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YOURSELF, 너의 몸을 사랑하라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어제 스쳐 지나간 그 남자에겐 첫눈에 사랑에 빠졌는데, 수십 년을 함께한 내 몸뚱어리는 왜 여전히 사랑하기 힘들까? ‘자기 몸 긍정주의’라는 바람직한 흐름 속에서도 꿋꿋하게 청개구리 심보를 붙들고 있는 당신을 위해 코스모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몸’에 대한 진짜 속마음을 들었다. ::바디, 헬스, 건강, 몸, 플러스사이즈모델, 뱃살, 건강팁, 긍정주의,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바디,헬스,건강,몸,플러스사이즈모델

2010년 개념조차 생소한 ‘플러스 사이즈 모델’로 활동을 시작한 테스 홀리데이, 요가 강사는 무용수와 같은 몸을 가져야 한다는 편견을 깨뜨린 제사민 스탠리의 등장은 센세이션이었다. 여성들은 셀룰라이트와 울퉁불퉁한 뱃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두 사람의 모습에 수백만 개의 ‘좋아요’와 ‘팔로우’로 호응했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흐름, ‘자기 몸 긍정주의’의 역사가 시작된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이후 애슐리 그레이엄스가 플러스 사이즈 모델 최초로 미국의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수영복 특집호 표지 모델로 등장하고, 패션 브랜드들이 자사의 의류 사이즈 옵션을 확장하며 시즌 캠페인에 다양한 체형의 여성들을 등장시키면서 소수만이 지지했던(혹은 알았던) ‘자기 몸 긍정주의’는 ‘주류’의 세계에 본격 진입한다. 미국의 속옷 브랜드 에어리는 패션 사진의 철칙과도 같은 ‘보정’을 거치지 않은 사진으로 광고를 만들었다. CEO 제니퍼 포일은 언론 인터뷰에서 “왜곡된 이미지가 아닌 진짜 모습을 보여주며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는 말로 그 의도를 전했다. 속옷 사이즈를 70여 개로 세분화해 생산하는 써드러브(ThirdLove), 여성을 생리대의 공포로부터 해방시킨 생리 팬티를 내놓은 띵스(Thinx)의 소셜 미디어 계정은 부드러운 곡선과 복근 없는 배를 가감 없이 드러내면서 여성들의 의식을 자연스럽게 변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2~3년 전부터 속옷 브랜드 비비안이 ‘헬로 마이 핏’ 캠페인에 다양한 몸매의 모델을 등장시켜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에게서 당당하게 아름다움을 찾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자기 몸 긍정주의는 시사 상식 사전에 “획일화된 미의 기준에 맞추지 않고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라는 명확한 정의로 등장하면서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됐다.“우리는 이제 패션 광고에서 다양한 몸의 형태를 볼 수 있게 됐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모델 에이전트 주잔나 캠벨의 말처럼 혹독한 운동과 몸의 균형을 무시한 식사, 무리한 보정으로 만들어낸 비현실적인 몸만이 추앙받는 시대는 지나갔다. 사람들은 이제 더 이상 ‘자기 몸 긍정주의’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그게 뭔지, 왜 필요한지 잘 알고 있다. 성공적으로 널리 알려진 몸에 대한 이 새로운 이념은, 정말로 여성의 삶을 변화시켰을까? 코스모가 심리학자, 연구원, 자기 몸 긍정주의 활동가들과 함께 동전의 양면을 파헤쳤다. 흐름에 올라탄 사람들‘자기 몸 긍정주의’가 여성들의 몸을 바라보는 시각에 변화를 일으킨 것만은 확실하다. 지난 2018년 미국에서 ‘성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태도 변화’를 주제로 발행된 저널 <성 역할>은 자기 몸 긍정주의가 여성들이 자신의 몸매에 대해 느끼는 불만을 감소시키는 데 도움을 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원들은 다양한 체형이 등장하는 패션 광고가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몸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감소했다고 말한다.플로리다 주립대 제시카 리그웨이 클레이턴 박사가 진행한 연구의 결과도 비슷하다. 그녀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더 날씬해지기를 원하는 여성들이 TV 광고나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 혹은 평균적인 사이즈를 가진 모델의 몸매를 보면서 자신의 몸에 만족하게 됐다”라고 설명한다. “자기 몸 긍정주의에 관한 광고와 캠페인은 ‘일반적이고 현실적인 체형’의 기준을 만들고 통합함으로써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갖는 불만과 우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활발한 활용과 전략이 필요한 이유죠.” 제시카의 말이다. 심리 치료사 캐서린 스타물리스 박사의 의견도 이와 같은 맥락. “지금 우리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사람들에게 지지와 사랑을 받으면서 원하는 것을 얻는 모습을 보고 있어요. 이런 현상은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도 그들만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줍니다.” 회사원 윤송이(가명, 29세) 씨는 패션 매거진과 광고, 소셜 미디어의 세계에서 활약하며 스타가 된 자기 몸 긍정주의 활동가들에게 실제로 좋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저는 벨트 위로 뱃살이 조금만 툭 튀어나와도 가방으로 배를 가리고 앉아요. 셀룰라이트가 보이는 게 싫어 짧은 바지나 치마는 입어보지도 못했고요. 뚱뚱한 여성이 그런 옷을 입고 지나가면 속으로 ‘저 여자는 저 몸매에 저런 옷을 입으면 어쩌라는 거야?’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죠. 미국의 패션 잡지 표지에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이 등장하고, 우리나라의 유명한 ‘뷰티 유튜버’들이 주근깨와 주름을 더 이상 가리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걸 보면서 제 생각도 조금 바뀌었어요. ‘아, 내가 지금까지 왜, 누구 때문에 죄책감을 갖고 살아온 거지? 그냥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먹고 싶은 걸 먹고, 화장을 하고 싶지 않을 땐 맨 얼굴로 나가도 되는 거구나’라고요. 더 이상 나 자신을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내 삶도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아직 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여성들은 패션 브랜드가 내세운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을 보면서 더 심한 자괴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한다. 