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약 복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응 시스템도 중독자들의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하는 데에 한몫하는 듯하다. 특히 마약 중독자를 대할 때 초점이 치료보다는 처벌에 좀 더 기울어져 있는 것도 한국의 현실이다. 비단 마약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알코올, 도박, 게임 등 각종 중독 관련 문제를 다룰 때도 치료법이 신통치 않다. 이렇듯 사회적 오명, 가늠조차 안 되는 비용, 그리고 애매한 경로 등 각종 장애물이 회복을 원하는 중독자들에게 좌절과 포기를 안겨준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끝내 치료를 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제대로 된 해결책이 필요하다. 재활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내 가족과 친구, 심지어는 나 자신의 생명도 구할 수 있다. 지금부터 그 방법을 하나씩 살펴보자.
나에게 중독이란 개인적인 문제였다
」나는 재활 치료를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직접 겪은 사람이다. 남동생이 헤로인 중독에 시달린 지 5년째 됐을 무렵 부모님이 바닥에 고꾸라져 숨을 쉬지 못하는 그를 발견했다. 아버지는 필사적으로 그의 가슴을 내려쳤고, 곧 응급 구조원들이 도착해 그에게 ‘나르칸(때때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알려진 약물)’을 주입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재활원을 찾는 일은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너무나 힘들었고 좌절감마저 들었다. 나는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자칭 가장 효과적이라고 홍보하는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어떤 옵션이 가장 좋을지 가려내면서 말이다. 14일이면 충분할까? 그 기간 안에 동생이 다 낫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의 보험이 이걸 다 커버할 수 있을까? 지금 전화상으로 한 자리가 남았는데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고 말하는 이 과도하게 친절한 여자를 믿을 수 있을까? 아니, 도대체 내 동생을 살리고 싶긴 한 거야?
몇 주간의 조사를 거쳐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찾기까지 수천만 달러가 들었다. 다행히 우리는 그를 외래 치료 재활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곳은 동생이 시설을 떠나더라도 지속적인 치료를 제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건강보험만으로는 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감당할 수 없었다(참고로 그의 보험회사에서는 헤로인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독’이라 판단하지 않으므로 보험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내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에 살고 있는 다른 중독자들은 이런 재활원을 구하지 못했고, 내 친구의 오빠는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동생은 이제 32살이고 약을 끊은 지 7년이 돼간다. 그는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고, 나보다 주식시장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으며,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아시아 전역을 돌며 백패킹을 즐기는 중이다. 그에게 중독이란 종신형이나 사형 선고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치료와 더불어 회복에 전념한다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것이었다. 모든 중독자들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최근 들어 약물중독에 대한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지만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다. 내 친구, 가족, 그리고 우리 자신이 어떻게 약물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중독자들의 고백
」꿈의 직장을 잃었어요
“전 뉴욕에 사는 푸드 에디터였어요. 술은 제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죠. 금요일 밤부터 마시기 시작해 월요일까지 술에 취해 있었어요. 숙취가 너무 심한 날은 회사에 병가를 내곤 했어요. 주중에는 계속 숙취에 시달렸고요. 상사가 정신 차리라고 말했지만 전 제어하지 못했고 결국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어요. 전 그때 비로소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이리나(33세, 단약 4년째)
자살 시도를 했어요
“전 사귀고 있던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운전을 하던 중이었어요. 당시 우리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저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그 때문에 너무 우울했죠.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저는 초강력 타이레놀을 사서 전부 삼켜버렸어요. 눈을 떴을 때 저는 병원에 있었죠. 술기운에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그 이후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그때부터 모든 유해한 관계를 청산했고, 저 자신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메간(27세, 단약 4년째)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30살에 부모님 집의 지하실에서 살고 있었어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몸도 마음도 모두 만신창이였어요. 날마다 즐기던 파티가 결국 직장 생활에 악영향을 끼친 거죠. 당시 제 남친은 불법 체류자로 구금돼 있었고, 제겐 친구가 하나도 없었어요. 유일하게 대화하던 사람은 헤로인 딜러였죠. 주변을 돌아보며 ‘왜 내가 아직도 이러고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그길로 바로 차를 팔고 재활원에 들어갔어요.” -제이미(34세, 단약 4년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