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들이 피임약을 끊고 있다고?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밀레니얼 여성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과거 피임약을 복용해본 여성 가운데 무려 70%가 지난 3년 사이 피임약 복용을 이미 중단했거나 중단을 고민한 적 있다고 한다. 같은 조사에서 콘돔을 거의 혹은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60%에 달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5년 사이에 ‘질외사정법’을 피임 수단으로 택한 사람의 수가 2배가량 뛰어올랐다고 한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 밀레니얼,피임약 복용,밀레니얼 세대,피임 패러다임,섹스

모든 피임법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고로 피임법에 우위라는 건 없다. 확실한 건 질외사정법이나 월경주기법은 임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왜 젊은 여성들이 점점 피임약을 기피하는가? 밀레니얼의 피임 패러다임은 분명 변하는 중이다. 여성의 일상에 혁명을 일으킨 경구피임약의 등장 이후 노동시장에서 활약하는 여성의 수가 3배 이상으로 뛰어올랐던 것은 피임약이 우리에게 선사한 ‘자유’를 상징하는 수치로 읽히곤 했다. 최근엔 또 어땠던가? 여드름을 치료하기도 하고 생리통과 각종 PMS를 무력화시켰으며 간혹 생리의 시뻘건 늪에서 우리를 해방시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호르몬이라 꺼림칙하다니, 이런 걸 두고 배은망덕하다 해야 할지 격세지감이라 불러야 할지 좀 난감하긴 하다. “확실히 지난 몇 년간 여성들 사이에서 피임약에 대한 태도 변화가 눈에 띕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좀 더 편리한 것을 찾아요.” 미국의 산부인과 전문의 안드레아 치스홈의 말이다. 미국 코스모폴리탄과 ‘파워 투 디사이드’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25%의 여성이 피임약을 중단했거나 중단할 계획인 이유로 다른 종류의 피임법을 시도해보고 싶기 때문이라 답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2019년 현재 시점에는 경구피임약과 비슷한 피임 효과를 지닌 훨씬 더 쉽고 다양한 방법이 존재합니다”라는 예일 의과대학 산과의 메리 제인 민킨 교수의 말마따나, 지금껏 임신을 예방하는 방법이 이렇게나 많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자궁 내 피임 기구의 하나인 ‘IU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생리를 아예 없애준다!”라는 간증의 전파로 관심을 갖는 사람이 급증했다.   오래 지속되는 데다 아주 효과적이며 특정 제품의 경우 자궁 관련 질환 치료 효과도 입증된 IUD뿐만 아니라 패치, 임플란트, 주사, 질 링 등 한번 불편하면 한동안 잊어버려도 되는 피임 방법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피임약의 인기가 식고 있는 건 그저 편의성 때문만은 아니다. ‘루머’도 한몫한다. 그 루머의 실체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임약 복용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기만 해도 쉽게 알 수 있다. “피임약 오래 먹으면 임신이 잘 안 된다던데?” “너무 오래 피임약을 복용하면 나중에 유산 확률이 높아진다고 들었어.” “임신 걱정 없이 편하게 섹스하자고 피임약 먹다가 정작 나중에 진짜로 아이 갖고 싶을 때 난임이 될까 봐 못 먹겠어.” 누구나가 한 번쯤 들어본 이런 ‘카더라’ 출신의 루머들 말이다. 흡연자의 경우 만 35세가 지나면 혈전 위험 때문에 에스트로겐 제제의 피임약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거나 사람에 따라 체중 증가, 성욕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만 빼고 대부분 ‘호르몬’에 대한 두려움이 만들어낸 실체 없는 공포다. 여기에 앞서 말한 자연주의를 향한 밀레니얼 세대 특유의 가치관이 더해지면 피임약은 더욱더 예스러운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결국 선택하는 것이 질외사정법 같은 아주 자연 친화적인 동시에 위험한 모험이라는 게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피임의 여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결국 하나다 성의학 및 폐경을 전문으로 하는 노스웨스턴 의학 센터의 디렉터 로렌 슈트라이허 박사는 밀레니얼 세대의 이런 셈법에 일침을 날린다. “피임약에 포함된 합성 호르몬이 무조건 몸에 나쁠 거라는 생각은 옳지 않아요. 물론 어떤 약도 위험률이 없을 수는 없죠. 하지만 피임약의 위험률은 꽤 낮습니다. 특히 ‘원치 않는 임신의 위험률’과 비교한다면 말이죠.”   그렇다. 경구피임약, 기타 호르몬성 피임법, 비호르몬성 IUD 모두 부작용이란 것이 있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개인차’라는 것도 존재해 누군가에겐 생명과학 기술의 축복처럼 여겨지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최악과 차악의 무의미한 레이스 정도에 지나지 않기도 하다. 그러니 어떤 피임법이든 그 선택을 두고 우위를 가릴 일은 아니다. 단, 그 선택의 기준과 근거가 확실히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인지, 그 선택의 결과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고민이 충분했는지를 스스로 깊게 물어야 한다는 것, 그것만큼은 무조건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내 주변만 해도 많은 여성이 피임법을 두고 고민하기 시작하는 지점은 상대방이 ‘성감 저하’를 이유로 콘돔 사용에 불만을 제기하면서부터였다. 여자라고 콘돔이 마구마구 좋겠냐마는, 그렇다고 ‘싫다’라는 확실한 감각을 느낄 수준인 경우도 드물다. 남자의 불만 제기로 가장 간편한 동시에 대표적 비호르몬성 피임법인 콘돔을 제하고 나면, 남는 건 여성용 호르몬성 피임법 혹은 악명 높은 월경주기법 또는 왠지 못 미더운 질외사정법 정도다. 사랑하는 사람을 배려하는 하해와 같은 마음은 충분히 치하할 만하지만 그 선택의 결과는 대체로 자신의 몸에 남는다. 다른 무엇보다 피임에서만큼은 감정적인 충동과 자의적인 판단을 지양해야 하는 이유다. 어느 피임법을 고민하든 그 시작과 끝에는 ‘자신’이 있어야 한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지름길은 산부인과 전문의와의 상담이고 말이다. 근본적으로 피임은 어느 한쪽이 등 떠밀리듯 마지못해 총대 메고 나서야 하는 골칫거리가 아니다. 피임은 책임감 있는 성인 연애의 의무인 동시에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주체적 권리기도 하다. 그러니까 제발 좀 제대로 알고 해라. 대애~충 운 좋게 맞아떨어지길 바라다가 순식간에 고약한 농담의 운 나쁜 주인공이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