회사원 김나래(가명, 32세) 씨는 이들조차 아름다움에 대한 선입견을 더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의견이다. “광고에 등장하는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은 현실적인 과체중자의 몸과 거리가 멀죠. 그들은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로 인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일 뿐이에요. 그저 조금 큰 콜라병 몸매인 거죠. 저 역시 과체중인데, 플러스 사이즈 모델들을 보면 나 자신이 더 초라하게 느껴져요. 그들과 다르게 내 배는 접혀 있고 살은 틀 대로 텄거든요.” 보디 포지티브 활동가 박지원(@3xl_joy) 씨는 자기 몸 긍정주의에 대한 잘못된 인식, 혹은 부족한 이해가 이 흐름의 정착을 방해한다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 강연 등을 통해 ‘보디 포지티브’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제게 이렇게 물어요. ‘그럼 뚱뚱한 게 괜찮다는 말이야?’, ‘뚱뚱한 걸 합리화하는 거야?’라고 말이죠. 살이 찌고 건강하지 않다고 해서 놀림받거나, 자기 자신을 혐오할 필요는 없다는 걸 더 많은 사람이 이해하면 좋겠어요.” 국내에서 처음으로 ‘내추럴 사이즈 모델(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체 사이즈를 가진 모델)’이란 타이틀로 활동하는 박이슬(@Cheedo_p) 씨의 생각도 같다. “자기 몸 긍정주의는 특정한 성별이나 체형에 한정된 움직임이 아니에요. 어떤 특정 그룹의 의견이나 생각이라고 일반화하는 건 잘못된 오해입니다. ‘스스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자’는 것이 핵심이죠.” 자기 몸 긍정주의에 대한 왜곡된 생각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지역 사회, 미디어, 기업 등 공공의 역할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 지난 2010년과 2015년에 영국의 여성·평등부 정무차관 자격으로 린 페더스톤과 조 스윈슨이 참여한 ‘보디 컨피던스’ 캠페인이 바람직한 선례. 이후 뷰티 브랜드 ‘도브’와 YMCA가 합류해 확장된 ‘Be Real’ 운동은 어린이와 청소년, 젊은 세대에게 몸에 대한 열등감이 끼치는 악영향, 몸의 다양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지를 교육적인 관점에서 성공적으로 풀어냈다. 플러스 사이즈 패션 컬처 매거진 <66100>의 편집장이자 모델 김지양(@plusmodel) 씨는 현실적으로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프랑스에선 최근 ‘포토샵 법’이라는 강력한 규제가 만들어졌어요.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모든 모델은 무대에 서기 전 의사에게 확인받은 18 이상의 BMI(체질량 지수) 확인서를 관리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사진에서 모델의 특정 부위을 넓게 혹은 좁게 보정한 경우 반드시 ‘보정된 사진’임을 밝혀야 한다’는 내용이죠.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선 모든 의류 브랜드가 빅 사이즈 옷을 의무적으로 판매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고요.” 차별 방지법의 제정, 건강한 몸의 의미를 재고할 수 있는 공익·사회적인 캠페인, 여성의 외모나 젊음을 상품화하지 않는 미디어와 브랜드의 책임감 있는 태도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디 포지티브 파워>의 저자이자 자기 몸 긍정주의 활동가 메건 제이 크랩은 더 다양한 몸이 다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 성전환자 등 소수의 부류가 여전히 배제되고 있습니다. 진정한 몸의 긍정은 인종과 나이, 신체 능력, 다양한 몸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자기 몸 긍정주의는 반짝이는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인 이념이 돼야 합니다.”  자기 몸 긍정주의가 좋은 건 알지만, 아직도 내 몸이, 내 기준에 맞지 않은 다른 이의 몸이 불편한가? 그 고정된 선입견이 좀처럼 바뀌지 않는가? 가슴에 손을 얹고, 또다시 이 슬로건이 진짜 나의 언어가 될 때까지 되뇌어보자. 모든 몸은 그 자체로 ‘몸’을 대표할 자격이 있다. 당신에게 영감을 줄, 보디 포지티브 액티비스트들의 말! 말! 말!“내 모습을 사랑하는 것이 어려웠고 늘 부정만 했습니다. 완벽한 외모에 집착하다 다이어트 강박에도 시달리고, 식이 장애도 겪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완벽한 외모의 기준은 시대와 사람마다 다 다른데 잠깐 살다가는 내가 무엇을 위해 그리 외모에 집착했나 싶더군요. 물론 여러분이 지금 외적으로 더욱 아름다워지기 위해 하는 노력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어요. 다만 그 노력이 조금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땐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하고 있는지를 한번 되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_박이슬“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자기 몸 긍정은 어쩌면 신기루 같은 일일 수 있어요. 매일같이 ‘얼평’, ‘몸평’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내뱉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의 몸을 외부의 기준과 상관없이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오히려 더 어렵고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 몸은 나의 것이고, 나 외엔 그 누구도 내 몸에 대한 결정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하시길! 혼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누구도 당신의 몸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할 권리는 없습니다.” _김지양“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오늘도 입고 싶은 옷 입고 사세요!’ 단순한 것 같은 이 말이 사실 보디 포지티브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혹은 내일 남들이 싫어할 것 같다는 이유는 제쳐두고 자신의 체형이 어떻든 간에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당당하게 거리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 과정에서 점점 나에 대한 확신이 생기게 되고, 자신의 몸을 그대로 받아들일 용기가 생길 거라고 믿어요.” _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