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원하게 말아 먹어봤냐고?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오글거리는 셀프 칭찬으로 가득한 ‘자소설’의 시대는 지났다. 내로라하는 기업을 이끄는 최고 경영자와 핫한 벤처기업의 창업자들 역시 화려한 실패 이력을 자랑한다는 사실. 각자 업계에서 톱을 달리는 세 여성의 적나라한 실패담을 공개한다. ::커리어, 커리어팁, 비즈니스, 직장생활, 회사, 창업자, CEO,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커리어,커리어팁,비즈니스,직장생활,회사

준 사퐁 JUNE SARPONG올해 42세로, 방송인이자 작가다. 영국의 스카이 뉴스에서 진행하는 토론 프로그램인 <더 플레지>에 패널로 참여하고 있다. 최근 첫 번째 책 <Diversify>를 냈다. 1997  꿈의 면접을 말아먹을 뻔하다나는 늘 방송인을 꿈꿔왔지만, 처음엔 음악계에 있었다. 19세에 BMG&아리스타 레코즈에서 일할 당시 새로 시작하는 MTV 쇼의 호스트 자리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다. 인터뷰 전날 일이 있어 귀가가 늦었고, 나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 테스트 스크립트를 미리 읽고 가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30분 내로 준비해 집을 나서야 하는 시각이었다. 포기하고 잠이나 더 잘까 하는 생각이 굴뚝같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면접 장소로 갔다. 다만 망친 인터뷰를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가명으로 등록했다. 꿈꿔왔던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자체가 이미 실패라고 느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면접을 통과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순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때로는 문제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한 법이다. 운 좋게 잘 풀릴 수도 있으니까. 2008  개인 프로젝트가 붕괴하다2007년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었던 <T4>에서 하차하고 이듬해에 나는 여성을 위한 웹사이트인 ‘폴리틱스 앤 더 시티’를 개설했다. 시사 이슈를 패션 및 뷰티와 연관 지어 보도하자는 취지였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나는 롤링스톤스 멤버 론 우드의 부인인 샐리를 포함해 끝내주는 에디터들과 함께였고, 광고업계와 미디어의 러브콜이 쇄도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자 구독자와 광고가 차례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사비를 들여서라도 웹사이트를 살리려 했다. 금전적으로도 타격을 입었지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건 내 사업에 실패했다는 부끄러움이었다.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우울했다. 나를 믿고 따라와준 사람들을 실망시켰다는 자괴감 때문에 스스로를 학대했다. 2017  아무도 원하지 않는 책을 쓰다<Diversify>는 인종 문제와 불평등에 관한 책이다.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 나는 연달아 출간에 실패했다. 5명의 저작권 대리인을 만났지만 아무도 일을 맡으려 하지 않았고, 몇몇 출판사로부터 출판을 거절당했다. 어느 저작권 대리인은 반년 동안이나 소식이 없다가 돌연 연락해서는 내 책이 완전히 쓰레기라고 평했다. 내가 대중적으로 “호감 가는” 타입이니 논쟁을 피하라고 조언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은 인종 대신 젠더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좀 더 안전할 거라 했다. 거절당하는 건 힘들었지만, 나는 조언을 받아들여 관점을 조금씩 수정했다. 그랬더니 어느새 거짓말처럼 출판사들이 연락을 해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