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했던 섹스 파트너에게 쓰는 편지 || 코스모폴리탄코리아 (COSMOPOLITA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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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했던 섹스 파트너에게 쓰는 편지

여자는 생물학적으로 남자보다 성욕이 떨어진다고? 천만에. 우리는 성욕을 아끼도록 진화해왔을 뿐이다. 온갖 종류의 ‘비매너남’들 때문에 말이다. 여기 4명의 여자가 겪은 웃지 못할 사연을 소개한다.

COSMOPOLITAN BY COSMOPOLITAN 2019.08.17

내가 편하니? 내가 정말 편하게 해줄까?

친구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뗐다. “남자 친구가 섹시하게 느껴지지 않아.” 그녀의 남자 친구는 자취를 했다. 자연스럽게 연애 초반부터 남자 친구 집에 드나들게 됐고 덕분에 숙박비가 굳어 좋았다. 엄청난 미남은 아니지만, 키가 크고 늘씬한 남자 친구는 정력과 스킬 모두 충만했고, 그곳의 크기도 적당해 속궁합까지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의 잠옷이었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팀 중 토트넘, 정확히는 손흥민의 광팬인 남자 친구는 집에만 오면 항상 예의 그 축구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밥을 먹고 TV 채널을 대여섯 개쯤 돌리고 한 침대에 몸을 누일 때까지도 주야장천 유니폼 차림이었다. 어느 날 두 사람이 침대에 누워 있다가 분위기가 달아올라 키스를 시작했고, 남자 친구가 가슴을 애무하려고 그녀 몸 위로 올라온 순간, 그녀는 그것을 보고 말았다. 월드 스타 토트넘 홋스퍼 FC 미드필더 손흥민의 유니폼 가슴팍에 새겨진 찌든 국물 얼룩! 순간 그녀는 없는 고추도 죽어버릴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그녀 몸을 애무하는 남친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상해 말없이 티셔츠를 벗기고 마저 일을 치렀지만 이건 아니다 싶었다. 사실 남친의 털털함(?)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샤워를 마치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털레털레 나오는 것까지는 그렇다 쳐도, 그대로 선풍기 앞으로 다가가 중요 부위를 말리는 모습만큼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둘 사이의 느슨해진 긴장감을 대변하듯 호리호리하던 그의 몸 한가운데로 뱃살이 축 처지기 시작했다. 그녀와의 연애가 마음은 물론 몸에도 너무나 풍요로웠던 걸까? 그에게 예쁘고 섹시하게 보이고 싶어 꾸준히 브라질리언 왁싱도 받고 체중 관리를 했던 그녀와는 달리, 연애 시작 이후 점점 외양이나 분위기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남자 친구 때문에 더 이상 섹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들으면 못해도 3년은 된 커플이라 짐작하겠지만, 놀랍게도 두 사람은 교제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친구는 오랜 고민 끝에 이별 대신 남자 친구와의 진지한 대화를 택했다. 나는 다음번에 그의 집에 가면 제일 먼저 그 낡아빠진 축구 유니폼부터 쓰레기통에 던져 넣으라고 말했다. -민조킹(일러스트레이터)
 

제가 아니라고 했으면 궁서체거든요

안녕하세요, J씨. 이렇게 공개된 지면을 통해 인사드릴 수밖에 없음을 이해하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날은 드디어 J씨와 섹스를 하기로 마음먹은 날이었습니다. 하필 저는 J씨를 만나기 전날과 바로 그 전날에도 넘치는 성욕을 가진 비혼 여성으로서 열심히 섹스를 한 결과, 수면 부족과 육체 피로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볕이 좋은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다 졸고 있는 저를 보고 호텔에서 좀 더 편하게 자는 게 어떻겠냐고 결정적인 제안을 한 것은 바로 J씨였죠.  
트윈 베드로 체크인하고 룸에 들어서자마자 저는 정확하게 말했습니다. “딱 30분만 자고 일어나서 해요.” 저는 싱글 침대에 백설공주 포즈로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J씨는 바로 옆 침대에 걸터앉아 저를 바라보다가 재워주겠다면서 좁은 침대 안으로 들어오셨죠. 팔베개를 해주고 제 등을 몇 번 토닥토닥, 그런데 그 손이 왜 엉덩이를 만지고 허벅지 사이로 내려갔던 거죠? 그 잠깐도 못 견디겠다는 듯 덤벼드는 남자, 제 앞에서 자제력을 잃고 마는 남자는 분명 저의 어떤 허영심을 채워주는 전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날의 저는 정말 피곤했어요. 이러지 말라고 밀어내는 행동은 오히려 J씨를 자극하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목석같이 가만히 누워 있었습니다. 아, 이건 아니지. 발.정.이.났.다.면. 이럴 여자가 아니라는 걸 우리가 그동안 나눈 시간이면 충분히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비협조적으로 나오는데도 딱 붙는 니트 원피스를 입은 제 몸에 파고들기 위해 J씨는 옷을 엉망으로 늘어나게 만들었죠.  
적당히 하고 물러설 줄 알았는데 J씨는 눈치가 너무 없었어요! 심지어 콘돔도 끼우지 않은 채 밀어붙이시더군요. 더 이상 참아줄 수가 없었습니다. 몸을 빼고 일어나 앉아 “제가 30분만 자고 나서 하자고 했죠?” 정색하고 물으니 당황하시더라고요. 동의하지도 않았고 감흥이 없어 반응하지 않는 몸에 홀로 허덕거리는 게 저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하진 않느냐고도 물었습니다. 순간 겁이 나셨나 봐요. 미안하다고 말은 하지만 그 미안은 이 순간을 모면하고 싶어 내뱉는 말일 뿐, 갑자기 내가 왜 이러는지 도통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죠. 이런 상황에서 같이 있어봐야 내 화만 돋우게 될 것 같다며 도망치듯 호텔을 떠났습니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저를 차단하셨나요? 연락하려고 했더니 J씨는 이미 저를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셨더군요. 저만 없으면 오늘 일은 다시 떠올리지 않아도 될 터였죠. 그 부끄러움이 당신을 진화시킬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관대한 제가 이 서간문을 쓰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이렇게 말해주지 않는다면 J씨는 평생 자기 합리화나 하며 살 것 같아서입니다. 세상은 좁고 만날 남자는 한정돼 있는 걸까요? 어쩌다 보니 저의 지인이 J씨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에게 자랑처럼 들려주었던 J씨의 수많은 성적 모험을 그분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와의 에피소드는 아주 깊숙하게 묻어버리신 것 같더군요. 안 좋은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든다고 해서 J씨가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아니랍니다. 저는 J씨가 묻어버렸을, 저를 비롯한 수많은 여자를 통해 반성할 기회를 가졌으면 합니다. 우리는 아주 야하고 즐거운 섹스를 할 수 있는 사이였습니다. J씨가 제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면 말이죠. 여자가 30분을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릴 줄 아는 것. 그만하라고 하면 곧바로 멈추는 것. 명확한 성욕을 가진 여성의 말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죠? 부디 다음에는 이와 같은 무례를 다른 여자에게 반복하지 않길 바랍니다. 아시겠어요? -현정(섹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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