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중독의 무서움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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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중독의 무서움

언제까지고 약물중독이 남의 일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지난 몇 달간 일련의 사건들로 알게 됐다. 영화나 미드에서만 보던 약물중독이 생각보다 심각한 현실이라는 사실과 그 중독에서 벗어나려면 얼마나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코스모가 살펴봤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19.09.11
지난 ‘버닝썬’ 사태 이후 한국의 마약 복용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실제로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마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이는 소수 특정 커뮤니티에 한정되지 않아 더 충격적이다. 클럽에서, 지인을 통해, 혹은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우연히 마약에 손을 대 국내에서까지 복용을 이어가는 사례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호기심, 스트레스, 불면증, 주변의 권유(압박) 등 그 이유도 다양하다. 그뿐만 아니다. 타인에 의해 저도 모르게 약물을 복용하게 돼 원치 않은 중독의 길로 들어섰다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문제는 한번 발을 들이면 그것이 중독으로 이어지고, 그때부터는 이를 벗어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각종 중독 증상 때문에 일상은 물론 커리어와 건강을 망쳤다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마약 복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대응 시스템도 중독자들의 치료를 더욱 어렵게 하는 데에 한몫하는 듯하다. 특히 마약 중독자를 대할 때 초점이 치료보다는 처벌에 좀 더 기울어져 있는 것도 한국의 현실이다. 비단 마약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알코올, 도박, 게임 등 각종 중독 관련 문제를 다룰 때도 치료법이 신통치 않다. 이렇듯 사회적 오명, 가늠조차 안 되는 비용, 그리고 애매한 경로 등 각종 장애물이 회복을 원하는 중독자들에게 좌절과 포기를 안겨준다. 정말 안타까운 것은 끝내 치료를 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생명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제대로 된 해결책이 필요하다. 재활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야만 내 가족과 친구, 심지어는 나 자신의 생명도 구할 수 있다. 지금부터 그 방법을 하나씩 살펴보자.
 

나에게 중독이란 개인적인 문제였다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스무 살 때, 남동생은 헤로인 중독에 빠져 있었다. 그가 점점 말라가고, 직장에서 쫓겨나며 친구를 잃는 동안 나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동생이 거짓말을 하고 내 아이패드를 훔쳐 전당포에 팔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이 나를 찾아왔다. 갈 곳도 없이 약에 취한 상태로 말이다. 팔에는 너무 많은 주삿바늘 자국이 나 있어 손을 갖다 대기만 해도 통증을 느끼는 상태였다. 이처럼 약물이 우리의 인생을 파괴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미국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999년 대비 2017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여성의 수가 260%나 증가했다고 한다. 역대 처음으로 교통사고보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 것이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미국 약물 남용 및 정신 건강 서비스국(SAMHSA)에 따르면 중독자의 90% 이상이 재활 치료가 필요함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 즉 중독자들은 도움을 받기보다 중독된 채 생을 마감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이다. 정말 말도 안 되는 현실이다.
나는 재활 치료를 받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직접 겪은 사람이다. 남동생이 헤로인 중독에 시달린 지 5년째 됐을 무렵 부모님이 바닥에 고꾸라져 숨을 쉬지 못하는 그를 발견했다. 아버지는 필사적으로 그의 가슴을 내려쳤고, 곧 응급 구조원들이 도착해 그에게 ‘나르칸(때때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알려진 약물)’을 주입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재활원을 찾는 일은 쉬울 줄 알았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너무나 힘들었고 좌절감마저 들었다. 나는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다. 자칭 가장 효과적이라고 홍보하는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어떤 옵션이 가장 좋을지 가려내면서 말이다. 14일이면 충분할까? 그 기간 안에 동생이 다 낫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의 보험이 이걸 다 커버할 수 있을까? 지금 전화상으로 한 자리가 남았는데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다고 말하는 이 과도하게 친절한 여자를 믿을 수 있을까? 아니, 도대체 내 동생을 살리고 싶긴 한 거야?
몇 주간의 조사를 거쳐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찾기까지 수천만 달러가 들었다. 다행히 우리는 그를 외래 치료 재활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곳은 동생이 시설을 떠나더라도 지속적인 치료를 제공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건강보험만으로는 시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감당할 수 없었다(참고로 그의 보험회사에서는 헤로인이 ‘생명을 위협하는 중독’이라 판단하지 않으므로 보험료를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내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에 살고 있는 다른 중독자들은 이런 재활원을 구하지 못했고, 내 친구의 오빠는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동생은 이제 32살이고 약을 끊은 지 7년이 돼간다. 그는 마라톤 완주에 성공했고, 나보다 주식시장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으며, 내가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아시아 전역을 돌며 백패킹을 즐기는 중이다. 그에게 중독이란 종신형이나 사형 선고 같은 것이 아니었다. 제대로 된 치료와 더불어 회복에 전념한다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는 것이었다. 모든 중독자들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최근 들어 약물중독에 대한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하지만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다. 내 친구, 가족, 그리고 우리 자신이 어떻게 약물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중독자들의 고백

자신이 약물에 중독됐음을 깨닫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다.
 
꿈의 직장을 잃었어요
“전 뉴욕에 사는 푸드 에디터였어요. 술은 제 일상에서 큰 부분을 차지했죠. 금요일 밤부터 마시기 시작해 월요일까지 술에 취해 있었어요. 숙취가 너무 심한 날은 회사에 병가를 내곤 했어요. 주중에는 계속 숙취에 시달렸고요. 상사가 정신 차리라고 말했지만 전 제어하지 못했고 결국 회사에서 해고를 당했어요. 전 그때 비로소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이리나(33세, 단약 4년째)
 
자살 시도를 했어요
“전 사귀고 있던 남자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 운전을 하던 중이었어요. 당시 우리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았어요. 저와의  만남을 거부하는 그 때문에 너무 우울했죠. 그와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저는 초강력 타이레놀을 사서 전부 삼켜버렸어요. 눈을 떴을 때 저는 병원에 있었죠. 술기운에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그 이후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그때부터 모든 유해한 관계를 청산했고, 저 자신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메간(27세, 단약 4년째)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30살에 부모님 집의 지하실에서 살고 있었어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몸도 마음도 모두 만신창이였어요. 날마다 즐기던 파티가 결국 직장 생활에 악영향을 끼친 거죠. 당시 제 남친은 불법 체류자로 구금돼 있었고, 제겐 친구가 하나도 없었어요. 유일하게 대화하던 사람은 헤로인 딜러였죠. 주변을 돌아보며 ‘왜 내가 아직도 이러고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그길로 바로 차를 팔고 재활원에 들어갔어요.” -제이미(34세, 단약 4년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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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Write Kiera Carter/Kaitlin Menza/Andrea Stanley
    Freelance Editor 박수진
    Photo Peter Hapak
    Design 조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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