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녀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충무로가 신뢰하는 감독들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음에도, 전여빈은 담담하다. 다만 흘러가는 시간에 초연할 수 있기를, 낯선 흐름 속에서 오늘을 잘 살아낼 수 있기를 고심할 뿐이다. ::전여빈, 스타화보, 여배우, 영화배우, 멜로가체질, 드라마,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전여빈,스타화보,여배우,영화배우,멜로가체질

셔츠 원피스 28만8천원 BAU by 브라이드앤유.오늘 ‘화이트’를 콘셉트로 촬영했어요. 전여빈의 말간 얼굴이 무엇이든 그릴 수 있는 여백 같다고 생각했거든요.누군가 나를 보고 하얀색을 떠올려준다면 기쁠 것 같은데요? 어떤 사람은 하얀색이 밋밋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얀색은 꼭 물 같잖아요. 무한한 변주를 할 수 있고 어떤 컬러든 발색되죠. 그런 가능성으로 느껴져서 좋아요. 그림 그릴 때도 가장 먼저 필요한 건 하얀 도화지잖아요. 때로는 채우는 것보다 여백이 주는 힘이 크다고 생각해요.7월에 방영하는 <멜로가 체질>은 서른 살 친구들의 고민, 연애, 일상에 대한 드라마예요. 천우희, 한지은, 안재홍 등 또래 배우들과 함께 출연했죠?학생 때부터 너무 좋아했던 천우희 언니를 만나서 기뻐요. 연기할 때 답답한 마음이 들면 동료들에게 편하게 툭 털어놓기도 해요. 한번은 천우희 언니와 지은 씨 셋이 앉아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제일 어렵다”라는 푸념도 했죠. 비슷한 나이대라 느끼는 감정이 비슷해 서로 주고받는 피드백이 더 와닿는 것 같아요. 그런 대화를 나누는 게 신나서 촬영장 가는 게 들뜨고 재밌어요. 동료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과도 대화를 많이 해요. 스태프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라 어리게만 봤는데 대화를 해보니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만의 것을 차곡차곡 쌓고 있더라고요. 요즘 그런 모습을 보고 느끼는 바가 많아서 저도 정신이 번쩍 들어요.극 중 배역 ‘이은정’과 나이가 같아요. 그 나이대 배우 전여빈은 요즘 어떤 고민을 해요? ‘은정’은 다큐멘터리 감독인데, 예상치 못하게 작품이 흥행을 하지만 마냥 행복해하지만은 않아요. 다양한 상황과 고민을 맞이하죠. 저 역시 연기를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고, 새로운 환경을 겪으며 스스로를 발견하고 있거든요. 그런 점에서 ‘은정’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은 감정이나 생각이 계속 바뀌고 새로운 습관도 생기고 있어요. 배우이자 사람으로서 ‘이 낯선 흐름 속에서 하루를 잘 산다는 건 뭘까?’에 대해 늘 고민합니다.드레스 가격미정 손정완. 슬링백 21만8천원 미예르.그 고민의 답은 찾았어요?주어진 환경과 시간 안에서 뚜벅뚜벅 걷겠다는 의지를 갖는 것 아닐까요. 큰 물길은 내 손 밖의 것일지라도, 원하는 물살을 타려면 반드시 자신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걸 믿고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연애관은 어때요?‘은정’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연인과 친구처럼 지내는 스타일이거든요. 저도 연애는 신뢰할 수 있고, 뭔가를 같이 할 때 불편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친구와 함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멜로가 체질>은 영화 <극한직업>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의 첫 드라마예요. 그동안 주로 깊은 내면 연기를 보여줬던 전여빈의 첫 코미디 작품이기도 하죠.감독님이 영화 <죄 많은 소녀>를 인상 깊게 보신 것 같아요. 그 작품에서 제 캐릭터는 어두웠지만, 감독님은 연출자로서 ‘나는 이 배우에게 이런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라는 큰 그림을 그리지 않으셨을까요? <멜로가 체질>에 함께 출연하는 천우희 언니도 대중에게 다소 무거운 느낌을 주는 배우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 생기가 넘치는 인물이 되거든요. 저도 당차고 솔직한 캐릭터인 ‘이은정’을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참, ‘이은정’은 감독님의 친누나 이름이기도 하대요. 특정 인물을 반영한 캐릭터는 아니고, 그냥 이름만 같은 것 같지만요.재킷 가격미정 엠포리오 아르마니. 드레스, 점프슈트, 브라렛 모두 가격미정 크리스찬 디올. 플랫 슈즈 71만원 3.1 필립림.이병헌, 허진호, 박훈정 등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감독들이 여빈 씨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잖아요. 배우로서 어떤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감사한 마음이 엄청 커요. 하지만 저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정말 좋은 기회가 왔고 이 경험을 통해 배우고 차곡차곡 잘 쌓아가고 싶어요. 제 첫 배역은 학교 선배들의 뮤지컬 공연에서 지나가는 할머니 역이었어요. 잘 보이지도 않는 역할인데, 사명감을 갖고 했죠. 작은 것도 제겐 항상 크게 느껴졌어요. 제 필모그래피는 모두 그 당시에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것, 만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고요. 누군가에게는 거북이 걸음으로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제 속도로 전력 질주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늘 그래왔듯 차분하게, 하지만 열정적으로 잘 걷고 싶어요. 현장에서는 같이 일하고 싶은 배우였으면 해요.그 바람은 이미 이뤄진 것 같아요. 