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필하러 갑니다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내 마음을 그렇게 몰라?” “말을 안 하는데 무슨 수로 알아?” 연인이 다툴 때 백이면 백 나오는 단골 멘트다. 이건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뭐든 티 내야 안다. 당신의 숨은 능력을 찰떡같이 알아줄 독심술가는 어디에도 없고,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가 되고 말 테니까. ::비즈니스, 커리어팁, 회사, 어필, 능력,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비즈니스,커리어팁,회사,어필,능력

그랬다. 나도 겪어봤다. 비슷한 연차, 비슷한 경험과 비슷한 능력치를 쌓아왔다고 믿었던 같은 부서의 동기가 나와 완전히 달랐던 그 한 가지 말이다.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하며 허드렛일부터 아이디어 제공, 상대 파트에 대한 조언까지, 아낌없이 주는 내가 되는 동안, 그는 모든 공을 깔때기처럼 자신에게로 쏙쏙 흡수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내 아이디어라고 줄 쳐놓을 수도 없고, 따로 불러다 “그거 내가 조언해준 거잖아”라고 따지기에도 ‘짜친다’. 동료는 온갖 찬사와 총애 속에 떵떵거리고, 내 마음은 갈가리 찢어져 갈 곳을 잃었다. 이 얼마나 눈물 나는 시추에이션인가?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라는 책의 저자이자, 뮌헨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잭 내셔가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내셔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진실이 있다. 능력은 그 자체로 빛을 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최고가 될 잠재력을 갖춘 인재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아직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당신의 능력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액자 없는 예술품’이라는 개념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소더비 경매장에 걸린 고급 액자 속 수십억짜리 예술품이 액자 없이 허름한 식당 한편에 놓였을 때,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이는 단언컨대 없을 테니까. 그렇다. 이제 남들이 내 능력을 알아주지 못한다며 목놓아 우는 대신, 스스로 어떤 액자를 ‘겟’할 것인지 생각해볼 때다. 바로 능력 어필의 시간. 이건 얄팍한 눈속임이나 처세술이 아니다. 즐거운(?) 직장 생활을 위한 조금 약삭빠르고 한 발짝 부지런한 한 끗 차 테크닉이라 해두자. 능력에 관한 8가지 진실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에서 잭 내셔는 “당신이 가진 능력보다 그것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이유 8가지를 늘 상기하라”라고 당부한다.1 현대사회에서 모든 분야에 깊은 지식을 갖기란 불가능하다. 2 비즈니스에서 능력은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간주된다. 3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4 성공과 실패는 유능함을 판단하는 데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5 우리는 상대의 능력을 제대로 알 수 없다.6 세상은 우리의 믿음처럼 공평하지 않다. 7 능력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 실제로도 더 유능해진다. 8 보이는 능력을 높이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누구든 약간의 노력을 통해 습득할 수 있다.결과보다 기대치다회사에서는 늘 갖가지 과제가 부여된다. 좋은 평가를 받는 길은 주어진 과제를 성공적으로 해내는 것뿐일까? 아니다. 당신은 그보다 한 걸음 부지런할 필요가 있다. 내셔는 “결과의 성공 여부보다 과제 수행 전 어떤 기대치를 어필하느냐가 평가에 훨씬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말한다. 미국 심리학자 베리 슐렝커와 마크 리어리가 이에 관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참가자들에게 과제를 하나씩 맡기고, 성과에 대한 자신만의 기대치를 내놓으라고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성과가 ‘매우 나쁨’을 보인 참가군에서 실제 평가 점수가 크게 갈렸다. 