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은 죄가 없다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언젠가부터 ‘나트륨’은 ‘될 수 있는 한 줄여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출간된 책 <짠맛의 힘>은 원하는 만큼 짭짤하게 먹고, 심지어 따로 소금을 챙겨 먹으라고까지 조언한다. 이제 우리는 일말의 죄책감 없이 라면 국물을 바닥까지 들이켜도 되는 걸까? ::건강, 헬스, 소금, 나트륨, 짠맛, 다이어트,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건강,헬스,소금,나트륨,짠맛

 1일 소금 섭취 권장량?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성인의 1일 소금 섭취 권장량은 5g이다. 그런데 혹시 하루에 물을 8잔 이상 마시라던 의사들의 조언을 기억하는지? 실제로 세계보건기구는 하루에 1.5리터 이상의 물을 마실 것을 권장한다. 숫자로 따졌을 때, 우리 몸의 전해질 농도인 0.9%를 유지하려면 하루에 12.5g의 소금을 먹어줘야 맞다. 현재 통용되는 섭취 권장량의 근거가 된 연구는 소규모의 단기 임상 시험 결과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05년에 나트륨 저감화 가이드라인을 정했던 미 의학학술원조차 2014년에는 하루 나트륨 섭취를 2300mg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소금은 고혈압의 적일까? ‘짜게 먹는 식습관이 성인병의 원인’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대표적인 건 고혈압이다. 그러나 나트륨이 고혈압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동국대 심장혈관센터 이무용 교수가 소금과 고혈압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을 분석한 결과, 소금을 3g 더 먹었을 때 혈압은 겨우 1mmHg 올랐다. 하루 동안 자연적으로 혈압 수치가 30~40mmHg을 오르내리는 것에 비하면 무의미한 수치다. 영국 의학 전문지 <랜싯>에 실린 연구는 저염식이 건강에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의 앤드루 멘테 교수팀이 49개국 13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나트륨 섭취를 3g 미만으로 제한할 경우 오히려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사건과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소금은 다이어트 방해 요소일까? 짜게 먹으면 몸이 붓고, 부기가 그대로 살이 된다고들 경고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면이 있다. 갑자기 체중 감량에 성공하면서 ‘폭삭’ 늙은 사람을 본 적 있나? 지방이 아니라 수분이 빠졌을 확률이 높다. 먹는 음식이 줄어 체내 염분 부족으로 수분을 머금을 수 없게 된 것. 살도 함께 빠졌으면 좋았겠지만, 이렇게 빠진 수분은 음식을 먹기 시작하기가 무섭게 돌아온다. 식이 조절만으로 체중을 감량하려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이다. 몸에 최소한의 염분이 없으면 야식이나 간식의 유혹에 약해진다. 다이어트 중에 갑자기 줄어든 식사량으로 인해 생기는 변비나, 식이섬유 섭취 증가로 인한 소화불량에도 소금이 효과적이다. 당기는 대로 먹어도 될까? 우리 몸의 오장육부는 독자적인 말초신경계를 갖고 있다. 스스로 상태를 판단해 뇌에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는 말이다. 오늘 저녁 메뉴로 곱창이 당긴다면, 단순히 맛에 중독된 게 아니라 당신의 온몸이 곱창을 원한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다는 것. ‘단짠 공식’은 몸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생기는 현상이다. 쓴맛의 술을 마신 뒤에 얼큰한 국물을 찾게 되는 것 역시 같은 이치. 임산부가 평소 입에 대지도 않던 음식을 느닷없이 부르짖는 것도 몸에 필요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요즘 이상하게 한 가지 음식만 주야장천 먹고 있다면, 그 음식의 맛과 영양 성분을 꼼꼼히 따져 ‘왜 그것이 당기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만성 염증의 원인은 소금 부족? 소금은 예로부터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보관하거나 상처를 낫게 할 때 쓰였다. 혈중 염도가 낮으면 백혈구의 활동성이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진다. 2015년 미국과 독일 공동 연구진이 <셀 메타볼리즘>에 기고한 논문에는 상처가 난 피부에 고농도의 소금이 축적된다는 내용이 나온다. 인체가 재생을 위해 세균 감염 부위의 면역 세포에 소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염증이란 몸속에 노폐물이 배출되지 못하고 쌓여 발생하는 것이다. 인체는 항상성을 위해 전해질 농도를 일정하게 맞추는데, 노폐물을 배출시킨답시고 물만 마시면 소변이 자주 마려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