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이 결혼하면 어떻게 될까? #1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취업에 대한 전망도 불확실하고, 학자금 대출 갚을 길은 막막하고, 연애는 해도 해도 거기서 거기다. 시대는 바뀌고 성 평등 이념은 날로 진화하고 있지만, 어떤 여성들은 ‘신데렐라 스토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연애, 결혼, 사랑, 애인, 연애고민, 결혼고민, 러브,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연애,결혼,사랑,애인,연애고민

밀레니얼 세대의 신데렐라 스토리는 이렇다. 28세의 애슐리는 물가와 집세가 미친 듯이 높은 도시에 산다. 그녀는 영혼 없이 회사에 다니다가 해고됐고, 지금은 작은 가게에서 일주일에 6일, 하루 12시간 동안 근무한다. 건강보험은 물론 없으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기 위해 노력할 여력도, 인생을 재미있게 만들어줄 창의적인 취미 활동을 위한 돈도 없다. 게다가 빚도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애슐리는 문자 한 통을 받는다. “우리 결혼할래?” 발신자는 그녀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남사친’ 저스틴이었다. 사귄 적은 없지만, 대학 시절 한 번 잔 적은 있는 사이다. 저스틴은 유럽의 부유한 명문가 출신이지만 직업이 없어 비자 발급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였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 위해 애슐리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저스틴에게 결혼은 영주권을, 애슐리에게는 경제적 안정을 의미하니까. 애슐리는 물론 처음엔 이 문자를 받고 실소했다. 그래서 농담으로 “5만 달러?”라는 답장을 보냈다. 메시지를 확인한 저스틴은 한동안 잠잠했다. 1시간 뒤 잠에서 깬 그녀는, 그간 봐온 그의 인스타그램 피드를 되새겨봤다. 프랑스·중국 여행 사진이 올라오는가 하면 수천만 달러는 족히 든 것이 분명한 친구의 이탈리아 결혼식 사진까지…. ‘럭셔리’한 그의 삶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반면 자신은 어떤가?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절친의 브라이덜 샤워에 가기 위해 뉴저지에 있는 부모님께 비행기표 값을 구걸하고 있는 상황. 저스틴은 벤모(우리나라의 ‘토스’ 같은 금융 앱이다)로 절반 정도 먼저 입금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애슐리가 월세와 신용카드 대금을 갚을 수 있는 액수였다. 심지어 잠자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니! 게다가 앞으로 그의 집에서 ‘합법적으로’ 우편물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의 주인공은 고민에 빠졌다. 계속 운명 같은 사랑을 기다려야 할까? 아니면 이 비현실적인 협상에 응해야 할까? 그녀는 경제적 안정이 너무나 절실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수준의 여행도…. 저스틴의 “어떻게 할 거냐”라는 질문에 애슐리는 이렇게 답장을 했다. “ㅋㅋ 좋아, 결혼하자!”라고. 며칠 후 그의 변호사가 결혼 서약서의 초안을 보내왔다. 몇 주 뒤, 그들은 결혼 서약서에 사인을 하기 위해 청바지에 스니커즈 차림으로 시청에서 만났다. 모든 것이 잘될 거라며 “알 이즈 웰!(All is well!)”을 외쳤던 애슐리는 요즘 비교적 행복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무엇보다 매번 시달리던 고지서로부터 해방됐다는 사실에 희열을 느끼고 있다. 그녀의 예상처럼 많은 일이 잘 해결됐다. 애슐리는 요즘 남편과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저녁을 먹고, 자신의 우편물을 전해 받는다. 건강보험도 생겼고, 카리브해에 있는 아루바섬 같은 곳으로의 여행도 계획할 수 있게 됐다. 그녀가 꿈꿔온 러브 스토리의 결말은 이런 게 아니었지만 어쨌든 이 결혼이 그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건 확실했다.코스모폴리탄 미국판에 소개된 이 사례는, 믿을진 모르겠지만 ‘실화’다. 이 기사를 읽는 한국 독자 중엔 ‘그럴 수 있지, 뭐’라고 생각하는 이도,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결혼에 관해 이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밀레니얼 세대가 꽤 많아지고 있다는 것. 몇 해 전 한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애청한 이라면 애슐리의 러브 스토리가 더욱 낯설지 않을 것이다(서로 사랑하지 않는 남녀가 필요에 의해 동거, 결혼을 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가 주 내용. 물론 결론은 로맨스물의 영원한 클리셰, ‘두 사람은 결국 사랑에 빠져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지만). 어쨌든 이 기사의 화두는 ‘돈 많은 남자와 사랑 없는 결혼을 하면서 인생 역전한 여자’ 이야기가 아니다. 요즘 세대, 밀레니얼에게 결혼이란 뭘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들은 결혼이 자신에게 뭘 해줄 수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따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