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캐슬에서 배웠습니다만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최고 시청률 23.78%를 기록하며 대단원의 막을 내린 <SKY 캐슬>은 숱한 명대사, 명장면을 남겼다. 이 드라마가 남긴 것은 그뿐일까? 결말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지만, 개성 있는 인물들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은 생각보다 많다. ::비즈니스, 커리어, 스카이캐슬, 한서진, 김주영, 쓰앵님, 인간관계, 공감,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비즈니스,커리어,스카이캐슬,한서진,김주영

한서진이 기선 제압하는 법평소에는 한없이 우아하고 좋은 이웃이지만 한서진은 자신 혹은 딸을 공격하는 이에게는 한 마리의 맹수가 된다. 그 강한 면모는 표정뿐 아니라 말투에서 생생하게 드러나는데, 한서진일 때와 곽미향일 때의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이웃에 사는 진진희가 깐족대거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때는 “자기, 요새 선 자주 넘는다?”라며 우아하게 충고를 하지만, 그 선을 지나치게 침범하면 “얻다 대고 따따부따야!”라고 강하게 반응한다. 딸 예서를 위협하거나 자신의 과거를 들먹이는 상대에게는 필살기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라며 거친 어휘를 사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우아한 한서진에게는 매우 상스러운 말투지만, 그래서 더 상대는 ‘쫄게’ 된다. 상대를 기선 제압하겠다고 다짐했다면 이보다 효과 만점인 방법은 없다. 누군가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데 굳이 바른말, 고운말을 쓸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얼굴에 철판을 깔고 우아함과 상스러움을 쉽게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적합할지도 모른다.김주영이 신뢰감을 주는 법등장부터 남달랐던 김주영 선생은 극 중에서 옥살이를 하기 직전까지 내내 검은 슈트 차림이었다. 한 올도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을 고수한 김 선생은 외모만으로도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게다가 그녀는 무수한 아이들을 서울대 의대로 진학시킨 실력 있는 입시 코디네이터가 아닌가? 책 <협상의 한 수>에 따르면 사람을 움직이는 열쇠 중 하나가 바로 신뢰감이라고 한다. 내게 이득을 주기는커녕 손해를 입히는 사람일지라도 그의 말을 따르는 이유는 순전히 믿음 때문이라는 것. 오죽하면 김 선생의 살인 혐의 때문에 냉정하게 돌아섰던 한서진이 다시 그녀를 찾아와 무릎까지 꿇었겠는가?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김주영은 한서진을 향해 “그 어떤 상황이 와도 감수하겠냐?”라고 되묻는다. 김주영의 자신감은 외모뿐 아니라 말투에서도 뿜어져 나온다. 그 말투는 상대가 학부모가 됐든, 세상 무서울 게 없는 10대가 됐든, 누구에게나 통한다. 또한 단호한 인상을 남기는 ‘합쇼체’는 누구든 쉽게 그녀의 말에 반박하거나 반발심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냉혈한 같은 김주영 선생은 필요에 따라서는 따뜻한 ‘척’도 한다. 정서적인 신뢰감을 주는 것이다. 예서에게 “난 너를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하며 예서가 김 선생을 엄마보다 심리적으로 더 가까이 느낄 수밖에 없게 만드는 셈이다. 김 선생이 종교를 만들어 교주를 했더라도 그 종교는 엄청나게 부흥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강한 카리스마와 함께 신뢰감을 주기 때문이다.한서진이 설득하는 법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손쉬운 동기는 무엇일까? 바로 이익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익이 생길 듯한 기대감이 들 때 사람들은 행동을 한다. 한서진은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 주변 사람을 설득한다. 말 안 듣는 딸, 시어머니, 남편도 한서진에게 설득당한다. 제멋대로 유아독존인 딸 예서를 명문 고등학교 전교 1등으로 만든 것도 사실은 한서진의 고군분투 덕이다. 그녀는 딸에게 명확한 목표를 심어준다. 그리고 예서가 흔들리거나 딴짓, 딴생각을 할 때마다 목표를 되새김질해준다. 물론 엄마로서 잘못했을 때는 사과도 잊지 않는다. “엄마가 미안해”라는 말을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엄마? 흔치 않다. 독불장군에 표독스러운 시어머니에게는 어떤가? 병원장이 되려는 아들, 서울대 의대를 꿈꾸는 손녀까지 3대째 의사 집안을 만들고 싶어 하는 시어머니의 욕망을 정확하게 건드려 그녀의 돈과 권력을 활용한다. 결혼 전부터 시어머니에게 미움을 받은 한서진이지만, 그녀는 자신을 미워하는 시어머니마저도 쉽게 설득한다. 내심 속물적이면서도 세상 고상을 떠는 남편 강준상에게도 다르지 않다. 내심 자랑거리인 전교 1등인 딸, 아닌 척하지만 병원장이 되고 싶어 하는 야망을 건드려, 한서진은 결국 집안의 대소사를 주무른다. 