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빠떼리'가 다 되어갈 때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바둑 복기하듯 이별의 순간을 복기하다 보면 알게 된다. 이별은 결코 손바닥 뒤집듯 갑자기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걸. 사랑 전에 썸이 있듯, 이별 전에 징조가 있다. 사랑의 ‘빠떼리’가 다 돼갈 때의 징후.::권태기, 이별, 썸, 연애, 커플, 러브,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권태기,이별,썸,연애,커플

<하트시그널>이니 <러브캐처>니, 심지어 <한쌍>까지 주변은 온통 사랑의 결실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이면에는 더 무수한 이별이 있다. 이별을 잘 극복하는 법이란 사실 없다. 아프지 않은 이별이란 없고, 이별의 고통은 꼭 아픈 만큼 앓고 나서야 지나가는 법이니까. 다만 이별의 징후를 느꼈을 때, 그걸 그냥 넘기지 말고 지금의 관계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헤어짐을 수업하다>를 쓴 중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쑨중싱은 이렇게 말했다. “이별은 어느 한 시점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아니라 일련의 과정이다”라고. 결국 연애가 끝장나든, 혹은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쪽으로 나아가든 그 과정 안에서 충실히 노력했을 때 우리는 좀 더 성장하고, 좀 더 성숙한 관계 맺기로 나아갈 수 있다. 지금 당신의 연애 배터리는 충분히 충전돼 있는가? 혹시 깜빡깜빡 경고등을 모른 척하고 있진 않는가? 각자에게 찾아오는 이별의 징후, 이렇게 대처해보자.‘지향’과 ‘성향’의 차이첫 만남에서 강렬하게 끌리며 연애를 시작한 선남선녀.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모든 게 다 좋았던 이 연애에는 단 한 가지 걸림돌이 있었다. 진중하고 어른스러운 점에 반했던 남친의 정치적 지향 또한 지나치게 올드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태극기 집회에서 성조기 흔들 법한 심히 보수적인 성향. 한창 불타는 연애 중인 여자는 ‘정치 성향이야 다를 수 있지, 이렇게 좋은걸?’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의견이 다를 뿐, 정치에 대해 둘 다 관심이 있으니까 건강한(?) 논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점점 격해지는 게 문제였다. 술이라도 불콰하게 들어간 날에는 서로 삿대질에 험한 말까지 하며, 얼굴 붉히고 헤어지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물론 술 깬 다음 날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좋아지기 일쑤. 그러나 ‘진짜 괜찮은 걸까?’라는 걱정이 스멀스멀 밀려온다.↓배터리 잔량 10%배터리 잔량이 깜빡이기 시작한다. 정치적 지향은 사실 종교만큼이나 어려운 문제다. 어떤 사안에 대한 견해는 물론 다를 수 있다. 각자의 견해를 피력하며 건전한 논쟁을 할 수 있다는 건 오히려 축복이다. 그러나 이 경우 감정싸움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김지윤 연애 코치는 이렇게 말했다. “정치적 ‘견해’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어요. 다만 정치적 ‘지향’은 ‘신념’에 가까워요. 정치적 지향에는 가치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삶의 태도 등등까지 포함돼 있으니까요. 삶을 지탱하는 신념이 극과 극을 향해 있는 두 사람이 연애를 잘 꾸려가기란 아무래도 쉽지 않죠.” 누가 옳고 그른 것을 떠나 옳음에 대한 신념 자체가 다를 수 있다는 말. 그러니 지금 우리가 건전한 논쟁을 하는 것인지, 서로의 신념을 깎아내리고 있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김지윤은 “말로 하면 자꾸 싸우게 되니 차분히 글로 써 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라고 조언한다. 그의 견해가 싫은 건지, 그러다 그가 싫어진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상대에게 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차분히 설명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는 나를 더 사랑해” 7년을 만났다. 그간 서너 번을 헤어졌지만, 결국에는 서로에게 돌아가기를 반복했다. 스물다섯에 처음 만나 어느덧 서른둘이 된 여자는 결혼을 원했고, 서른에서 서른일곱이 된 남자는 여전히 결혼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둘은 결혼에 대한 견해가 다른 것만 빼고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자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건 7년의 연애 그다음의 결실이었고, 남자는 그런 여자에게 답을 줄 수 없는 자신이 늘 미안했다. 