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독일까? 득일까?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새로운 부동산 정책과 대출 금리 인상 소식이 들리는 지금, ‘빚테크’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할까? 지금 우리에게 빚은 독이 될까, 득이 될까? 빚에 대한 비슷한 듯 다른 시각. ::빚, 부동산정책, 대출금리, 빚테크, 돈, 재테크,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 빚,부동산정책,대출금리,빚테크,돈

 빚은 안정성을 떨어뜨린다? 사람들이 가장 큰 규모로 빚을 질 때는 언제일까? 집을 살 때다. 그래서 금리와 부동산 시장은 늘 함께 움직인다. 사람들이 겁 없이 빚을 내던 시절이 있었다. 빌린 돈을 잘 굴리면 이자보다 더 벌 수 있을 정도로 시장 상태가 괜찮았다. 금리가 낮아서 전·월세로 살던 많은 사람이 내 집 장만을 하기도 했고 부동산 경기도 좋았다. 주식시장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자산 가격 상승기를 충분히 누르던 시기였다. 그러나 이렇게 축적된 가계 부채 수준이 몇 년이 지난 지금 너무 높아져 실물 경기, 금융, 사회적 안정성까지 저해하게 됐다. 급기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1450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의 액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지난 일 년 동안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인 DSR을 도입해 주택 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액만 포함시킨 DTI와 달리, 주택 담보대출은 물론 마이너스통장, 신용 대출, 자동차 할부, 카드론 등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까지 포함시켜 규제를 엄격히 하고 있다. 또한 대출 직전 일 년 동안의 소득을 반영했던 기존 DTI와 달리 신 DTI는 최근 2년간의 소득 기록 검토를 거친 후, 최근 1년간 소득을 반영한다. 더 이상 빚을 내서 부동산 투자를 하는 건 쉽지 않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외 경제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위더스자산관리의 이세진 이사는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어요. 미국이 내년에 수차례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 예고하고 있고, 한국 역시 이 기조에 따라갈 가능성이 높아요”라고 말한다. 부동산 시장도 그리 밝지는 않다. 한국감정원 역시 “내년 4월에 시행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 정부 규제 정책에 주택 공급 확대가 더해지며 매수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턱대고 빚을 졌다가는 자칫 시세 차익을 누리기는커녕 이자 갚느라 허덕이는 신세를 면치 못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는 돌고 도는 것이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금리가 내리고, 부동산 시장이 풀릴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그게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는 사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기 자본, 즉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빚도 자산이라고 말하겠지만, 우선은 빚의 무거움을 깨달아야 할 때다.  vs 빚이 삶의 질을 높인다? 30대 초반의 인테리어 디자이너 K씨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월세 반지하에 살고 있었다. 월수입은 400만원대로 괜찮은 편이었지만, 버는 족족 다 써버리는 소비 습관이 문제였다. 재테크라고는 연금을 100만원씩 붓는 게 전부였고, 월세 50만원을 낸 후 나머지 250만원은 모두 써버렸다. 그러던 K씨가 우울증에 걸렸을 때가 있었는데, 주식 사기로 그동안 모아놓은 돈 1000만원을 모두 날린 것. 이후에 재무 설계사를 만나 체계적으로 돈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무리하게 넣던 연금 일부를 정리하고, 정기적금으로 저축을 했으며,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반지하를 벗어나 전세 1억6000만원짜리 오피스텔로 이사를 했다. 1억가량 대출을 받았지만, 삶의 질은 이전보다 몇 배 더 윤택해졌다. 그녀는 모처럼 주말 아침에 기분 좋게 눈을 뜨며 행복함을 느꼈다. 회사를 다니며 돈을 모으는 재미를 비로소 느낀 것이다. 흔히 좋은 빚의 기준은 자산을 불릴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K씨가 진 빚을 좋은 빚이라 말할 수는 없다. 전세 보증금은 2년 동안 떨어지지도, 오르지도 않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K씨처럼 빚을 통해 돈의 장점을 느끼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긍정적인 빚인 셈이다. 삶이 윤택해지는 걸 몸소 경험하게 되면 돈 욕심,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돈을 많이 벌고, 모아야겠다는 목표가 생길 수 있다. 이세진 이사는 “돈을 모을 때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빚도 마찬가지예요. 현재 가진 자산의 가치를 올리거나 지금보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 가겠다는 목적이 있다면 빚을 지더라도 돈을 모은다는 생각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죠. 물론 이때는 빚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요”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자신을 과대평가한다는 것이다.만약 1000만원의 빚을 졌다고 치자. 원금만 상환한다고 해도 한 달에 80만원 정도씩 일 년 동안 갚아야 한다. 실제로 매달 80만원 이상의 돈을 모아본 적이 없는 사람은 이마저도 매우 힘들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실행하지 못하면 빚을 지고도 또다시 다른 빚을 얹는 꼴이 된다. 빚을 갚지 못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거나, 카드 돌려 막기를 하게 되면 매우 위험한 나쁜 빚을 지게 되는 것이다.빚은 어떤 결과를 만드느냐에 따라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지르고 보는 빚이 가져오는 결과는 결코 좋지 않다.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구입하기 위해 빚을 지더라도, 빚이 7이라면 자기 자본을 최소 3은 가지고 있어야 안정적이다. 최근에 나온 신혼부부 아파트 대출의 경우 10년 거주 후 매매하는 조건을 두는데, 이는 원금과 이자 상환 기간을 그 정도 기간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책 <빚부터 갚아라>의 저자이자 오원트금융연구소의 오상열 대표는 우리에게 에너지를 주지만 동시에 방사능 유출 위험이 있는 원자력발전소처럼 대출 역시 양면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대출은 감당하기 어려운 자금을 조달하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하지만 생명을 앗아가는 무기가 될 수 있다고도 덧붙인다. 빚을 빛으로 만들지, 또 다른 빚으로 이어질지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