한서진은 그들의 욕망을 제대로 파악해 건드리는 능력이 있다. 결국 그녀 주변 인물들의 욕망이 한서진 자신의 욕망과 일치하기 때문에 더 설득이 쉬웠는지도 모르겠다.김주영이 싫은 소리 하는 법극 중에서 악의 축이라고 말해도 무방할 만큼 악한 인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주영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그녀 자체가 드라마의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김주영은 잘못된 교육열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상대의 욕망을 제대로 파악하며, 건드릴 줄 안다. 목표만 달성된다면 그녀는 상대가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은 제안마저도 수락하게 만드는 능력을 지녔다. 강준상의 친딸이자 예서의 라이벌인 혜나를 집으로 들이라고 한 것. 이때 김 선생은 그녀만의 카리스마와 단호한 말투로 완벽해 보였던 예서의 약점을 들먹이며 상대가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도록 한다. 예서처럼 멘탈이 약한 아이는 경쟁자를 눈앞에 두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득한 것이다. 협상의 본질은 최선의 대안을 찾는 것이다. 김주영은 예서, 한서진 그리고 자신까지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기 위한 최선의 대안으로 눈엣가시 같은 혜나를 가까이에 두는 것을 제안해 수락하게 만든다. 물론 그 제안을 받은 상대는 즉각적으로 반발한다. 김 선생은 상대가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마다 장기적인 목표, 즉 상대의 욕망을 끊임없이 세뇌시킨다.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 관계임을 강조한다. 상대는 시간과 상황에 압박을 느껴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진진희처럼 공감하는 법잘 생각해보자. 진진희의 명대사는 대부분 상대의 말에 감탄하는 반응이다. “내 말이, 내 말이~.” “어마마!” <SKY 캐슬> 등장인물 중 가장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진진희다. 물론 가끔 줏대 없이 행동하고, 얄미울 때도 있지만 꼬인 구석 없이 (생각보다) 상식적인 면이 있어 사람들에게 공감을 사는 인물이기도 하다. 워낙 단순한 성격이지만, 그녀는 상욕을 하며 육탄전을 벌인 한서진과도 쉽게 화해하고 쉽게 용서한다. 한서진의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었고, 그 사이에 혜나라는 딸이 있었다는 사실에 먼저 마음을 쓰는 것. 마찬가지로 우주가 억울하게 누명을 쓰게 됐을 때도 진진희는 나름의 상식 선에서 그 상황을 판단한다. 그녀의 공감 능력이 가장 빛을 발할 때는 뭐니 뭐니 해도 아들 수한이와 진지하게 대화할 때다. “솔직히 엄마도 뭐가 맞는지 잘 모르겠어…. 아침저녁으로 마음이 바뀌는 것 같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엄마 진진희의 심정을 가장 솔직하게 토로하는 장면이기도 했다.노승혜가 고압적인 사람을 대하는 법외모, 말투, 목소리, 배경 등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는 노승혜는 <SKY 캐슬>에서 독보적으로 우아한 인물이다. 드라마 초반에는 교육열이 너무 뜨거운(?) 남편 차민혁에게 휘둘리는 것처럼 보였다. 남편이 막무가내로 본인의 가치관을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노승혜가 답답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그녀가 막판에 남편을 향해 반격하자 시청자들은 더 통쾌해 했다. 저항의 방법도 노승혜다웠는데, 그 단계는 당근과 채찍 순이었다. 당근이 좀처럼 먹히지 않는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는 매섭게 채찍을 휘둘렀다. 우선 남편이 좋아하는 맛있는 간장게장을 준비해 구슬렀지만 안 먹히자 진수성찬 대신 매운맛 컵라면을 식탁에 올려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편의 고압적인 행동은 계속됐고, 급기야 딸 세리에게 손찌검을 하려 하자 고분고분하던 그녀도 불같이 화를 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가출을 감행한다. 남편을 향한 경고와 원하는 바를 반성문 형태로 남긴 채 말이다. 노승혜는 협상 전문가가 말하는 ‘비합리적인 인간’을 대할 때 용이한 전략을 사용했다. 이성을 잃거나 흥분하지 않을 것,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양보하지 않을 것, 대화를 하기 전에 언제나 철저하게 준비할 것. 협상 전문가는 비합리적인 사람이 합리적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협상을 거부할 때는 협상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비록 아무 성과가 없을지라도 말이다. 노승혜는 <SKY 캐슬>의 결말과 달리 차민혁과 화해하지 않고 이혼했더라도 그녀에게는 최상의 결과였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녀는 세 아이를 곁에 두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