남자가 변하기를 기대했던 여자는 결국 기다림 끝에 먼저 이별을 고했고, 남자는 “널 여전히 사랑하지만, 붙잡을 순 없겠다”라며 이별을 받아들였다. 여자는 결혼을 포기하고라도 아직 사랑하는 이 남자를 붙잡고 싶다가도, ‘사랑한다면서 나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또다시 화가 난다. 여자는 아직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배터리 잔량 0.5%안타깝지만 배터리가 거의 0%에 가깝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래 연애할수록 오히려 이별은 쉽게 찾아온다는 것을 아는지.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되는 건 결국 안 된다는 사실을 긴 세월 동안 체감했기 때문이다. 쑨중싱은 “어떤 사랑은 ‘오해해서 사귀고, 이해해서 헤어진다’는 말로 설명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 커플의 7년이라는 세월은 서로를 이해하고자 끊임없이 소통하며 노력해온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 끝에 결국 단 한 가지를 강력하게 이해하게 된 것이다. ‘7년을 만나도 좁혀질 수 없는 게 바로 이것이겠구나.’ 이 커플의 경우, 남자의 “사랑하지만 붙잡을 수 없다”라는 말은 지독하게도 팩트다. 이 무슨 × 같은 변명이냐고 따져 물어도 어쩔 수 없는 진심. <섹스 앤 더 시티> 속 ‘사만다’가 5년을 함께 산 연인에게 이별을 고하며 한 이 말처럼 말이다. “나도 당신을 사랑해. 하지만 난 나를 더 사랑해.” 분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별의 이유. 이 남자는 아마 변하지 않을 거다. 가끔 술에 취했을 때나 감성에 젖었을 때, 옛 여친에게 “자니…?” 따위의 문자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결혼할 만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누구를 얼마큼 사랑해도 결혼은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이 연애는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여자에게 조언을 하나 하자면, 당장 소개팅을 줄줄이 잡을 것. 어차피 7년이라는 시간은 당장 잊힐 수 없는 세월이니, 이별의 진창에 빠져 허덕이지 말고 소개팅이든 미팅이든 헌팅이든 닥치는 대로 하자. 다른 만남에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아픔을 달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7년의 세월에 매여 스스로를 하찮은 존재로 느끼지 말 것. 그러다 보면 ‘비 오면 생각나는 게 그가 아니라 김치전이어서 다행’일 날은 오니까.   ‘취존’도 정도껏 사귄 지 이제 막 100일이 지난 커플. 클럽에서 만나 불타오르는 연애로 빠져들었다. 클럽 죽돌이인 남친은 여친이 생기면서 클럽을 끊은…게 아니라 여친과 함께 매주 출근 도장을 찍었다. 늘 시끄러운 클럽에서 떼로 데이트하는 상황이 영 못마땅했지만, 만에 하나 남친 혼자 갈 때 생길지 모르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억지로라도 따라가던 나날들. 실로 오랜만에 클럽 말고 남들처럼 영화 보고 밥 먹으며 즐겁게 데이트를 하고 나서 헤어질 때쯤 남친이 기어코 다시 여친을 조른다. “자기야~ 클럽 가서 음악 좀 듣고 가자. 정 싫으면 나 혼자라도 잠깐 갔다 가면 안 될까?” 취미 생활도 존중 못 해주는 속 좁은 여친 되기는 죽어도 싫은데, 이 생활 점점 지친다.↓배터리 20% 저전력 모드 돌입배터리를 재충전할 때가 왔다. 취미 생활 존중도 정도껏이다. 클럽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둘의 관계가 아직 클럽 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못한 것 같아서다. 클럽이야 매주든 매일이든 갈 수 있다. 둘의 마음이 찰떡같이 맞고 신나면 안 될 게 뭐 있겠나? 그런데 한쪽이 지치기 시작했다. 여친은 점점 클럽의 ‘클’ 자만 들어도 짜증이 올라올 것이고, ‘얘는 나일까, 클럽일까?’ 심각한 의문에 휩싸일 것이다. 취향 존중의 한계점에 대한 논의에 착수해야 할 때다. 먼저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말하라. 가끔 클럽 가서 신나게 노는 건 좋지만 이렇게 출근 도장 찍듯 가는 건 싫다고. 둘이서 알콩달콩 조용히 대화도 하고, 전시나 공연도 같이 보고 싶다고. 클럽 바깥에서의 정상적인 데이트가 가능한지 여부부터 실험해보자. 만약 음악과의 대화 말고 진짜 대화가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이제 ‘취존의 한계점’을 정하라. ‘클럽은 한 달에 한 번 함께 갈 것!’ 같이 정확한 횟수로. 그러나 얼마 못 가 ‘기승전-클럽’으로 복귀된다면, 관계 재충전은 힘들어진다. 그럴 거면 깔끔하게 이별하고 독야청청 클럽과 살어리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