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롱띠롱, 오늘의 남자가 도착했습니다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종종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사연. “애인이 데이팅 앱을 써요. 그거 하룻밤 상대 찾는 앱 아닌가요?” 정말 그럴까? 누구는 데이팅 앱으로 잘도 만나 사귀는 것 같은데,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 코스모 기자들이 ‘땡전 한 푼 안 받고’ 직접 써본 후 알려드립니다. ::사랑, 연애, 데이팅앱, 틴더,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사랑,연애,데이팅앱,틴더,코스모폴리탄

가만히 있다 가마니 되지 않으려고 ‘틴더’ 했어요나는 사실 별로 외롭지 않았다. 측은해 보일까 봐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리얼. 그러다 보니 연애 공백기가 길어졌다. 혼자서도 희희낙락하며 잘 살다 보니 간혹 들어오던 소개팅도 뜸해지고 이성이 있는 술자리에 가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바야흐로 연애가 피어날 ‘싹’ 자체가 없는 시기에 돌입한 것이다. 연애를 좀 해볼까 싶었다. 뭐 날도 좀 춥고, 사람들이 ‘이제’ 연애하냐고 묻는 것도 짜증 나니까.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을 귀찮게 하며 소개팅을 부르짖고 싶진 않아 난생처음 데이팅 앱을 깔았다. 많이 깔았다. 그도 그럴 것이 데이팅 앱의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했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틴더’부터 직장인들이 많이 사용한다는 ‘이음’, 한국에 정식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까지 소위 물이 좋다는 ‘커피미츠베이글’, 심지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만 가입이 가능한 ‘펫앤러버’까지. 다 깔아 조금씩 써보다가 결국 틴더에 정착했다. 그 이유는 가장 접근하기 쉽고, 선택권이 많았기 때문이다. 가입 과정에서 얼굴 정면이 잘 나온 사진을 올리라며 나를 심사하지도 않고, 기존 회원들이 점수를 매겨 몇 점 이상 넘어야 가입할 수 있다는 전제도 없었으며, 감질나게 하루에 보내는 ‘두 개의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있는 거리에 기반해 후보자들을 보여주고  좋으면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해 ‘라이크’를, 싫으면 왼쪽으로 스와이프를 해 ‘놉’을, 넘나 좋으면 위로 올려 ‘슈퍼라이크’를 누르면 된다. 그리고 서로 라이크를 누르면 매칭되는 시스템. 다만 틴더는 연락처나 SNS 계정에 기반해 지인을 걸러주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아는 사람을 마주치는 은근 민망한 상황이 종종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로 일로 만난 두 명의 남자를 데이팅 앱에서 발견하고 ‘현타’가 오는 순간도 있었다. 데이팅 앱에서 만난 이성과 잘해보려면 결국 현실 세계에서의 연애 동력이 필요하다. 열심히 소개팅을 하고, 이성이 있는 자리에 바지런히 가는 그런 동력 말이다. 나는 대단한 연애 욕구가 있어 시작한 건 아니다 보니 많은 남자를 ‘놉’하고, 매칭에 성공해도 대화를 나누는 둥 마는 둥 했다. 현실에서의 연애 정체기가 틴더에서도 나타났다. 솔직히 ‘아니, 이걸로 남자를 만나는 게 가능하긴 해?’라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카드 게임 하듯 남자들의 얼굴과 나이, 직업, 지금 나와의 거리 같은 정보가 박힌 카드를 보며 손가락만 움직이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또 단순히 ‘하룻밤 상대’를 찾기 위해 틴더를 하던 친구, 김 모 양도 생각났다. ‘커다란바나나’, ‘이런좆박’과 같은 닉네임의 남자들은 데이팅 앱에 대한 경계심을 더 강화시켰다. 실제로 데이팅 앱으로 남자를 만나본 동료 A가 혀를 끌끌 찼다. “야! 일단 조금이라도 괜찮으면 무조건 ‘라이크’ 해야지.” 그랬다. 소개팅 한두 번에 괜찮은 남자를 찾기 어려운 것처럼 일단 많이 매칭되고, 대화를 많이 할수록 타율이 올라간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일단 제대로 해보자 싶었다. 괜찮아 보이는 사람에겐 ‘슈퍼라이크’도 눌러보고, 매칭되면 그에게서 메시지가 오지 않더라도 내가 먼저 보내봤다. 프리미엄 회원권인 ‘틴더 골드’도 끊었다. 한 달 3만원인 틴더 골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무제한 좋아요’ 기능이 제공되고, 내 카드가 더 많은 이용자에게 노출되며 실수로 놉한 스와이프를 되돌릴 수도(이 기능이 가장 유용했다) 있다. 마구잡이식으로 ‘라이크’를 누르다 보니 ‘이놈이 저놈 같아’ 헷갈려 메시지를 잘못 보내기도 했다. 그래도 죄책감은 없었다. 어차피 나랑 대화를 하는 저 남자도 나 말고 여러 명과 대화하고 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에. 어쨌든 시행착오를 거쳐 두 명의 남자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게 됐다. 요리하는 남자 A와 직장인 B. 패턴은 같았다. 틴더에서 대화하다 약간 호감이 생기거나 괜찮다 싶으면 카톡으로 옮겨와 대화를 이어간다. 이때 번호 대신 ‘카톡 아이디’를 물어본다. 서로 최소한의 호구조사도 시작한다. 흡사 소개팅 전 상황 같다. 틴더에서 만난 남자 둘은 매일같이 카톡을 보내며, 자신의 하루 일과를 자세히 밝히기도 했고, 연일 야근하는 나를 응원하기도 했다. 그들이 무슨 마음인진 몰라도 나쁘지 않았다. ‘만나볼까?’라는 생각도 슬며시 들었다. 