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례, 죽지 않아!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100만 구독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일흔셋의 유튜버. 구글의 CEO와 영접(!)한 글로벌 크리에이터. ‘코리아 그랜마’ 박막례를 만났다. 그녀를 만나고 생각했다. 나이 서른이든 마흔이든, 일흔이든 여든이든, 살아 있다면 우리 이대로 죽을 순 없다고. 박막례처럼 말이다. | 크리에이터,구독자,유튜브 영상,유튜버,할머니

박막례. 이름 석자는 이미 어떤 스타 연예인보다도 유명하다. 고작 2년 반 남짓이 걸렸다. 전라도 사투리 기능인, 용인 사는 일흔의 할머니가 유튜브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지 말이다. 요즘 잘나가는 유튜버의 광고료가 한 회에 수천만원에 육박한다지만, 그들의 시작은 그저 ‘재미 삼아’였듯이 ‘코리아 그랜마’도 다르지 않았다. 박막례 할머니의 처음은 이랬다. 할머니가 치매 위험군 판정을 받자, 손녀는 할머니와 둘이 여행을 떠나겠다며 다니던 직장에 휴가를 낸다. 그러나 휴가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손녀는 직장을 때려 치우고 나선다. 손녀는 여행 내내 ‘추억 소장용’으로 영상을 찍었다. 할머니의 리얼한 반응과 걸쭉한 입담이 손녀의 손끝에서 배꼽 빠지는 영상으로 태어났다. 가족끼리 깔깔대며 돌려보던 것이 어느새 1만회, 10만회, 100만회 쭉쭉 올라갔다. 그렇게 박막례 제 2의 삶, 유튜버 인생이 시작됐다. 박막례 할머니의 인생 첫 자서전 이미 유튜버로서 독보적인 캐릭터가 된 박막례 할머니를 새삼 인터뷰 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따로 있다. 서점 가판대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 한 권 때문이다. 샛노란 표지에 뽀빠이처럼 알통 자랑을 하고 있는 할머니. 제목처럼 박막례 할머니가 “이대로 죽을 순 없다”고 외치는 듯했다. 이미 코리아 그랜마의 열혈 구독자로서 할머니의 ‘편’(‘팬’의 박막례식 표현)이었던 나는 솔직히 책까지 굳이 읽을 필요 있겠나 싶었다. 그러나 책을 펼치자 마자 한 여자의 우여곡절, 파란만장 엎치락뒤치락 박복한 삶에 거침 없이 빠져들었다. 우리가 흔히 ‘말 안 통하는 꼰대’로 퉁 치며 상상하려 들지 않았을 뿐, 노인들의 삶 또한 실은 이토록 개별적이라는 것. 우리 모두의 삶에서 각자가 주인공이듯 우리보다 곱절은 살았을 노인 개개인은 얼마나 특별하게 복잡다단한 삶의 질곡을 건너왔을지, 다시 상상하게 됐다.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박막례 할머니의 인터뷰는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그럼에도 굳이 만나야 했다. 서점 가판대에 ‘일흔’이 넘은 ‘여성’의 에세이가 베스트셀러에 꽂혀 있는 이 낯설고도 경이로운 순간을 코스모는 길이길이 기리고 싶었다. 코스모의 모토가 무엇이던가. Fun Fearless Female! 지금 대한민국 70대 중 가장 웃기고 두려움 없이 스스로 삶을 개척해온 여자. 그것은 고스란히 박막례를 지칭하는 말이었으니까.   인터뷰 당일, 설렘과 긴장이 온 정신을 휘감았다. 간절히 만나고 싶고, 또 피하고 싶은 마음이 5대5로 공존했다. (원래 사랑이 깊으면 상대 앞에서 작아지는 법이다.) 혼자 속으로 밀당을 하는 와중 저 멀리서 박막례 할머니가 걸어 들어왔다. 150이 될까 말까한 작은 키에 ‘이거시박막례클라쓰다~’라고 말하는 듯 화려한 자수 프린트 원피스, 화사하게 말아 올리고 앙증맞게 꼬아 내린 헤어 스타일, 원조 뷰티 유튜버의 위엄이 느껴지는 메이크업까지. 코리아 그랜마가 화면 밖으로 총총 튀어 나왔다. 나는 첫 질문으로 “막례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라는 말을 준비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가 않았다.   할머니는 손녀가 든 카메라가 아닌 다른 카메라 앞에서는 많이 수줍어했다. 그러다 서서히 박막례식 말투가 튀어 나왔다. 그 유명한 “염병하네”는 끝내 실제로 듣지 못했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 스태프들은 유튜브 영상 보듯 박수 치며 깔깔 웃었다. 그 타이밍이 하필 인터뷰가 끝날 때쯤 찾아와서 그렇지. 인터뷰를 마치고 할머니를 배웅하러 나간 길. 강남 한복판 큰길가 저 멀리에서 20대쯤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거의 울먹이며 다가왔다. “어? 어머? 어머머머머! 할머니 맞죠? 으아아아앙!” 과장 좀 보태서 거의 BTS 실물 영접의 순간만큼이나 감격스러워 보였다. 할머니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반가워~ 고마워~” 하며 연신 등을 쓰다듬어줬다. 옆에 있던 우리가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당부해본다. ‘할머니, 우리 오래오래 사십시다. 알통 자랑하면서!’ 코스모 유튜브 시리즈 <여자, 여자를 만나다> 박막례&김유라 인터뷰 다음편도 코스모 유튜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