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도 신상으로 읽자! 이번에 나온 소설 6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역사, 현실 그리고 개인의 삶까지 두루 바라보는 소설가의 시선이 담긴 글. 묵직한 울림으로 귀결된다.


시절일기-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김연수 | 레제 : 25년간 글쟁이로 산 소설가가 지난 10년을 돌아본다. 용산참사, 세월호 침몰, 문화계 블랙리스트, 촛불 집회 등 격동의 시간을 보낸 대한민국. 평범한 개인이자 가장, 그리고 40대 어른이기도 한 작가는 그때도, 지금도 글을 쓴다. 지옥 같은 현실에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애도의 대상 앞에서 어떤 글을 쓸 수 있는지 작가는 묻고 또 묻는다. 직업이 글 쓰는 사람이라면, 어쩌면 냉혹한 현실과 그 현실을 글로 버티며 성찰하는 것이 아닐까? 작가의 묵직한 책임감이 엿보이는 책이다.산 자들 ▶ 장강명 | 민음사 : 어쩐지 ‘live’하는 사람보다 ‘alive’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은 요즘, 장강명 작가가 본격적으로 한국의 노동 현실을 보여주는 소설을 썼다. 총 10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연작 소설이다.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3부로 구성됐는데, 리얼한 현실을 기반으로 했지만 풍자와 유머도 놓치지 않는다. 분명 심각하고 처연한 문제지만 흡입력 있는 문체와 이야기 덕에 읽는 것을 멈추기 어렵다. 본격적으로 노동 현실을 알렸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원미동 사람들>의 전통을 잇는다는 평이다.무엇이든 가능하다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 문학동네 : 얼핏 제목만 보면 ‘할 수 있다!’ 류의 자기 계발서 같지만 사실은 소설이다. 인물의 삶을 통해 욕망과 양심의 충돌, 타자를 향한 우월감과 연민 등 인간의 아이러니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9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지만 단편집은 아니다. 한 단편에서 이야기 중심을 이끌었던 주체가 다른 단편에서는 타인의 삶에 조연처럼 등장하기 때문이다. 마치 세월이 지난 후 삶을 되돌아보면 서로 관련 없던 사건이 느슨하면서도 필연적으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구성했다. ‘나’라는 단선적인 시선에 갇히기보단 삶을 더 넓은 시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이를테면 에필로그의 방식으로 ▶ 송지현 | 문학과지성사 : 6년 전 등단한 소설가의 첫 소설집이다.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성장통, 사춘기라는 단어가 생경하게 느껴지는 그 시기를, 소설가는 다시 붙들어놓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가 무심코 보낸 시간을 어떻게 되돌아봐야 하는지를 말하며 앞으로 남은 생을 기꺼이 살아가도록 북돋워준다. 이 책에 실린 소설에는 상시적으로 죽음이 등장한다. 자살, 사고사, 의문사 등 죽음을 너무나 일상적으로 다룬다. 마치 사회면에서 볼 수 있는 ‘사망 1명’처럼 말이다. 그러나 접근하는 시선은 다르다. 작가는 죽음을 새로운 탄생으로, 어른이 돼가는 성인식의 또 다른 이름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단순한 진심 ▶ 조해진 | 민음사 : ’제게 조금이나마 자격이 있다면, <단순한 진심>은 이 세상 모든 생명에 바치는 저의 헌사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작가의 말에 담겨 있는 이 문장 하나만으로 이 책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랑스로 입양돼 극작가로 살고 있던 주인공 ‘나나’는 헤어진 연인의 아이를 임신한다. 그리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고 싶다는 한 대학생의 이메일을 받는다. 주인공이 한국행을 결심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나나는 과거를 찾아가며 자신의 삶에 등장한 타인의 이름을 찾아 부른다. 그렇게 사람들과 소통하며 유대하는 이야기를 보고 있으니 어쩐지 체온이 1℃쯤 올라간 것 같다.항구의 사랑 ▶ 김세희 | 민음사 : 2000년대 초 목포에 살던 여학생들은 무엇에 집중하고 있었을까? 아이돌이었다. 그리고 여학생들은 그들을 가상의 인물로 세워놓고 팬픽을 지어냈다. 아이돌에만 집중하던 여학생들은 이내 서로를 사랑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여학생들 사이에서 동성애 문화가 번졌던 2000년대 초반을 살았던 주인공이 친구에게 느낀, 사랑보다 멀고 우정보다 가까웠던 그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여자가 여자를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아닌 한 번쯤 겪어본 첫사랑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소설이라 볼 수 있다.
역사, 현실 그리고 개인의 삶까지 두루 바라보는 소설가의 시선이 담긴 글. 묵직한 울림으로 귀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