그래서 A를 실제로 만나기로 했다. A가 먼저였던 건 그와의 거리가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나기 하루 전날 그와의 만남이 불발됐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했다. 실제 소개팅이었다면 주선자에게 따질 수도 있을 법한 상황이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나에겐 또 다른 카드가 있으니까. 곧바로 B에게 문자를 했다. “그래서 이번 주말이 괜찮으시다고요?” 데이팅 앱으로 남자를 만나는 게 여전히 이상하다는 사람이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데이팅 앱은 “남자 만날 데가 없다”라며 연애 출발선에 서지조차 못한 사람들을 위한 아주 간편하고 쉬운 도구다. 우리 연애만이라도 좀 쉽게 하자. 뭘 그렇게 주저하나? 아님 마는 거지 뭐. -피처 에디터 김소희주말에 ‘정오의 데이트’ 하고 싶어요연애 공백기에 나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 남친에 대한 그리움? 미련? 후회? 다 아니다. 남아도는 시간이다. 오죽하면 드라마 <또 오해영>의 ‘해영’은 텅 빈 집에 홀로 남아 “나 심심하다 진짜!”를 외쳤을까. 게다가 이 평범한 문장이 명대사라니! 암튼 오랜 연애가 끝나니 남아도는 건 시간이라 주말마다 심심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소개팅 앱을 시작했다. 인지도가 높은 틴더에 가입했다.결론부터 말하자면  덕분에 나는 ‘현타’를 제대로 느꼈다. 호기심과 설렘은 사흘을 못 넘겼다. 잠깐 대화를 나눈 그 남자는 여자 친구와 헤어진 지 고작 3개월밖에 안 됐으면서 외롭다고 징징대더니 “그래서 날마다 섹스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라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이런 앱에는 온통 섹스에 고픈 외로운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닐까?’라는 선입견을 강하게 심어줬다. 미안하지만 난 연애부터 하고 싶지, 섹스부터 하고 싶지는 않았다. 심심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섹스로 시간을 때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필터링된 소개팅 앱은 없을까? 그래서 택한 게 ‘정오의 데이트’였다. 이 앱의 가장 큰 장점은 지인 차단 기능이 있어 전화번호에 등록된 모든 사람, 페이스북 친구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그러나 지인의 지인까지는 차단되지 않는다. 절친의 전 남친을 이곳에서 만났으니 말이다!). 이름, 나이, 키, 체형, 스타일, 종교, 음주 등 기본 인적 사항을 기입하고 얼굴 정면이 나온 사진을 필수적으로 2장 올려야 가입된다. 이상형 설정도 할 수 있다. 앱 이름처럼 매일 정오가 되면 ‘오늘의 카드’라는 이름으로 두 명의 프로필이 날아온다. 주로 내 이상형에 부합하는 사람들인데, 둘 중에 한 명을 택해 프로필을 확인할 수 있다. 한 명을 택하는 건 무료지만, 다른 한 명의 프로필을 마저 확인하려면 캔디(결제하면 생기는 코인, 개당 150원꼴) 5개를 내야 한다. 모든 기능이 이와 동일한 체계다. 두 명 중 한 명을 택하는 식이라 마치 ‘이상형 월드컵’을 하는 기분이다. 어떤 사람과 나란히 붙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 선택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선택 장애 혹은 진퇴양난의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때는 둘 다 패스하면 된다. 호감 가는 사람의 프로필을 보려면 캔디 5개를 써야 하고, 그에게 호감을 표현하는 쪽지를 보내려면 추가로 캔디 20개를 또 써야 한다. 누군가를 알기 위해서는 줄줄이 사탕이 필요한 셈이다. 어쩐지 외로운 사람의 심약한 마음을 이용한 상술에 빈정이 상하지만, 묘하게도 반대로 누군가에게 쪽지를 받으면 기분이 더 좋아지는 건 사실이다. 적어도 이 사람은 나에게 쪽지 하나를 보내기 위해 무려 캔디 25개(약 3750원)를 썼다는 의미 아니겠는가! 이런 식으로 나는 몇 개의 쪽지를 주고, 또 받았다. 오프라인 연애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 건 내가 먼저 말을 건 남자들과의 대화는 일회성으로 끝나지만, 말을 걸어온 남자와의 대화는 꽤 길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남자보다 여자가 대시해 성공할 확률은 높지 않은 듯했다. 성향상 첫마디부터 구구절절하게 쪽지를 보낸 이유, 당신의 어떤 점에 호감을 느꼈다, 나는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보다는 담백한 인사말과 간략한 호감 표현 정도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에게 눈길이 갔다. 내용이 길면 지나치게 절박해 보여 부담스러웠다. 그중 한 사람과 쪽지 몇 번 주고받고, 카톡 아이디를 공유하고, 2~3일에 걸쳐 대화를 나누다 약속을 잡았다. 경계심 많은 나는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누기 전까지는 100% 긴장과 경계를 늦추지 않을 것 같다. 사실 난 사람을 만나기 위해 소개팅 앱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조금 부끄러웠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됐다. 행여 사람들이 볼까 봐 아무리 궁금해도 버스에서는 앱을 켜지 않았다. 신경 쓰기 싫어 스마트폰 알림도 꺼두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이 앱의 실시간 접속자는 늘 2만~3만 명을 웃돈다. 이 세상에 외롭고 심심한 싱글이 2만~3만 명이며, 나는 그중 한 명일 뿐이다. 외롭고 심심한 게 부끄럽지 않듯 소개팅 앱을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저 내 짝을 아직 못 만났을 뿐. -피처 에디터 전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