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이 행복하다고? | 코스모폴리탄 코리아 (COSMOPOLITAN KOREA)

흔히 유명 사업가들의 성공 비결에 어김없이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었다. ‘새벽 5시 기상→운동→오전 7시 출근’ 같은 패턴. ‘아침형 인간’은 여전히 성공한 인생을 위한 필수 조건인 걸까? ‘고리짝’ 시대 얘기는 집어치우자. 올빼미족인 당신의 아침잠을 허락한다.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매일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 헬스장을 간다. 1시간 운동 후 늘 비슷한 시각에 출근하기. 거의 매일 반복되는 패턴이다(배신감은 넣어두고, 좀 더 들어보라). 운동을 워낙 좋아하는데, 저녁 술자리는 더더욱 포기할 수 없는 애주가라 저녁 운동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 규칙적으로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은 출근 전 이른 아침뿐. 자연스럽게 ‘새벽 운동→직장 업무→퇴근 후 술 마시고 일찍 쓰러져 자는’ 생활 패턴이 자리 잡았다. 다행히 내 생체리듬과도 잘 맞았고, 하루의 시간을 쓰기에도 유용해 거의 10년째 고수하는 습관이 됐다. 반면 소위 이 ‘바닥’, 그러니까 ‘마감 지옥’을 사는 매거진 에디터 부류에는 올빼미족이 많다. 마감 주라고 부르는 매월 초~중순은 꼼짝 없이 밤늦게 혹은 새벽까지 일을 해야 하는 업무 일정.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올빼미의 삶을 사는 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 아침형 인간인 나는 밤이 깊어갈수록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눈꺼풀이 내려와 괴로운데, 양옆 올빼미족은 점점 더 쌩쌩해지니, 나 같은 ‘낮이밤져’는 ‘낮져밤이’에게 자주 패배한다.


이처럼 사람마다 각자에게 맞는 수면 패턴이 있는데, 이를 ‘크로노타입(Chronotype)’이라고 한다. 아침형과 저녁형, 그리고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중간형 중 어떤 크로노타입이 더 건강하고 행복할까에 대해서는 꾸준히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저마다 엇갈린 결과를 내놓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더 능률적이라는 의견이 대다수. 지난 2015년 영국 로햄턴 대학교 연구팀이 조사한 성인 1068명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주중 평균 기상 시간이 오전 6시 58분인 아침형 인간은 저녁형 인간에 비해 평균 체중이 덜 나갔고, 평소 느끼는 행복감도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주중 오전 8시 54분에 기상하는 저녁형 인간은 아침형 인간에 비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비만이 될 확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규칙적이기만 하면 문제없다

‘일반적’이라는 말 뒤에는 늘 함정이 따라온다. 아침형 인간이 능률적이라는 게 ‘일반적’이라지만, 각자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에 대해 ‘개별적으로’ 들어가보면 결과는 뒤죽박죽이 된다. 아침형 인간임에도 비만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경우를 주변에서 여럿 보았고, 새벽에 잠들어 오후에 깨는 올빼미형 프리랜서가 어떤 아침형 인간보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기도 한다. 관건은 자신의 생체리듬을 얼마나 규칙적이고 안정적으로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다. 일본의 수면 치료 전문의 가지무라 나오후미는 최근 자신의 저서 <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싶다>를 통해 “아침에 못 일어나는 자신을 탓하지 말라”라고 설파한다. 그는 “적정 수면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오래 잔다고 해서 꼭 좋은 것도 아니다. 4시간을 자든 8시간을 자든 취침 시간과 기상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역사 속 인물을 봐도 그렇다. 나폴레옹이나 에디슨의 경우 평균 수면 시간이 3시간이었던 반면 아인슈타인은 10시간 이상을 잤단다. 이처럼 사람마다 필요하다고 느끼는 수면 시간은 다른 법. 각자 가장 기분 좋게 생활할 수 있는 수면 시간을 찾았다면, 그게 자신의 이상적인 수면 시간인 거다. 밤 11시에 누워 뜬눈으로 지새다 새벽 6시에 퀭하니 일어나는 누군가보다 새벽 2시에 자고 오전 8시에 ‘상쾌하게’ 일어나는 당신이 승자다.