같은 수준의 성과라도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사람이 겸손한 동료보다 거의 2배나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 내셔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과제를 수행하기 전에 기대하는 결과에 대해 언제나 긍정적으로 얘기하라”라고 조언한다. 단, 다음 3가지 순서를 따라 조심스럽게! 첫 번째, 처음에는 기대치를 살짝 낮추는 겸손을 보일 필요가 있다.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고 적당히 난감해하며, 상사가 당신에게 무리한 걸 요구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둘째, 정확하게 예상되는 성과만큼만 상대에게 약속하면서도 셋째, 은근한 자신감을 어필하는 것으로 마무리. 자, 이렇게 말이다. 당신에게 과중한 업무가 주어졌다. “저한테 과분한 일인 것 같지만, 어떻게든 잘되겠죠. 일단 한번 해보겠습니다”와 “이건 못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업무도 너무 많아서요”라고 딱 잘라 포기하는 사람 중 누구의 능력이 더 뛰어나 보이는가? 당연히 전자다. 실제로 그 일을 제대로 못했다고 할지라도 상사는 당신의 ‘늘 시도하는 자세’를 훨씬 높이 산다. 결과의 성공과 실패는 크게 중요치 않다. 일단 덤벼보는 자신감이냐, 늘 피해갈 궁리만 하는 사람이냐. 평가는 여기서 갈린다.고정관념을 활용하라우리는 어떤 직업군에 속한 사람에 대해 고정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과학자라고 하면 아인슈타인이, 음악가를 생각하면 베토벤의 모습이 떠오르듯이. 내셔는 “고정관념도 때로는 타고난 재능에 대한 암시를 줄 수 있다”라고 말한다. 변호사를 떠올리면 유창한 언변에 말끔한 양복을 차려입은 사람이, 의사라면 흰색 가운을 입고 청진기를 두른 채 바삐 다니는 누군가가 생각나는 것처럼 말이다. 자신이 속한 직업군에 대한 기대를 잘 파악해 그에 맞게 행동하는 이들이 있다. 뛰어난 능력치를 증명할 필요도 없다. 기대에 부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최근 영화업계 종사자와 대화할 일이 있었다. 그에게 “영화를 정말 많이 봤겠어요?”라고 묻자, 그는 “남들 다 본 만큼이죠, 뭐”라며 멋쩍게 웃었다. 나는 크게 실망했다. 실제로 그는 예술영화를 다루는 프로그래머였고, 학창 시절부터 영화란 영화는 섭렵하다시피 한 영화광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쓸데없는 겸손함 대신 “어렸을 때부터 정말 좋아해서 많이 찾아봤죠. 지금은 예술영화를 극장에 거는 일을 하고 있어 일주일에 7~8편은 보는 것 같아요”라고 솔직히 말했다면 어땠을까? 이게 오만해 보이는가? 천만에! 당신이 건축가라면 중요한 건축물 몇 개쯤은 설계부터 특징, 역사적 의의까지 줄줄 읊을 것이고, 기계를 다루는 엔지니어라면 다른 분야 사람이 결코 알지 못하는 기술적인 코멘트를 멋들어지게 할 거라는 고정관념에 부드럽게 올라타라. 모르는 걸 안다고 허풍 떨라는 게 아니다. 아는 걸 말할 기회가 왔을 때 괜한 겸손을 떨지 말라는 것이다. 쓸데없이 솟아나는 겸손병은 당신이 이미 가진 능력조차 깎아내릴 테니까.관계 설정도 능력이다카네기는 일찍부터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남들의 관심을 받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2년 동안 얻는 친구보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관심을 갖는 사람이 2개월 만에 얻는 친구가 더 많다.” 당신에 대한 평가를 구성하는 것은 비단 업무 능력만이 아니다. 상대와의 관계 설정을 통해서도 당신은 능력 있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그렇다고 (두 손바닥을 마주 비비는 동작의 그처럼) 직장 내 ‘딸랑이’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그들이 조롱의 대상이 되는 것은 천상천하 ‘상사’독존인 듯 모든 촉수가 상사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상사의 관심을 얻기 위해 비위 맞추고 예찬하며 칭송하는 이들. 상사를 향한 ‘딸랑이적’ 관심을 후배나 동료들에게로 폭넓게 나눠보자.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지선은 “상대의 특별한 점을 먼저 발견해 칭찬해주는 것은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특히 직장에서라면 상사에게 칭찬받을 생각만 하지 말고, 후배가 회의 때 낸 작은 아이디어라든지 동료가 남몰래 한 허드렛일 등을 먼저 발견해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좋다”라고 조언한다. 그렇다. 후배는 늘 선배의 가르침을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만 생각한다면 당신은 이미 꼰대다. 동기를 경쟁자라고 여기며 늘 서슬이 시퍼런 당신은 이미 외딴섬이 돼 있을지 모른다. 후배의 성과에 대해 너그럽게 칭찬할 줄 알고, 동료의 개인사에 공감할 줄 아는 당신이 진짜 능력자다. 동료들의 신의를 잃은 채 얻은 업무 성과는 반쪽짜리다. 혼자 사는 직장 없다. 관계 설정도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