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자의 현실 조언 Ep.1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오늘도 꿈꾼다, 퇴사! 하루에도 열두 번씩 ‘때려치울’ 그날을 상상하며. 그런 당신을 위해 코스모가 먼저 퇴사라는 결정을 한 언니들을 만났다. 이들은 “안은 전쟁이라고? 밖은 지옥이야”라는 <미생>의 저 유명한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퇴사만이 살길이다”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삶에 있어 정답이란 없고, 미래는 누구도 대신 열어줄 수 없는 법이니까. 고민과 번뇌를 반복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모든 걱정을 밀어놓고 오롯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인지도 모른다.


“스스로를 규정짓지 마세요”

프리랜스 통번역가 안현모 SBS 기자로 입사해 7년 만에 퇴사했다. 퇴사 1년 차, 프리랜서로 통번역 일을 하고 있다.


퇴사를 얼마나 고민하고 결정했나요?

얼마 전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의 “탈북을 아주 오랫동안 생각했다”는 인터뷰를 봤는데, 저도 퇴사를 생각한 지 2~3년은 된 것 같아요. 퇴사를 고민하는 사람 중에도 여러 케이스가 있을 거예요. 평생 꿈꿔왔던 일이 생각과 너무 달라서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원했던 직업이 아닌 일을 하게 돼 퇴사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저는 후자예요. 그런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회사를 나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기자가 평생 꿈이자 어릴 적부터 로망이었던 사람은 일이 좀 힘들고 회사가 자신과 안 맞더라도 끝까지 버티는 힘이 있어요. 그런데 저처럼 ‘내가 간절히 원해서 한 일은 아닌데’ 하는 사람들은 계속 한쪽 발이 밖에 나가 있는 거죠. 인생을 허비하는 느낌이 드니까. 그런 사람들에게는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나오면 생각보다 할 게 많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명확한 계기가 있었나요?

회사 일을 하면서 이탈리아어 학원을 열심히 다닐 때였어요. 이탈리아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어느 날 회사에서 부서 사람들과 같이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오늘 저녁에 부서 전체 회식합시다” 그러는 거예요. 제가 학원 가야 해서 안 된다고 하니까 분위기가 싸해지더니 “이탈리아어 학원은 왜 다니는 거냐?”며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었어요. 그것도 명색이 국제부였는데 말이죠. “외국어 배울 거면 중국어를 하지”, “학원은 빠지려고 등록하는 거 아니야? 하루 빠져 그냥” 하는데, 순간 정말 싫어지더군요. ‘직장이 사람을 하향 평준화하는구나. 여기서는 미래가 없겠다’라고 생각했죠.


퇴사를 실행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일 년은 더 걸린 것 같아요. 당시 일이 힘에 부쳐 확 그만둬버릴까 많이 생각했는데, 끝까지 버텼어요. 그럴 수 있었던 건 명상을 했기 때문이에요. 명상을 워낙 좋아해 인도도 갔다 왔는데 결과적으로 버티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갔다 와서 오히려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게 됐거든요. 그러면서 여유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퇴사를 생각했죠. 나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지며 더 열심히 일하게 되더라고요. 일거수일투족에 연연하지 않고 직장 동료들과도 잘 어울렸죠. 그렇게 사람들과의 관계도, 일도 아주 좋게 마무리를 잘하고 나왔어요.


‘SBS 기자’라는 타이틀을 떨쳐내는 게 힘들진 않았나요?

퇴사하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난 후 휴가를 내서 뉴욕에 갔다 왔거든요. 비행기가 이륙하는 그 순간 창밖을 보면서 생각한 게 ‘SBS 명함은 이 비행기가 이륙하고 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구나’였어요. 옆자리 외국인에게 보여줘도 모를 명함에 집착하느라 스스로에게 너무 몹쓸 짓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히려 SBS 기자라는 타이틀 없이 내 힘으로 내 브랜드를 만들고, 내 콘텐츠를 만드는 게 훨씬 더 가치 있는 일이겠구나, 그 때 마음 먹었던 것 같아요.


퇴사 후 스스로 변했다고 느끼나요?

어깨에 힘이 좀 빠졌다고 할까요. 요즘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더 확실히 느껴요. 어떤 보호막도 없고, 이제 내 힘으로 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전 오히려 스스로 더 많은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이런 제가 떳떳하고 좋아요. 너무 하나의 틀로 나를 규정하지 말아야겠다는 걸 느끼고 있거든요. 기자 출신이 나중에 미술을 하면 어떻고, 요리를 하면 어때요? 이제는 제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걸 누구 눈치 안 보고 그냥 하려고요. 제가 어떤 일을 할지 아직 모르지만, 이 시간을 천천히 즐기면서 곱씹고 싶어요.


퇴사자의 현실 조언

‘내가 지금 피하려고 도망가려는 건가?’ 질문해볼 것. 업무든 인간관계든 다른 누구 때문에 탈출하려고 퇴사하는 거라면, 절대 반대! 전 직장 사람들과 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다시 만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이 조직 안에서는 실력도 인정받았고, 이곳의 확실한 일원이 되어 봤다고 느낄 때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훨씬 더 안전하다.


오늘도 꿈꾼다, 퇴사! 하루에도 열두 번씩 ‘때려치울’ 그날을 상상하며. 그런 당신을 위해 코스모가 먼저 퇴사라는 결정을 한 언니들을 만났다. 이들은 “안은 전쟁이라고? 밖은 지옥이야”라는 <미생>의 저 유명한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퇴사만이 살길이다”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삶에 있어 정답이란 없고, 미래는 누구도 대신 열어줄 수 없는 법이니까. 고민과 번뇌를 반복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모든 걱정을 밀어놓고 오롯이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