당신은 이미 예술가에 가깝다

대기업의 CEO라 하면 말끔한 슈트를 차려입은 아침형 인간이, 예술가라고 하면 왠지 밤새 창작물에 골몰하는 헝클어진 머리의 올빼미형 인간이 떠오르는 건 너무 식상하긴 하지만 영 헛된 상상은 아니다. 실제로 올빼미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보다 더 창의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올빼미족은 독창성, 유연성, 정교함 등을 측정하는 테스트에서 아침형 인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보였다. 밤새워 오랫동안 하는 업무 성과도 올빼미형 인간이 더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벨기에 리에주 대학 필리프 페이그눅스 박사 팀의 연구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은 일을 시작한 지 10시간이 지나자 피로를 느껴 집중력과 관련한 뇌 활동이 줄어들며 업무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반면 저녁형 인간은 집중력을 더 오래 유지하면서 장시간 일했고, 성과도 더 좋았다. 올빼미족은 원래 잠이 올 때까지는 자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수면 욕구를 제어해 뇌가 활동하는 상태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저녁형 인간이 새벽 운동 혹은 새벽 강의까지 듣고 출근하는 아침형 인간을 보며 괜스레 우울해할 필요 없다. 올빼미인 당신이 가장 활발한 뇌 활동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동안, 아침형 인간은 잠에 곯아떨어져 있을 테니까.



상쾌하게 일어나기

우리가 더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이제 몇 시에 일어나느냐보다 어떻게 ‘잘’ 일어나느냐다. 올빼미족은 특히 더 그렇다. 저녁형 인간은 늦은 밤에도 뇌가 깨어 있는 상태에서 활동하고, 해가 뜨고 시간이 꽤 지난 후에 일어나기 때문에 종종 충분히 잤는데도 일어날 때 몸이 찌뿌듯하고 개운하지 않을 때가 있다. 사실 잘 들여다보면 이것은 잠의 문제라기보다 의외로 생활 습관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혹시 잠들기 전에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건 아닌지? 잠이 안 온다는 이유로 술에 취해서 쓰러져 잠드는 습관을 지속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는 매우 위험하다. 술 마시면 잠드는 자체는 쉽겠지만, 수면의 질은 굉장히 떨어져 다음 날 신체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피로가 쌓인다. 잠이 안 올 때는 따뜻한 우유나 차를 마시는 게 숙면에 훨씬 도움이 된다. 저혈압인 사람도 좀처럼 가뿐하게 일어나기 힘든 체질이다. 저혈압 환자는 특히 끼니를 거르지 않고, 삼시 세끼 꼬박꼬박 잘 챙겨 먹는 것이 숙면에 굉장히 중요하다. 영양의 균형이 잘 잡힌 식단으로 세끼를 챙겨 먹는 습관을 길러보자.



회복 탄력성에 달렸다

최근 정신의학부터 심리학, 교육학 등 넓은 영역에서 주목받는 개념이 있다. 바로 ‘회복 탄력성’으로, 부정적이거나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개인의 역량을 의미한다. 얼마 전 서울대학교병원 수면센터 윤인영 교수와 건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전홍준 교수 연구팀이 회복 탄력성과 크로노타입의 연관성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올빼미형은 수면 장애가 있고, 그로 인해 피로나 우울, 불안이 따라오며, 삶의 질이 저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기존의 익숙한 연구 결과였다면, 이번 연구는 좀 달랐다. 성인 17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빼미형이라도 회복 탄력성이 높은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부작용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저녁형 크로노타입은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을 수는 있지만, 회복 탄력성이 높다면 스스로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윤인영 교수는 “크로노타입은 즉각적인 변화가 어려운 생체리듬이지만, 회복 탄력성은 환경과 생활 습관, 다양한 심리 치료 프로그램 등에 의해 향상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아침잠이 많은 스스로를 탓하지 말고, 깨어 있는 시간을 좀 더 의미 있게 보내는 생활 습관을 길러보자. 이 사회가 당신을 아침형 인간으로 내모는가? 회복 탄력성이 올빼미족의 아침잠을 응원한다.

흔히 유명 사업가들의 성공 비결에 어김없이 발견되는 공통점이 있었다. ‘새벽 5시 기상→운동→오전 7시 출근’ 같은 패턴. ‘아침형 인간’은 여전히 성공한 인생을 위한 필수 조건인 걸까? ‘고리짝’ 시대 얘기는 집어치우자. 올빼미족인 당신의 아침잠을 허락한다.