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예쁜 그녀 |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KOREA)

베이비 페이스에 글래머러스한 몸매. 남자들이 마다하지 않을 외모지만, 그렇다고 모든 남자가 ‘베이글’을 선호하는 건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제나 그렇듯 제 눈에 안경을 씌우는 법! 모든 사람이 좋아하지는 않아도, 비록 당사자는 콤플렉스라고 말해도,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에만 유독 아름답게 보였던 ‘그녀의 몸’에 대하여.


1 떡 벌어진 어깨

가끔 스타일링 블로그나 유튜브를 찾아보면 ‘넓은 어깨 커버하는 법’ 같은 콘텐츠가 눈에 띄는데, 그럴 때마다 내 머릿속엔 물음표가 스무 개씩 뜬다. 여성의 넓은 어깨가 얼마나 근사한데…. 유년기에 수영을 했거나 유전적인 이유로 골격이 발달한 어깨는 물론, 근육 내지는 지방층으로 형성된 어깨도 모두 가치 있는 선을 그려낸다. 넓은 어깨는 기본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시원한 느낌을 준다. 어깨 라인이 살아 있는 옷을 입었을 때 넓은 어깨의 여성들은 자신감이 넘쳐 보인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영상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도미네이트릭스(성행위를 주도하는 여자)가 파워 숄더 의상을 택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드러난 어깨 역시 마찬가지다. 여름날, 넓은 어깨를 내놓는 것이 부끄러워 움츠러든 자세를 취하는 여성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도대체 어떤 자들이 여성의 당당한 어깨에 부정적 언사를 보내 이렇게 만들었는지 찾아내 개인적 응징을 하고 싶을 지경이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넓은 어깨는 건강함을 상징한다. 보는 사람은 둘째 치고 자신에게도 이득이 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나는 여성의 넓은 어깨를 섹시하다 느낀다. 연인의 어깨를 감싸 안을 때, 기대고 싶거나 뒤에서 두 손으로 양쪽 어깨를 잡는 그 숭고한 순간에, 어깨의 넓이는 그 사람이 지닌 충만한 매력의 척도가 된다. 넓은 어깨에는 당연하게도 넓은 상체가 동반된다. 그림을 그릴 때도 넓은 캔버스에는 더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 있듯 그 넓은 등에, 흉부에 더 많은 드라마틱한 일이 벌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좁은 어깨 넓은 마음(드라마 PD)


2 적토마의 허벅지

나이를 먹을수록 여자를 보는 시선이 아래로 내려온다고 했다. 30대가 되자 ‘역시 어른들 말씀은 틀린 게 없구나’ 싶었다. 그녀는 댄서였다. 일주일에 5일은 격렬하게 걸스 힙합을 췄다. 흔히 말하는 ‘말벅지’의 소유자. 그것도 클래스가 조금 남달라 조랑말이 아닌 적토마 수준이었다.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꼬면 허벅지 옆부분이 “빡!” 소리를 내면서 갈라졌다. 그녀는 두껍고 탄탄하게 근육이 잡힌 자신의 허벅지를 싫어했다. 발목은 가는데 다른 신체에 비해 유독 허벅지가 두꺼운 닭다리 같은 하체. 나는 치킨을 먹을 때도 날개나 가슴살보다는 넓적다리 살을 좋아했으니 정말 천생연분이었다. 9년이나 춤을 췄다는데 얼마나 많은 스텝을 밟고 업 다운과 반복 동작을 했을지 가늠이 됐다. 그녀는 청바지가 잘 맞지 않아 늘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녔다. 허벅지 모양이 드러나는 게 싫다며 레깅스도 잘 입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좋았다. 제시카 알바 같은 구릿빛 피부라 더 섹시했다. 백설탕보다 흑설탕이 더 달듯 그녀의 다리는 색다른 방식으로 내 배꼽 아래를 설레게 만들었다. 장조림처럼 쫙쫙 갈라진 허벅지 근육, 그리고 그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태미나. “축구 선수를 만났던 사람은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말을 체감했다. 탄탄한 허벅지로 내 몸을 감쌀 때면 아나콘다가 조이는 듯한 느낌, 코너 맥그리거에게 암바당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 굴욕감, 숨이 턱턱 막히는 압박감이 묘한 쾌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녀와의 섹스 전, 나는 그녀의 치골에서 허벅지까지 가볍게 키스하며 포문을 열곤 했다. 그녀의 성감대이기도 했지만 허벅지에게 “잘 부탁한다”라는 청탁의 의미도 있었다. 물론 이런 과정 없이도 그녀와의 밤은 충남 당진제철소 용광로처럼 늘 뜨거웠다. 이런저런 이유로 헤어졌지만 아직까지 그녀 같은 ‘꿀벅지’를 만난 적이 없다. -허벅지 양봉업자(프리랜스 에디터)


