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직업, 팩트 체크합니다! #2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영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엔 변호사, 편집장, 바리스타 등 흥미롭고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커리어 라이프’가 등장한다. 이 미지의 직업 세계는 어디까지가 환상이고,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그 일을 업으로 삼은 ‘진짜’들과 직업 세계의 실상을 철저히 고증했다. ::커리어, 비즈니스, 직업, 비서, 편집장, 작가, 변호사, 커리어라이프, 직장, 회사생활, 회사,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커리어,비즈니스,직업,비서,편집장

 비서 Cliche 주로 ‘여’주인공이, 본부장급 이상의 ‘남’주인공을 상사로 모신다. 하늘하늘한 블라우스에 몸에 딱 붙는 펜슬 스커트, 아슬아슬한 하이힐을 신고 완벽한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은 필수. 상사가 시키는 일은 빈틈없이 해내지만, 가끔 인간미를 위해 ‘귀엽게’ 흐트러진다.Real 비서는 ‘사람’을 대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떤 상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업무 환경과 하는 일이 천차만별이다. 기본 업무는 일정 관리지만 기업의 규모, 함께 일하는 상사가 기업 오너인지, CEO인지에 따라 내용이 판이하다. 때로는 상사의 컨디션도 일의 내용을 바꾸는 요인이 된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내가 알던 사람이 저 사람 맞나’ 싶을 정도로 태도가 돌변한다는 뜻이다. 비서 업무는 대체로 24시간 대기는 필수, 해외 출장 시 시차가 맞지 않아도 상사의 연락에 곧바로 대답해야 한다. 실제로 내 상사는 나의 휴가 기간에도 “미안하지만 부탁한다”면서 업무를 지시하기도 했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의 여주인공 박민영처럼 완벽한 몸매 라인을 드러내는 복장을 하는 건 아니지만, 상사가 슈트를 갖춰 입기 때문에 그에 맞춰 정장을 입어야 한다. 드라마 속에서 비서가 간혹 상사의 넥타이나 옷매무새를 고쳐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집에 있는 와이프가 할 일이다. 현실에서 만약 상사가 그런 걸 요구하면 ‘성희롱’이 된다. 하지만 아직도 어떤 업계에선 비서에게 “커피 타 와”라고 반말로 명령하거나, 같이 저녁 또는 술을 마시자고 하는 상사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일부에 해당하는 얘기다. 상대방 입장에서 자신의 일을 프로페셔널하게 처리하는 비서는 상사의 신뢰와 존중을 받으며 일할 수 있다. -박현아(가명, 외국계 대기업 비서) 편집장 Cliche 드라마나 영화 속에 등장하는 편집장은 잡지든 출판사든 젊은 나이에 최연소 편집장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외모면 외모, 스펙이면 스펙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일할 땐 냉철한 완벽주의자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대할 땐 츤데레처럼 뒤에서 챙겨준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박서준,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이종석이 대표적.Real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의 남자 주인공은 32세의 편집장이다. 사실 그 나이에 ‘장’의 직함을 단 사람을 실제로 본 적은 없다. 더구나 드라마 속 출판사 규모가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고 하던데, 이 경우 32세라는 나이는 대부분 대리 혹은 과장급 편집자인 게 일반적이다. 능력·성과 중심의 평가가 이뤄지는 출판사라면 베스트셀러나 밀리언셀러를 쏟아냈거나, 거물급 저자를 자신의 라인으로 구축했다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드라마처럼 작가의 육필 원고를 편집장이 직접 받으러 가거나, 일일이 워드로 옮긴 후 교정을 보는 작업 방식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어쨌든 작가의 집필 방식을 존중하고, 작가의 작업 편의를 돕는 일 역시 편집자가 할 일이다. 드라마와 영화에 등장하는 출판사나 잡지사의 오피스 환경이 지나치게 좋은 건 다소 비현실적이다(물론 일부 회사는 넓고 쾌적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가장 의아했던 건 책상 위에 산처럼 쌓여 있어야 할 책과 교정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 특히 편집장은 편집부 에디터들의 교정지까지 다 검토하는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종종 책상 위에서 교정지가 와르르르 쏟아지는 경험을 한다. 가장 비현실적인 건? ‘만찢남’ 같은 편집장들의 외모! 단언컨대, 적어도 이 직업 세계 혹은 현실엔 없는 외모다. -손혜린(중앙북스 편집장) 변호사 Cliche 공통점은 이렇다. 흐트러짐 없는 슈트, 화려한 인테리어의 사무실, 좋은 집과 좋은 차. 캐릭터의 변주는 이분법적이다. 정의를 위해서라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드는 ‘좋은’ 변호사, 오직 부귀영화와 입신양명만이 목적인 ‘나쁜’ 변호사.Real 실제 변호사의 생활은 서류 더미에 파묻혀 야근하는 보통 직장인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수십 건의 사건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드라마에서처럼 한 사건에만 ‘올인’하며 탐정처럼 일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 법조인들의 생활을 가장 현실적으로 구현한 드라마는 현직 판사가 극본을 쓴 <미스 함무라비>였다. 또 드라마 속 변호사들은 대부분 슈트를 멋지게 차려입고, 좋은 차를 타고, 와인과 골프, 각종 사교 모임을 즐기는 라이프로 묘사되지만, 실제 변호사는 시간이 많이 드는 여가를 자주 즐길 시간이 없다. 슈트는 일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필요할 때만 입는다. 좋은 차를 타기도 하지만 주차난, 교통체증 때문에 대중교통을 더 자주 이용한다. 변호사는 ‘워라밸’이 어려운 직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부분 분쟁을 다루고, 진행 과정에서 돌발 상황도 많은 데다 계속해서 승패를 통보받는 일이기 때문에 업무량만큼이나 스트레스가 많다. 하지만 타인의 신상과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직업인 만큼 실수나 잘못된 판단이 없도록 늘 일정한 수준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의식적으로라도 워라밸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류은아(법무법인 젠 변호사) 작가 Cliche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안타까울 정도로 궁상맞다. 글을 쓸 땐 늘 안경을 쓰고, 잘나가면 담당 편집자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다. 자유로운 직업인 만큼 기분에 따라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여유 시간도 많다.Real (출판사에서 일하는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시나 소설을 쓰는 작가의 대부분은 인세와 원고료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전업 작가가 드문 이유다. 물론 검소한(혹은 위축된) 소비 생활을 하기도 하지만, 내가 아는 많은 작가는 직장인들만큼 성실히 일해 번 돈으로 충분한 문화생활과 여행을 누리며 자기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성실히 일한다’는 건 작가의 시간이 여유롭지만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글을 쓰려면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그 시간을 확보하려면 주말도 아껴야 한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에이전트가 작가를 도와주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에서 작가는 ‘혼자’다. 스스로 자신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책임이 본인에게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그려지는 멋있고 화려한 삶을 사는 작가, 혹은 자기 세계에 빠져 망상증 환자가 된 비극적인 작가 중 특히 후자의 클리셰가 깨졌으면 좋겠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은, 논리적인 사유를 하는 존재다. 망상증 환자가 되도록 스스로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많은 작가가 ‘사람은 쉽게 미치지 않는다’는 걸 믿는다. 인간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황현진(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