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는 나이와 무관하다?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이런 말 들어본 적 있나? “꼰대는 나이가 들어서 꼰대가 아니라, 원래 꼰대였던 사람이 나이를 먹었을 뿐이다.” 맞다. 꼰대는 나이와 무관하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도, 이제 막 간부직을 맡은 X세대도 꼰대가 될 수 있다. 소통을 막는 꼰대를 코스모식으로 분석한다. | 비즈니스,커리어,꼰대,나이,직장

30대 중반이 돼가니 나이를 잘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더욱 많이 한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무조건 어른이 아니고, 나이가 적다고 해서 모두가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 가장 경계하는 건 꼰대가 되는 것. 다른 건 몰라도 후배들이 “저 선배는 너무 꼰대 같아”라고 험담한다면 무척 괴로울 것 같다. 어쩌면 무능력하다는 말보다 더 듣기 싫은 말인지도 모르겠다. 꼰대라는 말은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다. 늙은이를 칭하거나 학생들이 선생님을 이르는 말로, 번데기의 경상도 사투리인 ‘꼰데기’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다”라는 속담처럼 ‘주름잡는 사람’이란 의미로 말이다. 일리 있는 해석이다. 생각해보면 꼰대는 자신보다 어리거나 낮다 생각하면 여지없이 주름을 잡지 않던가? 꼰대는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앞에서 가르치려 들고, 권위 의식, 서열 의식, 특권 의식 등으로 똘똘 뭉쳐 있다. 문제는 이 ‘꼰대 증세’가 전 세대를 아우르고 있다는 것이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기성세대는 더 이상 문제도 아니다. 한때 자유로움을 상징했던 40대의 X세대는 탈권위적인 기업 문화 개선을 주도한다지만 일명 ‘청바지 입은 꼰대’로 통하며, 통통 튀는 문화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20~34세 젊은 나이대의 밀레니얼 세대까지도 꼰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청담하버드심리센터의 최명기 연구소장은 이 원인을 변하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서 찾는다. “꼰대들은 꼰대질을 하는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꼰대질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문제라고 생각하죠. 그걸 받아주지 않는 이들이 버릇없다고 여겨요. 세상은 변하는데 꼰대의 가치관은 바뀌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거죠.” 사람들은 꼰대와 대화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단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 여긴다. 이렇게 되면 불통은 거듭되는 수밖에. 나이가 적든 많든 우리가 꼰대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다. 새파랗게 어리면 뭐해? 밀레니얼 세대도 꼰대가 있다회사원 김현정(가명) 씨는 입사 2년 차 후배의 투정에 놀랐다. “선배, 이번에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 너무 센스 없지 않아요? 같이 밥 먹으러 가서도 수저를 미리 세팅하지 않고, 물도 절대 안 따라놓더라고요. 그런 걸 언제 다 가르치죠?” 2030세대는 물론 10대들에게도 꼰대라는 딱지를 붙일 수 있다. 꼰대질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기 때문이다. <꼰대의 발견>을 쓴 작가 아거는 이런 현상을 ‘꼰대의 조로 현상’이라고 부른다. 대학가에서도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홍대 응원단 ‘아사달’의 군기 문화가 논란이 됐다. 신입 부원들이 지각하면 운동장을 1분당 3바퀴씩 돌아야 하며, 85학번 선배가 찾아오면 그를 오빠라고 불러야 했다. 규칙은 대부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형태였다. 기존의 꼰대가 경직된 사고로 자신의 생각에서 벗어나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여기고 눈치를 주는 것이었다면, 어린 나이의 꼰대들은 물리적이고 조직적인 형태로 폭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복종 없이 조직을 끌고 갈 수 없다고 여긴다. 1~2년 인생을 더 살았다는 이유로 예의를 가르치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다. 이렇게 ‘태움 문화(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는 반복된다. 직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대형 병원에서 선배 간호사가 신임 간호사에게 교육을 명목으로 정신적·육체적으로 괴롭히자 그에 못 이겨 한 간호사가 목숨을 끊었던 사건처럼 말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나이 어린 꼰대들이 생겨난 이유를 권위주의 문화와 엄격한 위계질서에서 찾는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윤태 교수는 “사회의 주류로 살아남기 위해 기성세대의 위계질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아거 작가는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 봐’라는 식의 보상 심리도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학교든, 회사든 조직에서 막내 시절을 잘 견디고 조직 문화에 적응한 이들은 그걸 후배들에게 고스란히 돌려준다는 것이다. 어쩌면 무한 경쟁을 요구하는 사회가 만들어낸 공감 제로의 괴물일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젊은 세대들은 타인의 입장에 공감하기보다는 타인을 경쟁자로만 인식해 적대하는 걸 먼저 배웠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청바지만 입으면 다야? X세대 꼰대들의 특징 지난해 한 취업 포털이 회원 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0%가 사내에 꼰대가 있다고 답했고, 그들이 생각하는 꼰대 직급으로는 부장급이 31%, 과장 및 차장급이 24%에 이르렀다. 반대로 동일한 조사에서 91%는 자신이 꼰대가 아니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그 많은 꼰대는 도대체 누구일까? 70년대 초·중반에서 80년대 초반생으로 묶이는 X세대는 회사에서 현재 과장 혹은 부장급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스스로를 ‘영 포티’라 칭하며 역사상 가장 젊은 40대라고 자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거침없는 20대를 보냈다. 정치적으론 가장 진보적이고,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그러나 이것이 또 다른 꼰대질의 형태로 이어진다. 회사원 이지원 씨는 상사의 경험담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고 그랬어. 그땐 임신부라고 유세 떤다고 할까 봐 출산 전날까지도 출근했다?” 지원 씨는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상사처럼 그렇게 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감을 느꼈다. 부하 직원들은 X세대의 과거 무용담이 부담으로 느껴져 심란해진다. 그때에 비해 지금이 좋아졌으니 더 열심히 일하라는 말인가? 지금 태어나서 회사 생활하는 걸 다행이라 여기라는 건가?  X세대 꼰대들은 어차피 말이 통하지 않는 고지식한 중·장년층처럼 대놓고 비난할 수 없는, 미묘한 꼰대질을 한다. 문화적·물질적 혜택을 받은 이들은 늘 대중문화를 선도한다는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다. 그래서 어린 세대의 눈에 보이는 ‘갑질’ 혹은 ‘꼰대질’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른다. 말 그대로 자유를 상징하는 청바지 차림을 하고, 꼰대질을 하는 ‘청바지 입은 꼰대’의 모습이다. 예를 들면 대한항공 조현민 상무는 진에어 승무원의 유니폼을 청바지 복장으로 정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그가 부하 직원에게 했다는 언행은 어떤가? 혁신적인 지침과는 너무 다르지 않나. ‘답정너’식 대화도 문제다. “나는 그래도 꼰대는 아니지 않아?”, “이 아이디어가 새로워? 내가 말한 이전 아이디어가 낫지 않아?” 부하 직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척하지만, 그야말로 ‘척’에 불과하다. 자신이 가장 창의적이고 여전히 ‘젊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상대를 무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