3 작아도 좋아

키가 작아 속상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든 커 보이려 애를 썼다. 부끄럽지만 운동화를 신을 땐 깔창 같은 걸 넣기도 했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갑자기 내 몸을 사랑하게 된 것이 아니라, 어차피 바꿀 수 없는 거니 주눅 들어봤자 나만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대신 웬일인지 ‘나 이런 사람이오’라며 더 티를 내고 살게 됐다. 그리고 나는 키 작은 여자가 좋다. “얼마나 작은 키를 말하는 거야?”라고 물으면 자로 잰 듯 답하긴 어렵다. 153cm와 155cm의 차이를 분명히 알아채고자 하는 의지가 없으므로. ‘사회 통념상’이란 말은 언제나 우습지만 어쨌든 그렇게 ‘작은 느낌’에 더 끌리는 것만은 확실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작고 단단한’ 느낌. 이런 취향은 남자 배우나 뮤지션, 운동선수를 볼 때도 비슷하게 적용되는데, 그 대표적 명단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조셉 고든 레빗, 브루노 마스, 앨런 아이버슨. 그들의 탁월한 재능과 별개로, 그들이 스크린과 무대와 경기장에서 몸을 드러내는 방식을 좋아한다. 그것은 억지로 거인이 되려는 노력이 아닐뿐더러, 작은 몸으로 어떤 ‘귀여움’을 어필하는 모습은 더더욱 아니다. 그 자신의 모습 그대로 ‘베스트’, 그러니까 최대치를 표현하고 그 자신의 모습 그대로 기백을 품고 있다. 긴 청바지를 대범하게 둘둘 말아 세 단쯤 접어 올리고 납작한 단화를 신든, 혹은 날카롭고 까마득히 높아 감히 나 같은 범인은 발도 집어넣지 못할 것 같은 하이힐을 신든 말이다. 하지만 특히 하이힐을 볼 때마다 경탄하게 된다. ‘이 물건은 단순히 키가 커지는 마법을 부리는 물건이 아니야. 그랬다면 어떤 식으로든 용도를 숨겨야 하니까.’ 하이힐을 풀이하면 ‘높은 뒤꿈치란’ 뜻인데, 이름부터 직설적이다. 더군다나 구두의 굽은 신발 안쪽에 숨어 있지 않고 밖으로 드러난다. 애초에 생김새부터 이렇게 당돌한 물건이 어디 있나. 하이힐은 탄생의 기원과는 별개로 기능성만을 위한 물건이 아닌 스타일이자 태도다. 하이힐을 신어 발끝부터 온몸이 꼿꼿해진 여자의 몸은 무척 아름답다. 사실 나는 모른다. 키 작은 여자의 심정을. 과연 콤플렉스일까? 키 작은 남자의 심정과는 다를 수도 있다. 키 작은 여자와 키 작은 남자라고 다 똑같지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연애와 키와 크기와 길이에 관해서라면 별의별 말이 다 있으니, 결국 신뢰할 것은 나의 취향과 상대가 맘껏 드러내는 태도뿐. 다시 한번, 안 그러면 나만 손해다. 어쩐지 남녀불문하고 좀 싱겁고 심드렁해 보이는 게 요즘 스타일인데 나는 대범하고 당당하며 선명한 게 좋다. 연애라면 더욱 그렇다. 하이힐 신은 여자를 보며 ‘잔뜩 화가 난 날에는 하이힐로 내 운동화를 밟아 뭉갤 수도 있겠군’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구두를 벗어 던지고 한없이 작아진 그녀를 보는 것 또한 좋다. 그건 나만 안을 수 있는 몸이며, 그녀만의 사랑스러운 몸이니까. -사랑의 이해타산(뮤지션)


4 알찬 발레리나

처음 만나는 여자에게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거의 모든 남자가 얼굴이라고 말할 거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그때부터는 남자들의 대답과 반응이 갈린다. 난 다리다. 얼굴을 마주 본 다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 짧은 순간 동안 나는 슬쩍 여자의 다리를 향해 눈을 내린다.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나온 여자의 다리 모양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그만큼 다리가 중요하다. 내가 아낌없이 애정을 퍼붓는, 서너 시간 정도는 쉬지 않고 찬사를 쏟아낼 수 있는 다리는 굴곡 없이 길게 뻗은 형태다. 간혹 사람들이 “삐쩍 마른 다리”라고 말하지만 난 그 모습이 너무 좋다. 그런 다리가 송곳처럼 내 몸을 향한다면 난 기꺼이 내 심장도 내줄 수 있다. 그러나 소나무 같던 내 취향을 와르르 무너지게 했던 여자가 있었다. 지난여름에 소개팅으로 만난 그녀는 몸에 비해 발목이 비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탄탄한 종아리의 소유자였다. 두꺼운 건 아닌데 근육이 옹골지게 들어찬 다리.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사실 머릿속은 ‘과연 발레리나라더니’란 생각만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의 작고 마른 몸을 지탱하는 종아리의 근육에 찬사를 고백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딱 한 번의 잠자리면 충분했다. 침대 위에서도 그녀의 다리를 향한 애정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부끄러운 듯 이불 속으로 감춘 다리를 애써 꺼내 고운 얼굴과 봉긋한 가슴을 쓰다듬듯 정성스럽게 매만지기도 했다. 사실 화를 낸 적도 있다. “지금의 널 만든 다리야. 부끄러워하지 마!” 우리의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그녀의 다리를 향한 내 집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울퉁불퉁한 다리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잡고선 얼굴을 비벼댄 적도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도 가끔 그녀의 단단한 다리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굴곡진 한강다리(콘텐츠 크리에이터)


베이비 페이스에 글래머러스한 몸매. 남자들이 마다하지 않을 외모지만, 그렇다고 모든 남자가 ‘베이글’을 선호하는 건 아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언제나 그렇듯 제 눈에 안경을 씌우는 법! 모든 사람이 좋아하지는 않아도, 비록 당사자는 콤플렉스라고 말해도, 사랑에 빠진 남자의 눈에만 유독 아름답게 보였던 ‘그녀의 몸’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