 길 옆에서 놀고 있는 하이에나 가족을 볼 수 있었다. 초원을 노니는 동물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가이드에게 물어봐도 된다. 백과사전 못지않은 지식을 뽐내며 쉴 새 없이 설명해줄 테니 말이다.
자연과 동물을 빼놓고라도 사파리 여행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매일 밤 우리는 캠프파이어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며 서로에 대해 알아갔다. 세상이 넓다는 말은 물리적인 크기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 대해 배웠다. 덕분에 나 역시 여행 전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풍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됐다.
혼자 떠나는 사파리 여행이 위험하다는 건 오해다. 이곳에는 특유의 평등함이 존재한다. 자연 앞에서 모두가 똑같다는 생각이다. 그래서인지 모두가 서로를 걱정하고, 또 선뜻 도와준다. 이미 버킷 리스트를 달성했지만, 체크 표시는 하지 않았다. 또다시 갈 예정이니까.

혼자 떠나는 여행에서 마음만큼이나 가벼워야 하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짐이다. 짐이 늘어날수록 갈 수 있는 곳은 줄어든다. 특히 사파리처럼 도시가 아닌 곳은 필수품만 챙기는 것이 좋다. 매일매일 다른 옷을 입을 생각이라면, 아예 여행을 떠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당연히 화장품 대신 여행용 비누를 챙겨야 한다. 산 지 얼마 안 된 좋은 물건보다는 늘 써왔던 낡고 익숙한 물건들을 가져갈 것. 신용카드나 귀중품은 신발 안이나 속옷 속에 넣어서 챙기고, 현금은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