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청혼을 비추하는 이유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단 한 번뿐인 경험이 특별했으면 하는 바람은 십분 이해한다. 그렇지만 그 사랑 고백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두 사람이라는 점을 기억하자. 상대방 허락 없이 불청객을 초대하는 건 금물이다. ::러브, 청혼, 결혼, 사랑, 연애,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러브,청혼,결혼,사랑,연애

다 된 결혼에 코 빠뜨리기대체 왜 공개 청혼이 아직까지 명줄을 이어오는 걸까? 플렉 교수에 따르면 이게 다 영국 왕실의 로열 웨딩 때문이다. 1981년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리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은 7억5000만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치러졌다. 그 뒤로 사람들의 결혼식에 대한 로망은 부풀고 부풀어 이제 단 하루의 호사스러운 이벤트로는 뭔가 아쉬워진 거다. 플렉 교수는 공개 청혼의 시초는 이보다 몇 해 뒤인 1985년쯤이라고 말한다. 뉴욕 제츠와 디트로이트 라이언스의 풋볼 경기 도중, 스포츠 방송 진행자인 아흐마드 라샤드가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배우 필리샤 에이어스앨런에게 청혼한 일 말이다. 웨딩 플래닝 전문 업체 더 허트 밴딧에서는 커스텀 프러포즈 패키지를 제공하는데 가격이 최대 3백만원까지 오르기도 한다. 공동 창업자인 미셸 벨라스케스에 따르면, 요즘에는 청혼 멘트의 글자 크기도 중요하다. “점점 커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1m가 넘는 크기의 네온사인에 ‘나랑 결혼해줄래?’ 멘트를 띄우는 사람도 봤다니까요!”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공개 청혼은 대부분 여성보다 남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연애 코치이자 <그는 당신의 타입이 아닐 뿐이다(그리고 그건 희소식이다)>의 저자 안드레아 시르태시는 “공개 청혼은 관계에 대한 불안감이나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비롯한 오만함, 그리고 또 다른 경우에는 그저 애인이 뭘 원하는지 잘 모른다는 데서 시작해요”라고 분석한다. 소셜 미디어의 발달도 공개 청혼 이벤트에 대한 경쟁을 부추긴다. 청혼 장면을 소셜 미디어에 올려 얼마나 많은 ‘좋아요’를 받는지도 중요해졌으니 말이다. 더 넛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청혼을 준비하는 데 남성들은 평균 4.4개월을 소비한다. 덮어두고 남성들만 비난할 수는 없다. 한 달에 한 번꼴로 결혼식 하객으로 불려가는 공보현(32세, 가명) 씨는 “요즘 친구들을 만나면 결혼이 가장 큰 화두예요. 결혼을 앞둔 친구가 있다면 ‘청혼은 어떻게 했어?’라는 질문이 꼭 나오죠. 물론 어떤 청혼을 받든 모인 사람들은 ‘멋지다’라며 칭찬하겠지만, 예비 신부나 신랑 입장에서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에피소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플렉 교수는 남성들이 청혼 이벤트에 열을 올리는 심리에 대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극적인 순간을 기대하는 순수한 마음일 수도 있죠. 그렇지만 동시에 이토록 성대한 이벤트를 직접 준비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어요”라고 분석한다.그러나 시르태시에 따르면 이만한 동상이몽도 없다. “청혼받는 여성의 경우 ‘그가 나를 정말 잘 이해한다면, 내가 이런 걸 좋아할 리 없다는 사실쯤은 알 텐데’라는 좌절감에 휩싸이죠.” 부부 및 가족 상담 전문가인 타라 필즈는 상대방이 원치 않는 청혼 이벤트의 허점을 꼬집는다. “사람들이 결혼을 결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상대방이 누구보다도 자신을 가장 잘 아는 단 한 사람이라는 믿음이에요.” 공개 청혼이 불발하면 성심껏 준비한 남성이 마음에 상처를 입는 건 물론이고, 관계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거다.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교 간호학 대학에서 포스트 닥터 과정을 밟는 리사 호프록 박사는 한 논문에서 “어떤 남성들은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공개 청혼을 선택한다”라고 썼다. 더 끔찍한 이유는 “사적인 자리에서 청혼했는데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해서”이다. 관계 전문가이자 심리치료학 박사인 리사 브레이트먼은 “아무리 공들여 청혼했더라도 공개 청혼은 죄책감을 이용하는 일종의 괴롭힘이에요”라고 말한다. “상대방을 압박하는 거죠. 그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감히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