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우리 직업이 다 사라진다고?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기술의 진보가 우리 삶을 매우 다층적이고 획기적으로 바꿔놓는 동안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화두는 늘 한 가지뿐이었다. ‘인간이 기술을 지배할 것인가, 혹은 지배당할 것인가?’ 이제 이러한 이분법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디지털 vs 인간’이라는 구도는 좀 낡았다. 이미 우리 삶은 전방위적으로 디지털에게 지배당하고 있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우리는 그저 지금을 살아내고 있을 뿐이다. 단, 이토록 흥미롭게 말이다. ::라이프, 디지털, 인공지능, 직업, 취업, 변화, 미래사회,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라이프,디지털,인공지능,직업,취업

디지털은 사람의 목소리와 얼굴까지 똑같이 표현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계의 언어다. 최근 우리를 놀라게 하고 두렵게 만드는 인공지능과 자동화 기술도 출발점은 기계끼리 정보를 주고받고 처리할 수 있게 된 디지털화다. 디지털화로 인한 인공지능과 자동화는 일자리와 직업의 세계에도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직업 절반은 10~20년 안에 컴퓨터와 자동화에 의해 대체될 것이고, 초등학생들의 65%는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된다. 평생직장, 평생직업은 사라졌고 지금 인기인 자격증과 직무도 10년, 아니 5년 뒤의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현재의 10대, 20대는 일자리의 역설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어느 시기보다 오랜 세월 일해야 하는 세대지만, 일자리가 어느 때보다 불안한 세대. 과학과 의술의 발달로 수명은 점점 늘어나는데,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가늠조차 잘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이 로봇과 자동화 물결에 안전할 수 있을까? 일본 경제 신문 <닛케이 비즈니스>는 로봇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4종류의 직업군을 선정한 바 있다. 첫 번째로 영화감독이나 작가, 코미디언처럼 감정과 경험이 중요한 창조적 직업, 스시 장인이나 도예가처럼 규격 통일이 어렵거나 미묘한 힘 조절이 필요한 작업의 직업군이다. 두 번째는 자동화할 필요가 없는 종류의 직업으로, 프로 스포츠 선수, 모험가 등이 해당한다. 세 번째는 기계화 사회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직업으로, 로봇 디자이너, 로봇 정비 기술자, 프로그래머 등이 속한다. 네 번째는 로봇이 하면 사람이 싫어할 종류의 일이다. 의사, 간호사, 미용사 등의 직업군으로 의료나 돌봄 서비스는 로봇이 할 수 있지만, 우리가 사람의 서비스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직업은 과연 ‘최후의 직업’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지금 시점에서 그럴듯한 설명력이 있을 따름이지, 미래에 위의 직업들이 진짜로 안전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서 어떤 직업이 미래에 안정성이 높고 유망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은 말 그대로 예측일 뿐이다. 고유한 특성을 지닌 개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직업과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다. 누군가의 판단에 전적으로 의지하거나, 과거의 잣대로 미래를 판단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는 뜻이다. 미래 사회를 지배하는 기술의 속성에 대해, 그 변화의 추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학습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요즘 소프트웨어 코딩 교육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지만, 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미래가 인공지능 시대에 안정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새천년을 앞둔 1990년대 말  ‘정보검색사’ 자격증이 인기였던 것을 생각해보라. 컴퓨터 학원과 인증 기관만 돈을 벌고, 정작 정보검색사 자격증은 거의 ‘무쓸모’였다. 왜 그럴까? 21세기는 정보가 중요해진 세상이지만, 검색 엔진이 오늘날처럼 편리하고 강력하게 발달할 거라는 예상은 아무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때 각광받을 직업을 선택하겠다는 생각은 두 가지 점에서 실현이 불가능하다. 기본적으로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이고, 미래 시점에 어떤 직업의 시장 가치가 높을지 또한 지금 시점의 판단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 직업을 위해서 어떠한 준비가 필요할까? 첫째, 직업과 직장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평생직장도 평생직업도 없다는 새로운 사회 모델을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는 누구나 사회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직업을 바꾸는 것이 불가피한 세상이 된다. 평생직업이 없다는 걸 받아들이면, 안전성 높은 직업을 찾는 노력 자체가 쓸모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직업에 관해 새로 받아들여야 할 관점은 무엇일까? 평생직업이 없고 계속 직업을 바꿔야 한다면, 길은 하나다. 변화한 사회와 기술 환경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고 최신 직무 기술을 익혀야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최고의 자격증을 따도 그게 무언가를 보장해주는 보증수표가 아니라, 평생 학생의 자세로 새로운 걸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말로만 들어도 피곤하다고? 나 역시 그렇다). 둘째,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사람만의 능력을 찾아 그 분야를 개발해야 한다. 그 출발은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탐구에서 비롯한다. 기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환경에서 기계는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탐구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을 찾아내는 일이다. 많은 공정을 정형화하고 프로세스화할 수 있지만, 사람의 손길과 판단으로 더욱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쉽게 로봇에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셋째, 변화를 두려움 대신 기회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첨단 자동화 기술이 위력적이긴 해도 모든 것을 일제히 바꾸지는 못한다. 그리고 사람이 해오던 일의 상당 부분을 기계가 대신한다고 해도 100%는 어렵다. 앞으로 직장에서 일자리 경쟁은 로봇과 사람 간 경쟁이라기보다, 최신 기술을 잘 활용할 줄 아는 직원과 그렇지 못한 직원 간의 경쟁으로 나타난다. 미래를 기계와 인간의 대결로 극단화할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끝으로는 감정적인 접근이다. 바로 주위에서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 덕성을 지닌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로봇이 득세하더라도 여전히 마지막 결정과 관리는 사람이 담당하게 된다. 함께 일하고 싶은 ‘좋은 동료’, 인격을 갖춘 사람이 더욱 귀하고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내 주변의 한 마사지사는 인공지능 시대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이렇게 자신한다. “아무리 로봇이 등장하고 안마의자 기능이 좋아진다고 해도 걱정 없어. 내 일은 손님 몸을 안마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감정적 소통을 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니까. 안마 로봇에게 어젯밤 이야기를 털어놓을 손님은 없을 테니까.” 글 구본권(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소장) 정보 기술 연구자 겸 저널리스트로, 디지털 기술이 개인과 사회에 가져올 빛과 그늘을 함께 보도한다. <로봇 시대, 인간의 일>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 등의 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