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라이프의 기술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바닥에 흘린 음료를 내가 닦지 않으면 며칠이고 눌어붙어 있는 삶. 혼자서 산다는 건 거의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한다는 뜻에 가깝다. 그러므로 혼자 사는 일은 자연스레 안팎으로 능력이 느는 일이다. 독거 청년 7년차, 혼자 살며 자연스레 생겨난 기술 7가지를 모았다. | 혼라이프,기술,싱글족,비혼,비혼주의

혼자서도 잘해요 1. 생존의 기술 혼자 사는 자에게 생존은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위장약, 감기약, 소화제 등 증상 별로 잘 정리된 약통은 자취인이 필수적으로 구비해야 하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정도로 야심한 밤에 혼자 끙끙 앓는 사태는 생각보다 빈번하다. 또 혼자 살면 가장 번거롭고 싫은 게 내가 누구에게 손 벌리는 것과 누가 나한테 손 벌리는 것이니 내 살길은 내가 미리 찾아두는 것이 좋다. 동시에 112 신고앱과 같은 어플은 필수적으로 핸드폰에 깔아두는 것이 좋다. 야근 후 늦은 밤 집에 들어가는 길이나 집에 혼자 있는데 옆집에 큰 싸움이 났을 때 빠르게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 2. 공간/ 동선 정교화의 기술 혼자 살며 가장 편한 것은 오롯이 나의 생활 습관에 맞게 모든 가구와 물건 배치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혼자 사는 기간이 늘수록 어떤 것이 어디에 위치해야 가장 편하고 또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선다. 우리에겐 자취 초기, 방 평수에 비해 넘치는 짐을 테트리스 게임보다 더욱 심혈을 기울여 쌓아 넣었던 경험치가 있다. 그 시기를 지나 어느 정도 공간 확보가 가능한 집에 살게 되면 더욱더 공간과 동선은 정교해져 집 크기에 상관없이 걸어서 8보 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지경에 이른다. 3. 충동구매 합리화의 기술 가장 쓸데없고 위험하지만 혼자 사는 대다수가 가지게 되는 기술. 갑작스러운 온∙오프라인 쇼핑으로 인해 실패한 아이템이 생겨도 합리화하고 금방 잊어버리는 능력을 말한다. 일단 하루가 멀다고 오는 택배 상자를 보며 등짝을 내려쳐줄 엄마가 없으며 덮어 놓고 산 물건으로 자신을 비하하는 것보다야 ‘언젠가 입겠지’하고 옷장 깊숙이 넣어두는 편이 오늘의 나에겐 필요한 능력이다. 그러므로 오늘도 나는 삽니다. 4. 동식물과의 커뮤니케이션 기술 주말 내 외출을 금하는 생활을 하다 보면 월요일 출근 후 목이 잠겨 단번에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를 위해선 혼자서도 소리를 입 밖으로 내는 행위가 필요할  뿐더러 혼자 오래 살다 보면 갈수록 혼잣말이 늘어 대답하는 이가 없어도 대화하는 능력이 생긴다. 그래서 독거 인들은 동물은 물론 식물에 아침 안부를 묻는 현상을 보인다. 함께 생기는 능력으론 혼자서 묻고 혼자서 대답하는 자문자답 능력이 있다. 5. 안 부르고 혼자 고치는 생활인으로서의 기술   혼자 살다 보면 자잘한 고장과 보수는 스스로 할 수 있게 된다. 전구를 가는 걸 어려워하는 비자취인을 보면 이해가 되질 않으며 문고리를 갈고 글루건으로 창틀 구멍을 막는 정도는 쉽게 느껴진다. 이런 능력이 늘면 드라이버, 줄자 등 기본 템에서 벗어나 전동 드릴, 멍키 스패너 등을 사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뒤지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한다. 6. 각종 O2O 서비스 활용의 기술   핸드폰과 돈만 있으면 못하고 못 먹을 것이 없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버블티 한 잔을 배달해주고, 정해진 시간에 세탁물을 가져가고 또 가져다준다. 혼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위해 내가 없을 때 집까지 와 반려동물을 봐주거나, 산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도 많다. 혼자 살 때 이런 O2O 서비스를 활용하는 것은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 7. 감정 처리의 기술   혼자 사는 사람이 함께 사는 사람들보다 더 외롭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혼자 사는 것이 일종의 고행처럼 느껴지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한다. 아파 죽겠어도 이마에 손을 짚어줄 사람이 없거나 끔찍하게 싫은 벌레가 나와도 혼자 지지고 볶아야 하는 것이 혼라이프다.   동시에 혼자 사는 것이 유의미한 지점도 이것이다. 혼자 사는 이들은 어차피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들을 온몸으로 이겨내며 스스로 성장한다. 그러므로 혼자 산다는 것은 내가 만들 수 있는 반찬의 가짓수가 느는 것처럼 실생활 적인 문제도 있겠지만, 이보다는 감정적인 문제들을 혼자서 핸들링할 수 있게 되고 이 속에서 나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에 가깝다. 동시에 타인이 아닌 나에게서 사랑을 구하고, 타인이 아닌 스스로를 통해 성장하는 것. 이것이 바로 혼라이프고, 혼자 살아봄 직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