오늘 현장 스태프들도 여빈 씨가 착하고, 같이 일하기 편한 배우라고 칭찬하던걸요. 제가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례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아요. 모든 스태프가 누군가에겐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되는’ 귀한 존재일 거란 말이에요. 현장에서의 역할에 따라 어떤 사람이 더 크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거든요. 나와 소통할 때는 앞에 앉은 당신이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저도 학창 시절에 연극 스태프를 해봐서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아니까요.배우 지망생이 스태프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연기의 원형을 찾고 싶었고, 연극이 그 시작이라 생각했어요. 대학로에서 활동하는 선배님들의 연기를 좀 더 긴밀하게 보고 싶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연기를 배우겠다고 스태프 일을 기웃거린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스태프는 현장에서 너무 많은 일을 해서, 오롯이 주어진 일에만 집중하기에도 쉽지 않았거든요. 막내로서 실수도 많이 하고 혼나기도 하면서 스태프 일이 참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연기하는 선배들을 관찰하며 배워보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절대 실수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가장 크게 사고 친 건 무엇이었나요?장진 감독님의 연극 <서툰 사람들>에서 음향을 담당한 적 있어요. 문이 열릴 때 바람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잠깐 딴생각을 하다가 문 닫힌 후에 바람 소리를 넣은 거예요. 당시 배우 한 분이 화가 많이 나셨을 텐데, 제가 겁을 먹고 있으니까 참으시는 게 느껴졌어요. 그 선배한테 많이 배웠죠. 상대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그 순간을 참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하는 게 멋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충분히 화를 낼 상황에서 그렇게 반응하시니까 저는 너무 감사해 그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어요.오늘 말버릇처럼 “누구를 보며 많이 반성하고 배웠다”라는 말을 자주 한 것 알아요?정말 답답한 건, 저는 평소의 저를 잘 모른다는 거예요. 나는 나를 제대로 볼 수 없잖아요. 대신 다른 사람의 좋은 점을 많이 보죠. 얼굴에 감정이 다 드러나는 편인데,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화나는 상황에서도 스스로를 잘 다스리는 사람들을 보면 많이 배우고 반성하죠. 저는 그러지 못하니까요.올해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이하 <천문>)와 <해치지않아>도 개봉을 앞두고 있어요. 특히 <천문>에서는 신구, 최민식, 한석규 같은 대선배들과 함께 출연하죠.신구 선배님은 마주치는 장면이 없어 한 번도 못 뵀어요. 주로 최민식 선배님과 호흡했고 한석규 선배님을 이따금 뵀는데, 두 분 다 후배들에게 궁금한 것도 많으시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세요. 신기한 게 선배님들은 촬영장을 자기 고향인 것처럼 느끼시는 듯 너무 편해 보여 계속 관찰하게 돼요. 덕분에 저도 덩달아 편해져 긴장이 풀리고 연기에 더 단단하게 몰입할 수 있는 것 같아요.셔츠 가격미정 포츠 1961. 팬츠 9만8천원 이일삼팔공. 힐 31만8천원 슈츠.벌써 한 해의 절반이 지났는데, 여러 작품을 연달아 하고 있어요. 쉼 없이 다양한 캐릭터로 살아야 하는 동시에 인간 전여빈으로도 살아가야 하잖아요. 카메라 앞의 배우 전여빈과 사람 전여빈, 어떤 삶이 더 편해요?우리가 사는 인생은 극이 짜여 있지 않고, 매 순간이 선택이잖아요. 말할 때 쓰는 단어 하나까지도요. 반면 작품 속 캐릭터는 대사나 감정이 다 정해져 있어요. 그래도 배우로서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를 표현할지 정하는 건 결국 인간 전여빈이라고 생각해요. 선택이 어렵더라도 제 삶이 정해져 있는 건 싫어요. 안전한 길만 있으면 좋겠다 싶다가도 내가 겪는 이 모든 변화가 다 너무 재밌거든요.7월에 <멜로가 체질>이 첫 방송을 해요. 드라마 첫 주연인데 부담되지는 않아요?드라마라고 해서 처음으로 느껴지기보다는 여러 작품 중 하나를 만나는 기분이에요. 아직 저 스스로가 새싹 같고,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신 잘해야겠다는 책임감과 부담은 있어요. 학생 때는 순전히 연기를 하며 작품 속의 인물이 되는 과정 자체가 재밌었죠. 근데 지금은 배우가 연기를 하는 노동자라는 생각이 들어요. 단순히 개인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잘해내야 하는 거죠. 지금의 저는 연기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단계 같아요.이번 작품이 끝난 후 여빈 씨 말처럼 “흘러가는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어떻게 지낼 생각이에요?드라마가 끝나면 바로 다음 작품에 들어가요. 몸이 힘들면 그런 생각 할 틈도 없이 아무것도 안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도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쉬는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이에요. 늘 그렇듯 공원을 걷거나 영화를 보거나 한강을 가는 것처럼 사소한 것들이오. 평범한 일이지만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나름의 발버둥을 치는 거랄까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