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변비의 계절
여름은 장염만큼이나 변비에 걸리기도 쉬운 계절이다. 땀이 많이 나서 수분 소실이 많고, 더워서 실내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 장운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출에 대비해 무리하게 식사량을 줄이다 ‘다이어트 변비’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최소한의 대변이 형성되지 않아 장의 연동운동이 저하돼 변비가 생기는 것이다. 잔변이 장에 오래 남아 있으면 변이 딱딱해져 치질이나 치핵 같은 대장항문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빨리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 하루 화장실에 못 갔다고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배변 주기가 3일에 한 번이라 하더라도 원활하게 볼일을 본다면 의학적으로 정상이다. ASMR 식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바다포도는 변비 완화에 도움이 된다. 미역과 비슷한 맛이 나는 해조류로 칼로리가 낮으며,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해 소화를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변비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진 바나나는 의외로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 덜 익은 바나나는 변비를 악화시키니 꼭 잘 익은 바나나를 먹도록 할 것. 여물지 않은 바나나와 감의 떫은맛에 함유된 ‘타닌’ 성분이 수분을 많이 흡수해 변을 딱딱하게 만든다.
장염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장염에 걸렸다고 설사를 멈추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설사는 몸속을 해독하는 과정의 일부다. 그러니 장염 발병 초기에 무조건 지사제부터 먹거나 마냥 굶지 말고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 위주로 식단을 조절하자. 평소 음식에 코코넛 오일을 한두 방울 첨가해 먹는 습관을 들이는 건 어떨까? 중간 사슬 지방산이 많아 소화 건강과 장내 염증 감소에 도움이 된다. 여름에는 과일을 많이 먹는데, 수박과 참외 같은 고당도 과일보다는 포드맵이 적은 자몽, 바나나, 블루베리를 추천한다. 당도가 높은 과일에는 올리고당과 발효당 등 장에서 잘 흡수되지 않는 포드맵 성분이 많아, 오히려 위장을 자극해 설사를 할 수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장이 건강하지 않다?
장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 최근 <네이처 미생물학>에 장내 미생물과 정신 건강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소개됐다. 벨기에 루뱅 가톨릭대 레가 의학연구소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들의 장에는 몸의 활력을 담당하는 페칼리박테리움과 전반적인 건강 및 신체 기능과 관련 있는 코프로코쿠스 수치가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균들은 장내 염증을 억제하고 장벽 상피세포의 방어막을 튼튼하게 하는 부티레이트 생성을 촉진하는데, 염증성 장 질환 환자와 우울증 환자들은 장내 부티레이트 농도도 낮았다. 단,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 등 배변 활동과 장 면역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는 정신 건강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어쩌면 미래에는 정신 건강을 증진시키는 장 건강 보조 식품이 등장하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